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문화는 원주민과 이주민이 공존하는 특성이 있어,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예술교육 기관 및 단체에서도 예술교육 매개자들이 이러한 가치를 성찰하고 교육 참여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 예술교육연수센터에서는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 사례를 통해 향후 더 나은 연수 프로그램 방향을 설정하고자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의 두 연극 단체, ‘셰익스피어 인 액션(Shakespeare in Action)’과 ‘영 피플 씨어터(Young People Theater)’를 찾아, 그들의 연수 프로그램의 특징과 핵심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경험하는 예술교육
– 셰익스피어 인 액션(Shakespeare in Action)
셰익스피어 인 액션(Shakespeare in Action, 이하 SIA)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공연과 연구 등을 통해 예술교육을 하는 토론토의 연극단체이다. 젊은 층의 관객부터 그 가족까지 포함한 지역 커뮤니티에 셰익스피어 작품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1988년 설립되었다.
영미권 문학의 큰 축을 담당하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연극, 문학, 음악(운율), 역사, 문화다양성 등의 여러가지 교육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고어체가 많이 사용되어, 영어권 국가에 소속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쉽게 작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교육 참여자들이 셰익스피어 문학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친숙하게 연극을 접하여 향후 연극 애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 및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단체의 운영은 창립자인 마이클 켈리 예술감독과 교육 코디네이터 데이비드의 2인 체제로 이루어지며 정규 자원봉사자, 그리고 아티스트 및 교육자들이 프로그램에 투입된다.
SIA는 5~7년부터 신규 강사까지 다양한 활동 경력을 가진 20여 명의 예술강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신규강사를 매년 선발한다. 이들은 주로 연출가·예술강사·배우 출신들이며, 배우의 경우 예술강사 활동뿐만 아니라 SIA에서 운영하는 연극공연 투어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예술가가 예술강사로 합류하는 경우에는, 그룹별 트레이닝 연수를 제공하는데 이때 동작과 발성 등 신체 기술뿐만 아니라 예술교육의 가치와 교육 참여자에 대한 이해 등 교육 철학적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교육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연수 프로그램의 가장 최우선 과제는 많은 경험을 통해 예술강사 본인만의 노하우를 익히고 자존감을 획득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바람직한 예술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셰익스피어 인 액션 프로그램 리허설 장면
  • 셰익스피어 인 액션 프로그램 공연 장면

매개자(예술강사) 대상 프로그램은 대표적으로 ‘신규 예술강사 연수 프로그램’이 있다. 신규강사 선발 시, 예술교육 현장에 나가기 전 2주 동안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현장을 위한 준비를 지원한다. 연수 기간 동안에는 SIA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의 프로그램(학교 및 도서관 워크숍, 셰익스피어와 힙합의 만남, 이민/난민으로 영어가 서툰 학생을 대상으로 한 ESL 영어 교육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프로그램을 변경하거나 기존 강사 개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트레이닝이 필요할 때는 교육 현장 투입 전에 하루 과정의 ‘리프레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마이클 예술 감독과 예술강사, 학교 교사들이 모여 프로그램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는 ‘학교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있다.

