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새 정부의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 및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세 차례에 걸쳐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아르떼365]에서는 총 3회에 걸쳐,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교육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되었던 주요내용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 ① 1차 토론회: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방향과 전략
  • ② 2차 토론회: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 ③ 3차 토론회: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
지역화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로 접어들었다. 문화예술정책에서도 지역 중심의 현장과 밀착된 정책실행이 강조되고 있다. 언젠가는 나아가야할 지향점이 아닌 이제는 가시화될 수 있는 선결과제이며, 한 발만 더 내딛으면 지역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지역분권은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적극적으로 언급된 것을 시작으로, 각종 토론회 등에서 지역화, 지방분권, 지방자치는 비중 있게 다루어져왔다. 지역화는 새 정부 정책방향의 중요한 기조이고,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공적 영역의 문화예술교육은 중앙기관과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진행되어왔던 만큼,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은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슈가 2017년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교육 중장기계획(2014)을 보면 향후 5년간 집중해야 할 추진전략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일상화, 지역화, 내실화를 명시하였다. 달라진 점이라면, 당시의 지역화는 언젠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막연한 합의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지금의 지역화는 문화예술교육의 성장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과정에서 중요한 기반이자 방향이라는 인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향후 5년 간의 문화예술교육의 전략과 방향을 거시적 관점으로 짚어보는 1차 토론회의 주제가 총론의 성격을 가진다면 2, 3차 토론회는 문화예술교육의 목적 달성을 위해 현재 시점에서 주요하게 대두되는 요소를 논하는 자리로 위치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2차 토론회는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어 두 건의 발제와 네 건의 토론, 그리고 종합토의로 구성되었다.

발제 1_문화예술교육의 지역분권 실현을 위한 방향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박영정 실장은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방향을 제안하는 논고에서 기존 진행된 문화예술교육에서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문화예술교육의 과제 10개를 도출하였다. 박영정 실장의 발제는 현재 문화예술교육이 봉착한 문제들의 원인으로 양적 성장이 지니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작되었다. 양적 성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들이 존재하긴 하였으나, 양적 성장이 문화예술교육의 건강한 성장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양적 성장 주도의 전략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양적 성장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로 사업 운영에서 디테일의 부재, 사업 주체 간 파트너십의 기술 부족, 적합치 않은 사업명 등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에 연계되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그렇지만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을 질문,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 그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아닌, ‘향후 얼마동안 문화예술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협의하고 합의해나가는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말로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주체들이 이 고민을 지속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함을 피력했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역분권에 대해서는 발제 중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되었다. 기존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가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설계와 운영이 아닌 중간전달체계 역할밖에 수행할 수 없는 구조를 지적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딛고, 지역문화예술교육이 재출발할 수 있는 방향은 첫째, 광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 기반 위에 센터의 포지셔닝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지역 차원의 종합적인 문화정책 수립, 그 안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 셋째, 학교/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이원적 체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 넷째, 기초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여 기초 단위의 문화시설과의 협력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함을 논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로는 지역센터에 관할 지역 문화예술교육사업의 기획과 운영의 권한을 부여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발제 2_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 과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인천문화재단 손동혁 팀장은 지역문화재단의 실무자의 관점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과제를 논하였다. 현행 문화예술교육의 문제점으로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상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을 국가적 차원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 학교 문화예술교육, 사회 문화예술교육으로 이분화되어 있다는 점, 예산과 수혜자 규모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비중이 크고, ‘전 국민 평생 문화예술교육 환경 구축(문화예술교육 발전방안, 2010)’은 요원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어서 발제자가 생각하는 지역문화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지역주민의 지역적 삶과 유기적으로 연관되며,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정체성이 형성되고 실천되는 문화’로 정의하고, 지역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전략으로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체계가 구축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관련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 진흥원, 지역센터의 역할을 제시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며 부처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역할, 진흥원은 지역센터의 지원을 중심으로 정책연구 및 관련 네트워킹 구축 및 조정 등의 역할, 지역센터는 문화예술교육의 핵심 거점으로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기획·관리·실행하는 역할 등을 중심으로 담당할 것을 제안하였다. 두 번째 전략은 지역사회 기반의 문화예술교육으로의 전환으로, 이는 기존의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탈피, 지역사회 관점에서 사회/학교 문화예술교육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전문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문화예술교육 전문공간 조성과 지역별로 조건과 상황에 맞도록 사업을 개발하여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판을 재구성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토론 1_문화예술교육 지역화의 방향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정경운 교수가 좌장을 맡고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교육 담당자(전라북도청 문화예술과 박화선 주무관), 기초재단 대표(성북문화재단 김종휘 대표이사), 사회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겸 강사(마을온예술 김가희 대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활동가(광주 청소년삶디자인센터 박형주 센터장) 등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방향, 예상되는 효과/문제, 구체적인 방법 등을 제시하였다.
