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탄생할까? 한 사람의 예술가가 만드는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은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에 주목했다. 예술교육가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과 지속가능한 모델을 모색하는 기획전시(12.12.~12.17, 아라아트센터 1F) ‘multi-logue : 예술의 교육, 교육의 예술 사이 –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와 이야기방(12.12/12.14, 아라아트센터 4F) ‘한 사람의 예술가가 만드는 문화예술교육 곳곳의 이야기’를 열고 수많은 생각을 나누었다. 각각의 전시와 행사를 기획한 기획자의 글을 통해 ‘사람이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돌아본다.

[기획 포커스]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 | ① 기획전시 ②이야기방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2012년도부터 시작된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벌써 7년 차에 접어들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과 필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이하 ‘꿈다락’)을 필두로 결과가 아닌 과정을 기록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가 만드는 문화예술교육 곳곳의 이야기’라는 조금 특별한 주제로 ‘이야기방’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예술교육가, 사람을 기록하다
예술교육 현장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 다이내믹한 이야기들 속에는 예술을 통해 감흥을 경험한 참여자들만이 아니라, 계획의 어긋남과 실수, 의도치 않은 발견과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는 예술교육가들의 생생한 생존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예술교육이 획일화된 매뉴얼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당장에 유형화되고 그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요컨대 소위 성공적인 사례를 모델화하거나 그 예술교육의 방법을 하나의 ‘론(論)’으로 정형화시켰을 때 최초의 반응을 넘어서는 경우가 드물다. 필자는 그것이 복제될 수 없는 예술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이 다르고 실행하는 사람이 다른데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예술은 예술가의 발상과 창조적 영감을 통해 일어난다, 예술교육을 성공시키는 공식이나 롤모델은 없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미 있는 사례들은 실행자인 ‘예술가’라는 독특한 존재를 통해 재해석되고 어쩌면 완전히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예술교육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면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교육의 ‘성과’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현장과 실행자 즉, 예술교육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야 한다.
‘예술가’는 자격제도가 아니어서 예술가와 아닌 사람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흥미롭게도 예술교육가로 불리는 경우에는 대학이나 지역문화재단의 아카데미 교육과정 등을 통해서 자격을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시각예술, 연극, 무용, 음악, 문학 등 예술 분야를 전공하고 예술가의 정체성을 가지고서 교육의 일을 하고 있다. 지난 십여 년간 수많은 예술교육가를 배출하고 다양한 현장에서 그 지형을 넓히는 양적 확대를 하는 동안 그 실행의 사례만큼 질적인 깊이와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관한 논의의 장은 부족했다. 꿈다락 프로그램의 성과를 논의하는 데도 결과와 그 가치를 가시적인 양적 수치로 헤아리거나 수혜자들 편에서 즉각적인 만족도로만 평가되어 온 것은 아닌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무엇을 기록하고 전시할 것인가? 소위 성과물을 가시적으로 전시하고 드러내는 방식 말고, 과정의 중심에 있는 ‘예술교육가’에 주목하여 그 갈등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장을 열어보자고 제안하였다. 다소 모호할 수도 있는, 나와 협력 연출진의 제안에 교육진흥원이 동의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진행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교육가 개인의 이야기에 주목하다
현대의 예술교육은 예술을 ‘가르치는 영역’에 두지 않고 ‘소통하는 영역’에 둠으로써 삶과 동떨어진 듯 보였던 영감어린 뮤즈의 세계를 일상으로 초대했다. 예술에서 기술적 요소를 강조하지 않고 예술 하는 마음, 즉 창조의 놀이적 본성에 주목해 과감하게 놀이하게 함으로써 감각을 깨워 삶을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교육가의 역할도 단지 창작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확장되었다. 참여자들의 인상적인 후기는 실제로 예술교육이 자신의 삶에 대한 관점과 태도, 의식(awareness)를 바꾸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전년도 꿈다락 사업 결과 발표회 자료를 참조하시라.)
이렇듯 삶을 변화시키며 예술교육의 지형을 만들어내는 예술인 강사들, 즉 예술교육가들에게 예술을 교육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꿈다락을 통해서 예술가들이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으며 (실현되지 못했을지라도) 예술과 삶에 대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 듣는 일은 중요하다. 예술은 구체적인 개인, ‘예술가’라는 사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공적인 기록과 개별적인 기록이 분리될 수 없는 학문 분야이기도 하다.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접근한다면 그 작품은 ‘결과’로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 놓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가로서 추구하는 연속적인 흐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여정 속에는 수업의 성패를 판단할 수 없는 다양한 질문과 고민이 담겨있다. 우리는 그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기로 하였다.
다섯 개의 이야기방
교육진흥원과 5명의 전문가가 서울, 인천, 전남, 충북, 충남, 해남 등 11개 지역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총18명의 예술교육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다섯 개의 이야기방은 그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추려진 다섯 개의 주제들이다.
