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노는 방법은 많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음악놀이터를 만든다면 어떤 소리와 악기들로 채워보고 싶은가요? 살면서 언젠가 한 번은 연주해본 기타,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 양손을 이용해 공간을 가득 채우는 피아노, 쿵쾅쿵쾅 드럼, 통통 퍼커션 등이 떠오르죠. 맞아요. 오래전부터 인류와 조화롭게 발전한 악기들이기에 친숙하고 듣기에도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생뚱맞게도 ‘생활 소음’을 갖고 음악놀이터를 채우는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생활 소음’을 떠올리면 소음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조금은 꺼려집니다. 그리고 그 소리 역시 처음 들으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싫어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생활 소음에도 분명 음이 있고, 매력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엔 낯설게 들리지만 반복해서 연주하며 리듬을 만들고, 음의 높낮이를 조정하며 연주한다면 세상 둘도 없는 재밌는 악기가 탄생할 거예요. 그럼 이제 ‘생활 소음’을 음악놀이터에 활용하는 사람들을 만나볼까요?
  • 사진출처 : https://vimeo.com/7939104
부엌을 연주하다
부엌은 오감을 깨우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그곳에는 여러 식자재를 손질할 수 있는 조리도구와 식기가 수납장에 가득합니다. 물론 소금통과 양념통도 있죠. 누군가 부엌에서 식기와 조리도구 그리고 양념통을 들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왠지 모르게 침샘이 들썩거립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분들은 재밌게도 침샘이 아닌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6명의 드럼 연주자가 한 아파트 부엌에서 요리가 아닌 공간과 생활 소음을 활용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영상출처] https://vimeo.com/7939104
여섯 명의 드럼 연주자가 주방으로 돌진합니다. 수납장을 두드리는 소리,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 전자레인지 버튼음, 냄비를 퍼커션처럼 두드리는 소리 등으로 멋진 연주를 들려줍니다. 익숙하게 들었던 생활 소음이 한데 뭉쳐 하나의 음악으로 주방을 가득 채웁니다. 사실 이 영상은 <하나의 아파트와 6인의 드러머를 위한 음악(music for one apartment and six drummers)>(2001)이라는 스웨덴 단편영화입니다.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이 영상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수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지금 바로 주방으로 가서 한 손으로는 숟가락으로 싱크대를 두드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수납장을 여닫으며 괴짜 연주를 해보면 어떨까요?
바코드를 연주하다
  • 사진출처 : https://www.facebook.com/FACTmagazine/videos/barcode-scans/312587942658097/
마트에서 가장 자주 나는 소리는 아마도 바코드 스캐너 소리가 아닐까요? 계산대에서 쉬지 않고 ‘삑~삑~’ 소리가 납니다. 상품마다 부착된 바코드를 자세히 보면 숫자와 줄의 굵기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바코드 줄의 굵기와 길이를 이용해서 악보처럼 연주하는 팀이 있습니다. 와다 에이(Ei Wada)와 일렉트로닉코스 판타스틱코스는 바코드 스캐너의 손잡이를 잡았다 놓았다 하며 비트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바코드의 굵기와 길이에 따라 음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하여 멋진 연주를 헤드뱅잉과 함께 들려줍니다.
[영상출처] https://youtu.be/YcHLh2_tteM?t=23
자동차를 연주하다
  • 사진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LFybwg4wadI&feature=youtu.be&t=14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굴러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이 필요합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 상상해볼까요? 일단 시동을 걸기 위한 자동차 키가 있어야 하고, 안전한 운행을 위해 문도 닫아야 하고, 시트와 기어와 클랙슨, 그리고 에어컨과 전기장치도 필요합니다. 장치가 많은 만큼 소리 나는 것들도 많겠죠. 누구나 한 번쯤은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핸들이나 손잡이를 두드린 적이 있을 거예요. 이 영상에서는 지프 자동차 하나를 흥 넘치는 음악놀이터로 활용합니다. 장르적으로는 트랜스에 가까운 연주이죠. 6명이 연주하고 2명이 소리를 녹음하고 믹스합니다. 터프하고 꽤 격정적인 음악입니다.
[영상출처] https://youtu.be/LFybwg4wadI?t=14
우리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것에 대해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생활 소음은 꽤 익숙하지만,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만들 생각을 하면 머리가 복잡해지죠. 하지만 생활 소음을 음악이 아닌 놀이로 대해 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커스텀 악기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 평범한 공간과 사물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생활 소음 가득한 우리네 공간이 음악놀이터가 될 테니까요.
김준수(몬구)
김준수(몬구)
뮤지션 (몽구스, 몬구)과 문화예술교육가로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음악이 흘러야 하는 곳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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