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어느 평범한 건물 2층에서 흥겨운 음악이 문틈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문을 열자 수업 전인데도 맑은 에너지로 강사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오늘은 ‘차이나는 스웩(swag) 미디어 밴드’가 있는 날! 이렇게 들뜬 기분으로 일찍 모인 걸 보면 아이들과 부모에게도 일요일 최고의 이벤트인가보다. 이미 아이들과 부모는 몸과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는 듯하다. ‘차이나는 스웩 미디어 밴드’는 미디어, 음악, 국악, 연극을 통해 차이나타운을 탐색하고 발견하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3년 동안 진행될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기획공모 프로그램으로서 올해가 첫해이다. 어반아츠 프로젝트 윤용훈 대표는 올해 프로그램을 ‘봄’과 같다고 표현하며 웃었다. 정말 봄과 같은 에너지와 웃음이다.

하모니, 함께 가는 미래
대림동 차이나타운은 문화적 배경이 다양하고 불안정하기에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 이런 지역적 특성이 언론과 영화 등의 매체에서도 자주 조명되고 있다. 그런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 어반아츠 프로젝트는 지난 한 해 동안 ‘대림동 차이나타운 초등래퍼와 함께하는 미디어 밴드’라는 프로젝트로 문화적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고, 올해도 큰 그림을 그리며 다시 차이나타운의 문을 두드렸다.
윤용훈 대표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기반으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예술적 체험을 통해 지역기반의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함께 소통하고 상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 동포 가족의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기에 부모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었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문제지만 각자의 사연으로 가족이지만 서로 다른 국적을 갖고 있으며 문화가 다른 토양에서 성장한 아이와 부모의 이질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정체성 혼란은 중국 동포 사회 내에서도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는 중국 동포 가족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그들이 서로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갖게 하고 전체적으로는 성장배경과 문화적 차이를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로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 첫 목표이다. 차이나타운 내에서 중국 동포 가족의 토양이 안정된다면, 그다음에는 지역사회와의 조화를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2년 차에는 또래의 자녀를 둔 혹은 같은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한국 가족들과의 소통의 장을 준비 중에 있다. 여기서 학부모들과의 교류가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의 사고가 어른들의 편견과 이기에 의해 영향을 받고 편 갈라지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의 힘으로 그들의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앞으로는 주민 간 교류를 통해 상생의 기회로 전환될 것이라고 어반아츠 프로젝트는 소망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역 주민과 미래를 함께 할 아이들이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긍정적 이야기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예술적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우리의 음악인 국악과 최근의 트렌드인 랩, 미디어(아이패드) 연주 형식을 빌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는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이 될 거라 확신한다.

가능성을 열어주는 예술교육
어반아츠 프로젝트는 “대림동의 갈등은 갑작스러운 변화와 성장이 만든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국 동포 가족 내에서의 세대 간 소통 부재가 더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곳에도 아이들이라는 역동적인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역 주민 간 교류와 동반성장이란 목적을 위해서는 중국 동포 가정의 소통과 이해에 대한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국 주민들과 소통이 가능하다. 문화예술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장의 마련과 첫 시작을 열어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희망해본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예술교육으로 꼬인 사회문제를 푸는 방식이기도 하다.
배경이 다른 개개인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놀이’만 한 게 있을까 싶다. 언어적 문제와 다른 배경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놀이가 즐거운 예술 활동이 되어 마음을 움직일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어반아츠 프로젝트는 미디어, 연극, 국악, 무용, 인디밴드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의 아티스트와 예술강사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강사를 통해 참가자들은 예술적 감각을 깨우고 다양한 시선과 긍정의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년 어반아츠 프로젝트가 진행한 ‘대림동 차이나타운 초등래퍼와 함께하는 미디어 밴드’에 이어 올해도 참여한 5학년 준서는 “작년에 했던 활동 중에서는 공연했던 게 기억이 나요. 무척 떨렸지만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작년엔 혼자 참석했지만, 올해는 엄마와 함께해서 너무 좋다고 한다. 올해는 랩 가사도 직접 만들고 국악도 함께 할 것이라며 웃는 준서가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무척 궁금하다.
‘차이나는 스웩 미디어 밴드’는 크게 탐색, 발견, 놀이, 소통 4단계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360도 카메라로 우리 동네를 특별하게 바라보기, 인터뷰를 통해 지역 이해하기 활동 등을 거치며 긍정의 스토리를 찾아 탐색한다. 놀이처럼 탐색하고 가족의 협업과 미션수행을 통해 동네의 새로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후에 가족이 만드는 차이나타운 유튜버(youtuber)와 국악과 랩으로 함께 하는 미디어 밴드 활동을 통해 나와 우리의 이야기로 가사를 만들어 서로의 이해를 이끌어낸다. 끝으로 발표회를 통해 나와 지역, 그리고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함께 한 후에는 나와 가족 그리고 차이나타운의 긍정적 이야기를 다양한 예술 장르로 경험하고, 최종적으로는 국악과 힙합이 함께 하는 미디어 밴드를 통해 가족이 함께 소통과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 된다. 음악은 마법과 같은 힘이 있기에 그 작은 울림이 나와 가족과 우리 동네를 움직일 것이라고 희망한다.

