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탄생할까? 한 사람의 예술가가 만드는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은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에 주목했다. 예술교육가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과 지속가능한 모델을 모색하는 기획전시(12.12.~12.17, 아라아트센터 1F) ‘multi-logue : 예술의 교육, 교육의 예술 사이 –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와 이야기방(12.12/12.14, 아라아트센터 4F) ‘한 사람의 예술가가 만드는 문화예술교육 곳곳의 이야기’를 열고 수많은 생각을 나누었다. 각각의 전시와 행사를 기획한 기획자의 글을 통해 ‘사람이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돌아본다.

[기획 포커스]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 | ① 기획전시이야기방

1. 왜 ‘예술교육가’였나
매년 개최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기획워크숍 ‘Free Play Fun’(이하 ‘기획워크숍’)이지만 주제와 방향의 설정은 항상 고민스러운 일이고 2018년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이하 ‘꿈다락’)는 문화예술교육에서 어떠한 존재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반대로 꿈다락이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의 핵심가치와 방향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꿈다락은 이 가치와 의미, 방향을 잘 실천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과정과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고 어떻게 공유할 수 있는가?
꿈다락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실천 결과와 방향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있지만 그 관심이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며 그 내용을 보여주는 방법도 고정된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고민 가운데에서 2018년도 주제를 정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사람’이라는 주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문화예술교육으로서 꿈다락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만들어지는 예술 또는 예술교육의 과정이다. 이것은 ‘예술가’로서 ‘예술교육가’들이 학습자로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이다. 또한 예술교육가들이 고민하는 지점이 결국은 꿈다락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되고 반대로 성과도 된다.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고 그 본질의 핵심으로 예술교육가의 ‘존재’에 질문을 집중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주제는 예술가로서 예술교육가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자기 정체성의 문제에서 출발하였다. 이 문제는 꿈다락의 정체성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꿈다락은 여가를 즐겁게 보내는 휴식을 위한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핵심으로 한다.
또한 예술교육가의 정체성 문제는 예술과 교육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바탕에 두고 있다. 예술이 교육과 만날 때 예술가들이 가진 이미지는 무엇이고 이 과정에 참여하는 학습자들이 가진 느낌은 무엇일까? 교육에 대한 오래된 고정 관념들, 즉 교육은 위로부터 누군가 무엇을 전달하는 수동적 과정이라는 개인적 경험은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지 않을까? 교육은 교수자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라 학습자와의 교감과 공유의 과정이며, 수업은 교수자의 ‘교수’와 학습자의 ‘학습’이 만나는 경험이다. 학습은 학습자로부터 시작되며 무형식 학습의 경우는 교수자 없이도 학습경험을 만들어간다. 학습은 기본적으로 자발성과 주도성, 자율성에 바탕을 둘 때 그 효과가 배가 된다. 꿈다락이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은 학습자의 예술창작과 학습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교수자를 전제로 한다. 예술교육가가 자신의 예술 창작과정과 경험을 학습자로서 참여자들과 함께 나누고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가는 창작활동 그 자체이다. 따라서 예술교육가에 대한 관심은 꿈다락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볼 수 있다.
2.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기획워크숍 주제인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위한 전시의 핵심은 ‘예술교육가’ 자체에 있었다. 개인들이 어떠한 예술적 삶의 경험을 갖고 있고, 꿈다락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예술교육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성과물이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술교육가의 ‘생각’ 자체가 전시의 핵심 콘텐츠였으며 이 생각을 모으고 분류하면서 이루어지는 아카이빙 과정 자체가 전시의 과정이었다.
예술교육가의 생각이 전시되고 교류되며 소통과 공유를 경험하는 ‘생각 박물관’과 같은 곳이 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무형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전시로 만들기 위한 큐레이터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고, 생각을 전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 사람의 의견과 참여를 통해 여러 주제가 제안되었다. 그 핵심은 예술가의 교육활동에서 부딪히는 근본적인 문제였고,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교육활동을 통한 예술교육가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논의과정에서 제안된 다섯 개의 주제는 이러한 고민을 자동사 형태의 키워드로 표현하였다. ▴질문하다 :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들, ▴부수다 : 매뉴얼화된 교육의 틀을 깨고 나오다, ▴번지다 : 변화와 영향을 주는 사람들, ▴꿈꾸다 : 상상해보는 꿈다락, 한계를 벗어나려는 꿈다락, ▴말하다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고민과 난제 등으로 시작하였다. 이 주제는 전시 콘텐츠와 전시 공간 기획 방향의 기반이 되었고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던 예술교육가의 생각을 탐구하고 모으는 기준이 되었다. 이 주제를 질문으로 만들어 전국에서 추천을 받은 18명의 예술교육가를 여러 전문가가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살아있는 이야기들이 모였다.
