그림자를 따라 이야기 속으로
그림자 예술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홀로 있을 때에도 작은 불빛 하나만 있다면 그림자는 우리를 낯설고도 신비한 세계로 안내해 줄 수 있습니다. 빛과 어둠이 일상과 만나 펼치는 그림자 예술을 소개합니다.
그림자에게도 색이 있을까?
그림자는 검고 어둡다고 생각되지만 화려한 색상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 그림자극 ‘만석중놀이’는 고려시대 영등놀이에서 기원했습니다. 흰 천 뒤에서 태양, 구름, 소나무, 학, 거북이 등 색색의 화려한 그림자 인형을 횃불로 비추며 놀았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자바섬에서 유래한 전통 그림자 인형극 ‘와양 쿨릿(wayang kulit)’은 납작한 가죽에 문양을 뚫고 여러 가지 색을 입힌 인형으로 인도 고대 서사시를 공연합니다. 와양 쿨릿은 정교한 인형의 문양과 화려한 음악으로 널리 알려지며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사물의 그림자가 만드는 이야기
2016년 영화 대본작업을 하던 빈센트 발(Vincent Val)은 우연히 찻잔 그림자에 코끼리의 눈과 웃는 입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에 공유한 뒤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그는 그림자학(Shadowology)의 창시자가 되었습니다. 사물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두 개의 세상을 펼치는 그는 “창조성은 놀이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햇빛, 촛불, 손전등 등 그림자를 만드는 빛은 다양합니다. 오버헤드프로젝터(OHP)는 선명한 그림자 스크린을 만들 수 있어 많은 그림자 전문 극단에서 활용하는 빛입니다. 프랑스의 극단 스콜로팡드르는 OHP 위에 물, 모래, 셀로판지 등을 비춰 동굴과 바닷속 등 다른 시공간으로 관객을 안내합니다.
[영상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qBBU7AdIOzg&feature=youtu.be
제멋대로, 더 멋지게, 더 비밀스럽게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어린 시절 병상에 누워 손 그림자 놀이를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내 손가락에 허가되었던 모든 놀이들이 이제는 벽지 위에서 제멋대로, 더 멋지게, 더 비밀스럽게 재현되었다.(…) 내 방에서 나는 세계의 파괴자로 늑대 상을 등장시켰던 것이다.”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발터 벤야민) 중
따뜻하고 환한 빛 일상의 사물 그리고 몸
이 세 가지만 있다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도달하고 싶은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사진없음
프로젝트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