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현장 곳곳에는 문화예술교육 정책 안팎으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다. 근린 문화기획자로, 예술강사로, 예술가로, 단체 경영자로 활발히 활동하는 네 명의 전문가와 함께 문화예술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개인과 동료, 현장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눠보았다.
기획좌담 개요
• 주 제 : 문화예술교육, 사람과 일을 말하다
• 일 시 : 2018년 5월 14일(월) 15시
• 장 소 : 프라그로 다이너
• 참석자 : 정민룡(광주 북구문화의집 관장/좌장), 조선화(예술강사), 이미화(이웃상회 대표, 작가), 이창원((사)인디053 대표)

정민룡 : 문화예술분야 인력의 개념은 너무 모호하고 어려운 면이 있다. 행정에서 이야기하는 인력은 정책의 대상으로서 규정되는데, 오늘 이야기는 약간 개념과 가치의 관점으로 접근될 것 같다. 흔히 이야기할 때 문화 전문 인력이라고 하면, 자원으로서 인력 자체를 보는 관점인 것 같다. 조금 다르게 보면 문화매개 인력, 문화예술교육 인력처럼 일이나 직무 자체를 특징지어서 부르기도 한다. 정체성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자기의 어떤 정체성뿐 아니라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줘야 할 텐데, 그 일을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런 부분에서 문화예술교육에 관여되는 인력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다.
조선화 : 예술강사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고 서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동료들도 우리는 예술가로서 교육하는 사람인지, 전문 예술 분야를 교육하는 선생님의 개념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직업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예술강사’라고 답하면,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다시 물어본다. ‘예술강사’라는 직업이 생소한 사람들에게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한다고 하면 방과 후 선생님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떤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예술강사’라는 이름으로 긴 시간 활동하고 있지만, 직업적으로 명확히 정리된 것은 아니라고 느낀다. 일단은 자신이 가진 예술성과 대상자에게 어떤 가치를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의미, 그리고 그에 대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교육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라고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민룡 : 문화예술교육을 다루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인 것 같다. 특히 가르치는 것과 예술적인 것, 교사(teacher)와 아티스트(artist) 이 둘 간의 관계 문제가 가장 본질적인 문제이고,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았다. 이것이 결국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화 : 예술강사가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예술강사에게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예술교육프로그램 자체가 하나의 아트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예를 들면, 관객참여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작가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관객은 교육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의 참여로 인해서 나의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성향의 작가에게 ‘예술강사’라는 타이틀은 굉장히 제한적인 개념이 아닐까? 작가마다 유형이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관객참여형, 인터렉티브한 작가가 하는 아트 프로젝트는 그 중간에 있다. 그랬을 때 예술강사 사업을 보면 학습형 사업이 많아서 제한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었다. 저는 언뜻 보면 예술수업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저한테 그것은 아트 프로젝트이다. 본인들이 이것을 보는 정의 같은 것이 각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민룡 :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 특징이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개념의 창작을 세분화하면 다양한 방식이나 장치로 창작이 가능하다. 제삼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에 조금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작가일수록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지고,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의 문화예술교육은 그 자체를 다 허용하거나 포괄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이 스펙트럼이 넓게 구성되지 않고, 학습 중심으로 짜여있다 보니 예술강사의 개념이 좁혀지는 것 같다.
이미화 : 예술강사 각자가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들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술학습이 필요한 장르가 있다. 시니어 문화예술 워크숍을 하면서 금속공예 작가를 제작 협력강사로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함께 작업하면서 제작 협력강사는 금속을 다루는 기술을 전수하고, 저는 어르신들의 현재의 삶이 어떠신지 관찰하고 리서치 하는 ‘투 트랙’으로 진행했다. 그러면서 보완지점을 찾아간다. 서로 느끼는 부분도 많다. 학습에 문맥이나 메시지 등을 보완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기획이 붙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화 : 교육환경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학교나 복지기관에서 활동하는 ‘예술강사’의 경우는 교육적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예술 장르가 구분되어 선택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고, 학교나 기관이라는 틀 안에서 담당교사나 복지사와 협력하여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예술 활동에 대한 제한적인 부분도 있다. 저도 제가 가진 예술과 더불어 다른 콘텐츠를 함께 융합한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다. 좀 더 자유로운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같은 학교 밖, 기관 외 프로젝트를 찾아 기획할 수 있었다.