발제자와 마찬가지로 토론자들도 중앙정부의 기능의 일부가 지방으로 이양되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첫 번째 토론자인 김종휘 대표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기반의 다양성 확보가 선결되어야 함을 논하였다. 중앙은 지역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지역은 자율성에 기반한 실험과 시도를 추진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지역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방식의 전환’을 제안하며, 어려움을 감수하고 지역으로의 이양을 시도해보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토론 2_문화예술교육 지역화에서 예상되는 긍정/부정적 효과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화선 주무관은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시대’에 순응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지역화를 통하여 기대되는 효과와 그것이 야기할 문제점을 사전에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현재 공급자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갖고 있던 한계가 생활과 지역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지역적 특징을 충분하게 반영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 입장에서 예산의 능동적 활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선택과 대처가 빨라질 것이다. 지역화에 있어 우려되는 점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 혹은 이해도에 따라 정책 수준 편차가 심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정치적 영향으로 인한 양적 팽창이 급속히 이루어질 가능성 등을 제기하였다.
토론 3_지역화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고민을 주제로 한 토론도 진행되었다. 현재 사회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가희 대표는 지역에서 지역 주민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였다. 문화예술교육의 매개자인 예술강사와 기획자들 간에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나,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기 위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법과 지역문화예술교육의 논의의 주체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를 분명히 하고 이들이 만날 수 있는 논의테이블을 마련하자는 안이 제시되었다.
또한 지금부터의 문화예술교육이 지역분권 자율형 문화예술교육 추진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다. 청소년삶디자인센터의 박형주센터장은 지역센터가 지자체, 광역재단, 중앙기관 등 다수의 사업주체들과 연계되며,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있어 센터 본연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역센터의 독립시설화 혹은 독립기관화를 제안하였다. 지역센터가 자체적인 회계 규정과 인사권을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자치단체장과 협의를 거쳐 지역센터를 지정한다고 되어있고, 지역적인 논의는 배제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10조,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시행령 제9조가 지역 분권에 맞게 변경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지역분권의 진행에 따른 중앙기관의 역할 전환을 언급하였다.

종합토의_지역화에 대한 재고
종합토의 시간에는 플로어의 청중들로부터 이제까지의 발제와 토론이 일관되게 지켜온 지역화라는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게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전국의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지역분권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고, 지금의 체계에서도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지원수준의 편차가 존재하는데 지역화가 진행된다면 이 편차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을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마지막 질의자는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기본적인 방향과 프로세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예산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갖춰지지 않으면 본 사업에 종사하는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 지역분권, 지역 중심으로의 흐름은 그 당위성에 대해 큰 이견이 없을 정도로 공감되는 정책방향으로 인식되지만,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지역화의 과정과 지역화가 완료된 이후에 펼쳐질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는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또또한 지역화를 지역 내의 정책 생태계의 조성과 활성화 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중앙기관 및 지자체와 지역기관 등 관련 주체들과의 네트워킹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본다면, 결국 지역화의 핵심은 중앙과 지역의 적합한 역할 분담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협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조와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내용만 바꾸면 예외적인 상황만 양산할 뿐, 전체적 로드맵을 그릴 수 없다’는 토론자의 발언은 우리가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함의하고 있다. 지역화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오늘의 논의가 공허한 울림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합의한 방향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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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아_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정책연구팀 대리
sooa@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