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협력위원회는 지난 1월 9일 시작되었다. 전국 17개 시도에 있는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이 함께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해 의논하고 공유하며 조정해 가자는 취지의 협의기구이다. 어느덧 위원회가 꾸려져 활동해 온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연말을 맞아 한 해 동안의 이어져온 위원회의 역할과 성과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 지역협력위원회 1차 회의(2018. 1. 9.)
  • 제2차 시·도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회의
지역화 논의의 전략적・실질적 테이블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광역센터’)가 지정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서야, 중앙과 지역 주체가 모여서 문화예술교육의 현실과 발전에 대해 논의하는 협의기구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그동안에도 개별 사업에 대한 논의구조는 꾸준히 존재했지만, 서로 간의 근본적인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지방자치분권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문체부가 올해 초 발표한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2018-2022)」에서도 ‘지역 기반 생태계 구축’이 첫 번째 추진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는 만큼,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지역화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는 지역협력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된 주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지역협력위원회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각 광역센터의 팀장과 문체부 사무관, 교육진흥원 본부장이 참여하도록 구성하였다. 전체 회의는 분기별 개최를 원칙으로 하나, 사실상 논의가 필요한 여러 안건들이 산적함에 따라 지난 1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여섯 번의 자리를 가졌다.
허울뿐인 형식적 위원회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안팎으로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명목뿐인 위원회가 되지 않기 위해 ‘현황 공유’를 넘어서 미뤄왔던 사안들을 가감 없이 논의 테이블에 올렸고 샅샅이 뒤져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를 살폈다. 사업 단위에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개별 사업에 국한된 단절적 의견이나 소감으로 머물렀을 말들이, 공식적인 지역협력위원회 토론 테이블에서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의 논의가 될 수 있었다. 거론된 의견들이 어떻게 모아지고,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어떻게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추상적이지 않은 실체적인 과정이 되도록 정립하는 시간들이었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노력
모두 여섯 번의 회의는 녹록치 않은 논의의 장이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고민과 불면의 날들이 있었다. 열 달 시간 동안 오고간 숱한 질문들 속에서 현재 중요성을 가지고 논의되고 있는 지점을 세 가지 정도로 짚어볼 수 있겠다.
먼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작동할 수 있도록 가장 근간이 되는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 수립과 관련된 논의이다. 지난 1월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2018-2022)」이 발표된 이후 각 지자체에서는 종합계획의 큰 기조를 반영하면서도 지역의 특성에 맞는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획 수립의 주체는 지자체이지만 지자체로 하여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환경이 정착되도록 하는 주체는 결국 광역센터가 될 수밖에 없고, 또 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의 자율성이 점차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역의 이러한 자발적 노력이 한층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협력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지역 정책 내에서 문화예술교육이 높은 우선순위를 갖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지자체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문체부에서는 시·도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회의를 개최하여 지역문화예술교육계획 수립 과정에서의 고민 지점과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기반 구축과 현안 공유
두 번째로는 지역 내에서 광역센터가 실질적인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축으로 역할하기 위한 여건과 관련된 논의로 이어진다. 그간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던 광역센터 위상과 역할 정립의 문제였다. 이는 일면 광역센터가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과 범위, 예산, 인력상황 등에 있어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낮았던 점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광역센터의 자율성과 운영 여건 개선을 위한 시발점으로, 내년부터는 그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운영으로 분리되어 운영되어오던 사업단위를 통합하여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구축사업’으로 운영하게 된다. 지역협력위원회에서는 이러한 통합사업의 자율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구체적인 운영 방향과 지침에 대한 상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향후 광역센터들이 지원사업 외에도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상에 명시된 연구, 교류 등 지역 내 문화예술교육 기반조성 역할을 다각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으로 기획‧운영하는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역협력위원회에서 주로 논의하는 세 번째 사항은 특정한 주제라기보다는 서로의 현안들에 대해 끊임없이 공유하고 질문하는 과정 자체에 있다. 결국 모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특정한 지역 안에서, 특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문화예술교육 전체의 환경과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부분적이면서도 전체적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추진 방향과 방식에 대해서 함께 의논하여 결정한다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데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역협력위원회 초기부터 그 점을 염두에 두어 교육진흥원의 올해 사업은 초기 과정에서부터 지역에 공유되었다. 그 중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사업’의 경우에는 참여 센터 선정방식이나 사업 추진방향에 대한 전체 광역센터의 논의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5개 센터가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수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연계 연수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거쳐, 6개 지역에서 8개 프로그램이 교육진흥원과 광역센터의 협력 하에 추진되었다. 한편,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체 기획사업도 지속적으로 공유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유사한 듯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사업들을 비교해보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실 뚜렷한 특정 주제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 못지않게 이러한 공유의 측면이 중요한데, 공유 과정에서 공통의 고민 지점에 대해 의논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전체 데이터를 통해 지금 우리는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바라보는 척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지역협력위원회 3차 회의(2018.4.25)
  • 지역협력위원회 4차 회의(2018.7.11)
지역화를 위한 능동적 참여와 준비
지역협력위원회 회의에서 제기된 안건은 단번에 결론을 낼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안건에 대해 의논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초안을 도출하고, 다시 논의하는 방식이 계속된다. 또한 하나의 주제에는 그 표면 아래에 관련된 하위 주제들이 존재하고 이들 각각은 또 다른 주제들과 사슬처럼 이어져 있기에 고민의 범위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확장되어 간다. 앞으로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는 많기만 하다. 당장은 문화예술교육 지역화를 위한 로드맵 수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자치분권로드맵’(행안부, 2017.10.26), ‘자치분권 종합계획’(자치분권위원회, 2018.9) 등이 발표되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지역화 및 지역자치분권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화 방향과 단계를 설정해 두지 않는다면 뚜렷해지고 있는 지역화의 흐름에 휩쓸려서 수동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지역의 특성이 고려되고 지역이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로드맵을 요구받기 전에 먼저 주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지역협력위원회는 서로 다른 17개 지역의 광역센터와 중앙부처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때로는 의견이 상충되기도 하고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순간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위원회의 취지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역협력위원회는 애초에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장이기 보다는 ‘상호 간 협력하고 역할을 조정하고 현안을 공유’하기 위한 협의기구로서 출발했다. 이는 무수한 이슈와 난관 사이에서 서로가 서 있는 지점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질문을 하고, 상대의 위치를 가늠하여 스스로의 위치를 조정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여러 경영 관련 이론에서 제안하고 있듯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 자체에 돌파구가 있고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하고 피곤한 몸을 일으켜서 한 공간에 모이는 이 위원회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던질 질문이 남아있는 한 여지는 있다.
사진없음
허윤정_기획협력실 대리
huhj@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