정민룡, 조선화, 이미화, 이창원
수요와 공급의 문제
이창원 : 예술가가 되는 과정에서 굉장한 기술교육, 직업교육을 받는데, 실제로 이 전공자를 필요로 하는 시장 자체는 굉장히 협소하다. 그래서 전통적인 작가로 편입을 하지 못하면 교육자로밖에 갈 수 없는 시장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예술강사 시스템이라는 다른 시장이 조금 더 열린 것이다. 이 현실 구조가 파악이 안 되면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교육자로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게밖에 갈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예술강사 시스템은 강사들이 수혜자를 만나기까지 단계가 복잡하다. 아르떼가 공고를 내면 학교 혹은 조직의 담당자들이 신청한다. 유통과정에서 몇 단계가 걸러지고 복잡해지면서 자유롭지 못한 시스템이 많아진다. 이 구조 속에서 인력들이 어떻게 길러질 것인가, 이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와 있다. 모두 이 구조에 대한 불만인 것 같은데, 예술강사도, 전문가도 구조에 대해서 명확하게 해석하고 분석하는 분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정민룡 : 유통구조가 복잡하지만 결국 그런 구조가 아니면 교육대상자와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진단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구조는 인정한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사회나 학교 자체가 워낙 종속적인 구조로 짜여있기 때문에 거기에 문화예술교육이 침투하는 데 10년이 걸렸고, 겨우 침투해서 저변을 확대해 놓았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를 반영하고 정책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이미화, 조선화 작가님이 말씀하신 고민, 예술적 창작 방식으로서의 교육이라는 수단, 실제 생계의 수단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갓 졸업한 수많은 예체능 대학졸업생까지 스펙트럼 자체가 넓게 포진되면서 서로 약간의 교집합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구조의 문제는 간단하게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이창원 : 복잡할 필요가 없는데 복잡하게 만들어놓았다. 현장에서 편리하도록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행정적으로만 편리하다. 서로가 오묘하게 책임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경력 혹은 티칭의 수준이 반영되지 않는다. 주강사, 보조강사 시스템만 있다. 기획자의 개념도 없다. 실제로 강의는 하지 않지만,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기획자의 역할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게 강사가 될 수도 있고 기획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것에 대한 가치평가 같은 것이 모두 짜여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계속 높여가는 구조가 아닌 하향평준화 시키는 구조 같다. 물론 행정적으로 가치와 기준 등 스스로의 질문들에서 나온 결과이겠지만 과감하게 시장에 맡겨놓으면 좋을 것 같다.
정민룡 : 예술가 중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 있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이 가지고 있는 인력의 직무나 일의 종류 자체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넓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공공영역까지 모두 포함한 시장에서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거기에 대응하는 소비자가 있을 때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규격화된 문화예술교육에 들어오기 싫은 사람, 참여자들과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은 다 배제된다. 그 좋은 자원을 우리는 다 놓치고 있다. 그것마저 인정해 준다면 진짜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교육 인력, 문화예술 관계자 인력, 주변인으로서의 인력 자체가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이창원 : 사회변화를 보면 모든 공적 영역, 특히 도시의 많은 영역에서 문화예술을, 문화예술교육을 원한다. 방법론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예술가는 애니메이션 강사가 가는 거다. 결국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 인력들은 강사가 되거나 인력 소개소가 되는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생태계가 넓어지기 위한 노력, 각자가 각자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역을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우리가 지금껏 안 해왔다.
정민룡 : 수요와 공급에 대한 문제다. 지금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원사업이 있는 부분이 ‘공급’이고,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수요’로 좁게 잡혀있다. 이것은 불균형이 아니라 ‘짜맞추기형’이다. 공급에 따라 수요가 정해지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수요를 전 국민으로 볼 때 공급은 0.1%도 안 되는 상황이다.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수요와 공급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이 생활화되지는 않았다는 지점이 중요하다. 생활환경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만나면 그 욕구 자체가 다양하고 많을 텐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공급이 그 부분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다.
이창원 : 공급이 겹치는 경우도 많다. 광역 정도만 돼도 문화예술회관, 문화의집, 대형마트, 백화점에 비슷한 수준의 교육커리큘럼이 많다. 거기에서 제살 깎아먹기 하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에서 2만 원 받고 할 경우 경쟁이 되지 않는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도 2층에 문화센터를 만들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지역사회에서는 경쟁 구도이다. 서로 경쟁 구도로 가다 보니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지역을, 사람을, 예술을 매개하다
정민룡 : 우리 지역에 ‘오타쿠’ 작가의 취미를 아이들과 같이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 작가가 아이들을 좋아하진 않지만(웃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뭔가 주고받는 것이 있으니 재미있게 진행된다. 저는 그것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장난감 공장’이라는 메이커 프로그램이다. 3D, 용접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회화 작가인데 회화 자체로 프로그램을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개인적인 작품 활동이다. 예술가로서의 생활과 사회생활이 만나지는 부분인 것 같다. 거기서 촉발하는 에너지가 있다.
이창원 : 칠곡군에서 하고 있는 사례는 대부분 주민 강사나 주민 문화활동가이다. 문화활동가도 대부분 교육을 기반으로 한다. ‘어로리’ 마을 할머니들이 한글을 다 배우고 나서 심심하니까 할머니 연극단을 만들었다. 지금은 공연비를 받고 공연하는 수준까지 왔다. 1기 어르신들이 연로하셔서 은퇴했는데, 여배우의 은퇴식도 했다.(웃음) 그 이후 60대 젊은 새댁들이 단원으로 들어왔고, 은퇴하신 분들이 강사가 되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기술들을 다른 주민들에게 이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매개 인력들의 역할인 것 같다. 할머니 연극단에서도 한글 선생님이 연극을 가르쳐주시다가 일정 수준이 되면 기술적으로 조금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원한다. 그러면 연극배우를 소개해준다. 다음 스텝으로 못 넘어가고 어려워할 때, 여러 가지 대안이나 사례를 제공해줄 수 있다. 강의하시는 분들도 중요하지만, 저희와 같은 매개 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화 : 2015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평택 ‘안정리’ 프로젝트가 있다. 평택 주한미군 이전사업으로 인해서 미군 수가 평소보다 4배 증가한 지역이다. 여기는 테일러샵, 양복과 양장을 만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분들이 연세가 높아지고 먹고살 만하시니까 쉬신다. 이분들과 함께 예술작품을 한번 제작해보자고 했다. 마을 이름을 따서 ‘안정맞춤’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제 더 이상 미군들 대상으로 성을 파는 지역이 아니라 70대 이상의 유휴 장인이 왕년의 기술을 부활시켜서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예술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2015년에 40여 종의 예술상품을 론칭했다. 현재는 지역장인이 지역주민들과 자체적으로 재봉워크숍을 진행하신다. 임의단체 구성 전 단계에 있다. 거기서 생산된 것들은 백남준아트센터나 서울시 북서울미술관 등 뮤지엄 아트샵에 유통시키고 있다. 스몰아트 개념으로 대중적 소비를 위해서 아트마켓에 유통시키고 싶었다. 작업 자체가 예술가와 동반하는 프로젝트라는 것이 중요했다. 자기 스스로 기술력을 사용해 문화전도사로서 자긍심과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것을 볼 때 굉장히 뿌듯하다.
조선화 :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 한 동네에서 30년 살았는데도 동네 사람을 잘 모르더라. 최근엔 사람들과 만나는 데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저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몇몇 주민과 인연이 닿아서 개, 고양이를 위한 축제를 만들었다. 성북천 분수 마루 한복판에 ‘개판’을 만들었는데 의외로 주민 반응이 좋았다. 개를 안 키우는 분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지역 주민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중학교 선생님을 만났고, 아이들이 지역에 있는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 직업을 체험하는 ‘꿈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과 연결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새로운 경험이 생겼다.
매개자의 자리와 역할
이창원 : 저는 대상자든, 학생이든 그 결정을 스스로 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생들이 자기의 삶을 직접 가사로 쓰면 저희가 비트를 만들어주고 녹음해서 음원 런칭까지 해주는 프로젝트를 재밌게 진행했었다. 멜론(음원사이트)에 가면 내 음악이 있는 것에 아이들은 어마어마한 자부심을 가진다. 그런데 대중음악 인력은 문화예술교육계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구조다. 기존의 클래식이나 국악 분야 쪽으로만 열려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실제로 대중음악을 훨씬 더 편안해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랩 배워서 뭐하냐고 한다. 하지만 랩을 하면서도 교육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이렇게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해주는 매개 인력들이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인력구조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정민룡 : 지금 이야기나 사례를 들어보면 문화예술교육이 지나치게 특별한 이벤트화 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일상과 만나는 지점을 많이 못 찾았던 것 같다. 낮은 수준의 단계에서 일상으로 계속 문화예술교육을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기 일상이나 삶에 관여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다음 단계로 삶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단계를 만들어내고, 결국 진짜 자기 삶을 가꾸는 하나의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창원 : 수요자 집단의 요구를 잘 해석해서 전달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잘 보여야 하는 대상이 네 곳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첫째 교육 참가자, 둘째 참가자를 보내주는 기관 담당자, 셋째 강사, 넷째 지원기관이다. 매개자는 이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조선화 : 좋은 기획자를 어디서 찾고 만날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꿈꾸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회계, 행정을 하다 보면, 나는 기획자가 되고 진행을 위해 다른 예술가를 섭외하고 있더라. 그렇게 하다 보니 필요에 의해서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떠오를 때면 함께 이끌 기획자를 찾지 못해 진행하지 못하고 고민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문화예술 기획자가 필요하다.