꾸준히 함께
오늘의 수업은 ‘미디어로 읽는 대림동 차이나타운 스토리–360도 카메라로 만드는 VR 지도’이다. 리포터가 되어 평소 실생활의 활동공간인 차이나타운의 시장, 놀이터 등의 공간을 소개하고, 360도 카메라로 VR 지도를 만드는 수업이다. 아이들은 VR 카메라 사용설명을 흥미진진하게 듣고는 밖으로 나갔다. 리포터 역할을 하는 친구는 인기 유튜버 마냥 최근 유명해진 차이나타운의 먹거리부터 놀이터까지 공간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더불어 아이와 부모가 한 팀이 되어 서로의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촬영을 진행하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촬영을 마치고 다시 교실로 들어와서는 ‘개고리 타령’을 동네 소개로 각자 개사하여 국악 가락으로 소리 내어 불렀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발표가 아닌 놀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한 명도 빠짐없이 개사한 타령을 힘차고 찰지게 불렀다.
어반아츠 프로젝트 강사진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힘은 ‘꾸준한 참여’에서 온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작년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해는 부모와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기에 활동이 종료된 후에도 그 영향이 더 오래갈 거라 생각된다. 윤용훈 대표는 3년 사업 중 1년 차를 진행하고 있는 요즘도 종종 프로그램이 끝난 후를 생각한다. 그리고 한 가지 소망이 생겼는데, 그것은 3년 후 어반아츠 프로젝트의 도움 없이도 이 모임과 활동이 자생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예술을 통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나와 가족만이 아닌 지역과 함께 할 준비를 하는 프로젝트로 계획되었다. 올해는 중국 동포마미봉사단의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 중에 있다.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중국 동포 가족과 한국 가족 간의 만남을 통해 ‘차이나타운’이라는 공통의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다양한 예술 장르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가족에서 마을과 지역으로 확대되며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1차년도가 ‘봄을 위한 준비’라면, 2차년도는 ‘여름 위한 준비’, 3차년도는 ‘차이나타운 싱그러운 여름’으로 계획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반아츠 프로젝트가 기대하는 싱그러운 여름은 어떤 이미지일까.
“여름 하면 수박이죠. 탱탱하게 익은 수박! 다 익은 수박. 얼마나 많은 분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소통할지 기대돼요. 의지가 쌓여 함께 공연을 만들게 되고, 또 그 후의 관계와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요.”
대림동은 문화적 배경이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그만큼 다양한 미소가 존재한다. 앞으로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펼쳐질 싱그러운 여름을 시 한 편을 빌려 응원해본다.

여름이 오면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파도

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 이해인 시집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중에서

사진 _ 장영주(디블리스코리아)
김준수(몬구)
김준수(몬구)
뮤지션 (몽구스, 몬구)과 문화예술교육가로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음악이 흘러야 하는 곳에서 함께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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