인터뷰에서 모아진 이야기들을 통해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로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성장하고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들은 개인별, 주제별로 다시 재구성하여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콘텐츠로 가공했고 전시와 워크숍을 통해 공유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앞의 다섯 개 주제의 핵심방향은 유지되었지만,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가치를 좀 더 다듬어 질문과 키워드를 재정리하고 전시 공간 구성에 반영하였다. 예술가들은 ‘왜’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고 꿈다락을 통해 예술교육가로 활동하게 되었을까? 예술가로서의 창작활동과 교육가로서의 교육활동의 경계선이 있는가? 그리고 이는 자신의 ‘정체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교육가로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교육활동을 통해 만나는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험은 어떠한 의미를 만들고 있는가? 매뉴얼화되고 절차화된 프로그램의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틀을 새롭게 만들려는 시도와 방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학습자의 주도성과 예술교육가의 역할은 어떻게 자리를 잡고 있는가? 이와 같은 질문들이 전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주제가 되었다.
3. 예술교육가의 고민과 생각들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교육가들과의 만남과 인터뷰를 통해 본 고민과 생각들은 단지 전시기획이나 워크숍 주제의 자료로만 의미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예술가 또는 한 사람의 예술교육가로서 예술과 교육의 융합과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힘들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첫째, 끊임없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 속에서 예술가로서의 창작활동과 예술교육가의 교육활동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점차 모아지기도 하였고 새로운 관점도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예술교육은 왜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나 예술가로서 예술교육에 대한 이분법적인 생각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예술교육이 창작활동의 바탕이 되고 창작활동이 교육의 내용과 방법으로 융합되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였다. 창작을 위한기획과 활동 과정이 예술교육을 위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공감이 될 수 있었다.
둘째, 예술가들이 예술교육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갖게 된 변화 중의 하나는 ‘나’에서 ‘너’를 통해 ‘우리’라는 관계를 맺어가면서 자신의 예술 세계가 아니라 학습자와 함께 하는 만남과 관계중심의 예술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 관심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본인의 장르 중심으로 예술을 교육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꿈다락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고민, 문화예술교육의 정체성과 교육에 대한 여러 질문은 예술가가 전달하는 예술에서 학습자들이 만들어가는 과정 중심의 예술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예술교육의 방법론 관점에서도 예술적 기능을 넘어서 창조적 예술놀이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놀이로서의 예술 또는 예술적 놀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보편화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이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것이다. 장르적 한계나 교수자 중심의 방법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예술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만들어주는 창조적 경험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창조활동으로 예술교육 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넷째, 결론적이면서 핵심적인 관점은 ‘사람’이다. 18명의 예술교육가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된 공통점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교육은 가르치는 내가 중심이 아니라 학습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며 예술교육가들은 교육활동 속에서 만나는 사람에 집중하면서 교육의 본질을 발견하게 되었다. 관계의 형성이나 새로운 학습자 중심의 창조적 예술교육 방법도 결국은 여기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4. 발견한 가치
꿈다락이 지향하는 가치는 기획워크숍의 명칭에서 잘 드러난다. ‘프리, 플레이, 펀(Free, Play, Fun)’ 즉 예술로 표현되는 자유롭고 재미있는 놀이 속에서 어린이, 청소년, 가족들은 주어진 창작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창작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상의 예술가로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예술의 세계가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세계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교육가들이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면 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단지 교육만 받게 된다. 예술가와 만나고 예술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활동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예술세계로 들어갈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예술가 또는 예술세계는 그저 특별한 사람들의 것으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꿈다락은 이 지점에서 예술교육가의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왔다. 가장 중요한 성과가 있다면 예술가와 일상의 사람들이 만나서 무엇인가 새로운 생각을 형상화하고 이를 사고로 개념화하면서 사유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술의 향유와 창작이 만나는 지점인 예술교육의 출발점은 ‘사람’이며 예술교육가들은 동료 예술가, 학습자로 참여한 사람들과의 생각과 사고, 사유를 공유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2018 꿈다락 기획워크숍을 통해 발견한 꿈다락의 가치는 여기에 있었다. 단지 국가의 공공서비스를 위한 정책사업으로써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김혁진
김혁진
모든학교 체험학습연구소 연구위원
(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예술감독
(전)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khjyout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