새로운 일거리 상상하기
정민룡 : 마무리로 문화예술교육에서 어떤 새로운 인력, 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재미난 상상을 해보자. 예전에 모 교수님이 회의 때 예술가가 학교에 작업실을 꾸리고 학교로 들어가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이 있었다. 학교 교실을 작업실로 바꾸고 예술가에게 월급을 주고 출근을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마중물 사례로는 좋았다.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이 아닌 환경을 바꿔주고 다른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바로 예술가를 일상적으로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 사례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예술강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 학교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것 자체가 새로운 인력, 일자리,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미화 : 사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파견지원사업에서도 그런 수요들이 나오고 있다. 5년째 하다 보니 기업과 예술가를 잘 매칭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것이 하나의 새로운 일자리가 되지 않을까.
조선화 : 지역마다 홍반장처럼 예술반장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예술로 접근하여 아이디어를 더하고 고민을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지한(?) 예술반장이 있다면 지역의 일상 속으로 예술이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창원 : 우리 단체는 10여 명이 상근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같은 단체가 지역별로 한 두 개씩 계속 만들어지고 청년 문화기획 인력의 자리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 청년 인력은 주로 공공영역으로 들어가기를 희망했는데 이제 민간영역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시스템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노무, 인사, 회계 등 경영에 필요한 영역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차적인 관계를 매개해주는 인력으로 키워졌고, 공공인프라를 만드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민간에서의 수요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민간단체가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민간단체도 거기에 걸맞은 투자와 역량을 갖춰가는 쪽으로 터닝하지 않으면 기존의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좋은 가치를 계속해서 창출해내고 이 가치에 걸맞은 시장을 만들어가야 이 영역 자체가 성장할 수 있다. 이 인력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숙제이다. 저에게 인력은 당면한 이야기이다. 개인기에서 시스템으로, 집권에서 분권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수많은 정보와 자금들이 분권화되길 바란다.
정민룡 :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이 아니라 큐레이션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좋은 예술가, 예술작품이 있을 때 이것을 문화예술교육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편집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티스트 헌터가 되는 것이다. 예술가, 예술작업을 발굴하는 개념이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개념이 단순히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아닌 관계를 만들어내고 재활용하거나, 업데이트할 수 있는 편집자의 역할이어야 할 것이다.
정민룡 _ 광주 북구문화의집 관장
정민룡 _ 광주 북구문화의집 관장