이야기방 1. 나는 예술가! 그리고 예술교육가! 두 역할 사이의 이야기
예술가로서의 자기 작업을 할 때와 예술교육가로 역할 할 때, 그 두 역할이 어디에서 만나지는가, 그 경계와 교차지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창작을 병행하고 있는 강사들의 현재 진행 중인 작품과 창작방식이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어떤 연결지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질문하고자 하였다.
이야기방 2. 현장에서의 우연과 즉흥성, 그리고 창조적인 교육계획 이야기
인터뷰 내용 중에는, 지원사업의 주제에 맞추어 작성되는 교육계획안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놀이로 시작해서 연습의 과정을 거쳐 공연화되는 수업계획방식도 공식화,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에, 예술교육에서 매너리즘을 어떻게 탈피할 것인가도 공통적인 문제의식이었다. 동시에 예술교육 현장에서는 참여자들의 현실적인 이슈와 만나면서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수업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다는 실례(實例)가 이어졌다. 더불어 과연 예술교육이 회기로 제한되고 시간, 시간으로 토막 남으로써, 현장에서 발생하는 즉흥적 감흥이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단절되는 문제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로 확장하고자 하였다.
이야기방 3. 지역과 문화예술교육의 이슈와 상생
지역의 독특하고 다양한 이슈와 고민이 모여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다채로운 지형을 만들고 있다. 지역의 예술교육 기획자의 역할과 기관에서의 지원은 어떠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함께 나누고 들어보며 그 길을 모색해보고자 하였다.
이야기방 4. 고향으로 돌아간 예술가
인터뷰에 참여한 예술교육가 중에는 대도시나 해외, 타지에서 공부하고 작업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가 작업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다. 협업 파트너를 구하기 힘들고 물리적 지원이 열악한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자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데 예술교육 지원사업이 수업료를 받지 않음으로써 실제로 지역사회에서 예술교육단체가 자생하는데 방해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 있다. 요컨대 모 지역 단체는 지원사업을 하지 않고 해당 지역 어린이들에게 소정의 수업료를 받으며 수업을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해에 갑자기 참여자 모집이 안 되더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주변에서 지원사업으로 무료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던 탓이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양질의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예술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데 일조했다면 이제 지역에서 예술가의 자생과 성장을 위한 지원으로 변모해야 하지 않는가에 대한 논의까지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이야기방 5. 우리 집 애들, 예술하고 노는 이야기
꿈다락 수업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참가한 아이들에 대한 에티켓 교육의 필요성이나 청소년의 참가를 지지하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가 있었다. 꿈다락 사업에서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다가 수업을 연속 수강하는 아이들이 해를 거듭해 자라가는 과정을 지켜본 사례부터 아이를 보내다가 성인 대상 수업에 참여하는 된 부모의 사례를 듣게 되었다. 그 중 몇 분을 개별 연락하여 어렵게 섭외하게 되었다. 이들은 문화예술교육의 단순한 대상자나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예술을 생활로 끌어안으며 지형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중심축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 장을 마련해보고자 하였다.
현장은 여전히 뜨겁다
전시와 이야기방을 통해 논의된 이야기들은 진솔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꿈다락만의 사례가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진실한 흐름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이 시대가 교육을 통해서 예술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표현된 창의적인 결과물’ 때문이 아니라 그 중심에 인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삶의 질과 배움의 본질을 우리 시대는 묻고 있다. 옳고 그름을 편 가르는 시대를 지나서 우리는 저마다의 다양한 가치와 아름다움에 주의를 기울이고자 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묻고 있는 것이다. 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그 예술교육가가 누구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예술가 특유의 존재적 가치와 내용을 창조해내는 독특한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본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중심을 이끌 내적 콘텐츠가 약하면 힘이 없다. 교육을 통해 일상의 영역으로 스며든 예술이 ‘교육계획안’이라는 틀 안에서 그 독특성을 잃기도 하고 예술교육가의 교사로서의 모델이 어떤 전형적인 틀을 지워놓은 듯이 보이기도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전시와 이야기방을 통해 엿본 현장은 여전히 뜨겁다. 구태의연한 세계에 질문을 던지고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예술은 언제나 시대의 혁명이다. 담장과 대문과 겉치레로 단장한 세계 속에 숨겨진 꿈꾸는 다락방은 ‘소리 없이 떨어지는 하나의 꽃잎’(김수영의 시 <꽃잎> 중) 같은 혁명이다. 예술교육을 통해 얼어붙은 일상을 녹여내는 예술교육가들의 혁명적인 움직임에 주목하시라!
양혜정
양혜정
연극놀이교육가. 1999년도부터 어린이, 청소년들과 학교와 도서관, 미술관 등에서 연극놀이를 하고 있다. 서울예술대학교(2006 ~ )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2007 ~ )에서 예술가들에게 감각을 깨우는 수업과 연극놀이교육가를 양성하는 강의를 해오고 있다. 2013년에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주관으로 전국도서관에 ‘책 읽는 놀이터’ 강의를 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소리감각극 <구구셈과 물방울과 씨앗>,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극 <손끝 소리탐사대>을 연출했으며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예술교육가를 위한 연극놀이 프로그램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mompl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