  • <셰익스피어와 힙합의 만남> 프로그램
  • <여름 캠프> 프로그램

일반 참여자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셰익스피어 문학을 랩을 통해 배우는 과정으로 힙합 음악 전문 예술강사가 진행하는 ‘셰익스피어와 힙합의 만남(Shakespeare Meets HipHop)’과 토론토 하이파크에서 개설되는 큰 규모의 셰익스피어 연극 축제에서 프리쇼 형태로 일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는 ‘여름캠프’가 대표적이다.
또한 SIA에서는 온타리오 주 교육청에서 수립한 교과과정을 단체의 프로그램과 대조 후, 각 학년에 따라 갖춰야 하는 예술, 언어(문학), 체육 활동 등의 역량에 적합하도록 프로그램을 조율하여 예술강사 및 교육 참여자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성․개방성․유연성․평등성의 가치를 추구
– 영 피플 씨어터(Young People’s Theatre)
영 피플 씨어터(Young People’s Theatre, 이하 YPT)는 12년 전부터 보다 본격적으로 예술교육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하여, 직원 수와 참여자 대상 프로그램의 파견 학교 수 등 전반적인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YPT는 ‘YPT 멤버 학교 프로그램(YPT’s Member Schools program)‘을 운영하여 특정 학교와 3년 동안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기간 동안 학교에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참여 학생들이 비평적 사고, 조사, 분석 및 의사소통 기술을 습득하는 동시에 예술 분야에서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파트너십 학교에는 YPT의 ‘예술강사 연수 프로그램(Artist Educators Training)’을 통한 연수와 ‘레지던트 예술강사 프로그램(Resident Artist Educator Program)’*의 관리를 통해 예술강사가 파견 된다.
*레지던트 예술강사 프로그램(Resident Artist Educator Program): 예술강사가 교육 및 참여 부서의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고, 레지던트 기간 동안 예술교육 현장에 나가서 가르치는 등 연수 프로그램을 통한 예술가와 교육가의 이중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
<YPT 프로그램 구조도>

  • 영 피플 씨어터 건물 전경
  • 영 피플 씨어터 프로그램실 전경
YPT에서는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예술강사 연수 프로그램(Artist Educators Training)’을 운영하고 있다. 연수는 18~20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2일동안 진행되며, 개설 첫 해에는 ‘레지던트 예술강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하다가, YPT 직원 및 자원봉사자에게로 참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프로그램 1일차 오전에는 주제를 정한 후, 관련 내용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수업의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를 진행하며 이후 참여자의 질문을 바탕으로 예술교육 관련 학습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파견 학교 교장 등 교직원도 연수에 참여한다. YPT에서는 전반적인 예술교육 방법과 학교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한 학습 계획을 예시로 제시하고 이를 참고로 참여자 본인만의 수업 계획을 수립하도록 독려한다. 1일차 오후에는 참여자가 오전에 수립한 학습 계획을 바탕으로 실제 수업을 시연하고 참여자들끼리 협업하고 토론하면서 수업 내용을 발전시킨다. 이 중 그룹별로 본인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90분 동안의 ‘액티비티 셰어(Activity Share)’ 시간에는 참가자들의 과거 경험에서 유용했던 교수법(예: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 연극 장면별 케이스 스터디, 연극 캐릭터의 이해 등)을 교육 참여자 연령층에 따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함께 논의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2일차는 전날에 계획한 내용을 바탕으로한 교수법이 실제 시연을 통해 교육 참여자에게 통용되는지 점검하는 날이다. YPT 멤버 학교 프로그램 참여 학교 중 4개 정도의 학급에서 온 학생들이 시연 워크숍의 주요 대상자로 참여하며 이 때 해당 학교의 교장 및 교사도 참관한다. 워크숍 시연에 앞서 학생들은 피드백 전달 방법에 대해 안내를 받고, 시연 후에는 피드백을 공유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 이수 후에는 특정한 혜택(수료증 발급 등)이 있진 않지만, 저명한 예술강사가 본 프로그램에 함께 참가하여 참여자들의 멘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연수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이 경험을 통해 쌓아온 철학과 암묵적 노하우를 공유 받을 수 있다. 또한, 실제 교육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수업 시연을 통해 본인의 계획과 프로그램 활동의 직접적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영 피플 씨어터 <Artist Educators Training> 프로그램

최근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도 다양성, 지역성 등의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교육 참여자 수요 기반의 교육, 해당 지역만의 특색 있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기에서 이를 실천하고 있는 캐나다 문화예술교육 환경은 한국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도 참고할 만한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없음
장효선, 김경숙_예술교육연수센터
hyosun90@arte.or.kr
kskim@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