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위한 안전가옥
유럽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례
과거 산업 시설이었던 건물이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변화한 사례는 더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쓸모를 다한 공간이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자극과 창작의 터전이 되기도 합니다. 예술창작을 지원하고, 예술가와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유럽 문화예술 공간을 소개합니다.
맥주 공장에서 ‘문화 양조장’으로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ie)는1878년에 설립된 양조장입니다. 7,560여 평에 20여 개 건물이 집합해 있는 이 공간은 한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맥주 공장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독 정부로 소유가 변경되었으나, 1967년 맥주 생산이 중단되며 문을 닫게 됩니다. 독특한 건물 구조 덕분에 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선정된 양조장은 꽤 오랫동안 예술가, 문화예술 관계자와 행정 간에 활용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2001년 ‘문화 양조장’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8개의 극장과 카페, 박물관, 문학관, 음악학교, 연극학교, 스튜디오, 태권도장 등이 있습니다.
예술가를 양성하는 전차 차량 기지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꼬르야모 컬처팩토리(Korjaamo Culture Factory). ‘꼬르야모’는 핀란드어로 ‘정비소’을 뜻합니다. 1900년대 전차 차량 기지로 사용했던 공간을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재활용할 방법을 모색하였고, 2004년 복합문화예술센터로 거듭났습니다. 이곳은 모든 세대가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록 밴드 공연, 영화 상영, 클래식 공연, 전시 등 대중문화에서 비주류 문화까지 연간 4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또한 전문 큐레이터가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여 직접 소개하는 등 지역 예술가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과 만난 담배 공장
스페인 ‘타바칼레라 예술센터(Tabakalera International Center for Contemporary Culture)’는 1913년 설립된 후 2003년까지 90년 동안 국영 담배 공장이었습니다.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 지역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던 이 공간은 현재 예술가 및 기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에게 열려 있는 미디어예술센터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2008년 국제건축설계공모를 통해 공간 특성에 맞게 내부 구조를 개조하여, 2015년 개관합니다. 개관 이후 영화제, 미디어 아트 전시, 디지털 정보 관련 학술제,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타바칼레라 도서관은 책을 위한 공간을 넘어 3D프린트, 전자기기, 악기 등이 구비되어 있어 누구나 창조적인 미디어 작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무법지대
1921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파리 13지구에 식량창고로 지어진 ‘레 프리고(Les Frigos)’는 1970년대 초반 문을 닫으면서 빈 공간으로 전락했습니다. 비어 있던 레 프리고에 화가, 음악가, 건축가 등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술가들은 무단 점거를 지속하며 창작활동을 이어 나갔고 레 프리고는 점차 예술 창작촌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레 프리고에는 그림, 조각, 사진, 건축, 출판, 디자인, 악기공예 등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 및 전문가 120여 명이 입주해 있습니다. 입주자·입주단체가 제공하는 80개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매년 3,000여 명이 레 프리고를 찾는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산업시설이 지역 예술가를 양성하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한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쓸모를 다 했다고 생각한 공간도문화예술로 채워지면 무엇보다 값진 공간이 됩니다.
사진없음
프로젝트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