한 때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었고, 잠깐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현재 광주북구문화의집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시민문화활동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평생 북구문화의집에서 일한 것이 자랑이지만 한편으로는 고인물이 되진 않을까 싶다. ‘근린 문화기획’ 하는 일을 좋아한다. 공방 프로그램 ‘생각하는 손’, 노작 중심의 예술교육 ‘바퀴달린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선화 _ 예술강사
조선화 _ 예술강사

학교 문화예술교육, 장애인 대상 사회문화예술교육 분야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가들과 ‘펀코’라는 단체를 만들어 ‘예술로 놀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곳곳을 찾아다니며 문화예술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화 _ 이웃상회 대표, 작가
이미화 _ 이웃상회 대표, 작가

2009년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하여 ‘이웃상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안양에서 지향점이 맞는 작가들과 ‘이모저모 도모소’라는 공간을 운영하며 그룹 활동도 하고 있다.
이창원 _ (사)인디053 대표
이창원 _ (사)인디053 대표

전방위 독립문화기획자이자 생계형 문화예술단체 경영자. 지역에서 독립문화예술, 특히 음악 관련한 공연, 축제, 전시, 공공문화 프로젝트, 문화정책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총괄기획, 칠곡군 ‘인문학 마을만들기’ 사업 총괄을 맡았다. 지역 문화전문인력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_ 이재범(pov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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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_ 프로젝트 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