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분야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기업의 혁신 책임자 데이비드 코드(David Code)는 그가 출간한 책의 이름에서처럼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축약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잉(Borrowing)’입니다. 바로잉 외에도 오마주, 모티브, 샘플링, 리메이크 등 비슷한 단어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모방’도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의미의 창의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명 ‘따라하기 창의력’입니다. 모방을 창의력으로 연결 짓는 것이 지나친 비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숨겨진 의도나 메시지를 전달해주기 때문에 기존의 예술작품들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하고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나만의 메시지를 담는 예술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어캡 위에 그려진 명화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사례는 일명 ‘뽁뽁이’라고 불리는 포장용 에어캡에 아크릴 물감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발사해 명화를 재현하는 작품입니다. 하나하나의 점이 모여 실제 명화를 재현해내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에어캡 명화는 지난 2014년 5월 캐나다 예술가 브래들리 하트(Bradley Hart)의 작품으로 뉴욕의 카발리에 갤러리(Cavalier Gallery)에서 ‘The Masters Interpreted: Injections & Impressions by Bradley Hart [NY Project 3W57]’라는 이름으로 전시된 바 있습니다.
브래들리의 작업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아크릴 물감이 주입된 주사기를 이용하여 각각의 에어캡에 물감을 주입합니다. 대표적인 작품의 소재는 반고흐 초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모나리자 등 수 세기에 걸쳐 회자되고 있는 대작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브래들리의 스튜디오입니다. 브래들리는 주사기, 여러 색상의 물감들, 시트지 등 도구를 재활용해 실제 화가들이 사용하는 붓, 스케치북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재미 삼아 명화들을 모방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만의 예술혼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정크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제인 퍼킨스(Jane Perkins)도 수많은 단추, 구슬, 플라스틱 장난감 등으로 고전 예술 작품을 만드는데 정통한 작가입니다. 에어캡 명화를 완성한 브래들리의 모나리자와는 또 다른 느낌이죠? 작가 개인별로 고유의 색깔과 가치관이 뚜렷하게 묻어나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투영시키는 명화

사진으로도 예술 작품을 재창조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미술 거장들의 명화에서 단순히 동기부여를 받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진이라는 새로운 양식과 스타일을 더한 재해석 방식입니다.
홍콩의 이미지 기반 소셜 미디어 사이트 ‘나인개그(9GAG)’에 게재된 어느 잡지의 화보입니다. 익숙한 얼굴이죠? 할리우드 대표 배우 줄리안 무어(Julianne Moore)가 바로 그 잡지의 모델로 참여했습니다. 이 화보의 이름은 ‘Julianne Moore as Famous Works of Art’로 지난 2008년 줄리안 무어가 유명 잡지와 명화를 콘셉트로 패션 화보를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현재는 비슷한 콘셉트의 화보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 때 당시에는 굉장히 신선하고 독특한 화보였습니다.
그녀가 따라한 작품들은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Seated Woman With Bent Knee’, 존 커린(John Currin) 의 ‘The Cripple’,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Woman With a Fan’,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의 ‘Man Crazy Nurse #3’,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의 ‘Madame X’, 에드가 드가(Edgar De Gas)의 ‘Little Dancer, Aged Fourteen’입니다.
이 작품들은 명화를 리메이크했지만 결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거나 외면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사진작가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bergh)와 줄리안 무어가 과거의 화가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원작자가 왜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몸으로 알게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줄리안 무어만의 가치도 더해지고 말이죠.

지난 2011년 ‘Booooooom’ 제작자인 제프 하마다(Jeff Hamada)는 오래된 페인팅 작품을 현대 사진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예술가에게 도전하는 ‘더 리메이크 프로젝트(The Remake Project)’를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정교한 세트장을 만들어 내고, 그 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고전적인 풍미를 그대로 자아냈기 때문입니다. 몇 년 후 이 프로젝트는 ’리메이크 : 예술 작품의 마스터 작품‘이라는 제목의 크로니클 북(Chronicle Books)’을 통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이 강조하는 관점은 이렇습니다. 일부 예술가들은 고전 작품을 완벽하게 재현해 정확한 비교를 하지만, 작품의 본질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각도를 달리해 더 느슨하게 비교할 것을 제시합니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따라하기

관련URL(이미지 출처)
http://slowrobot.com/i/74754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제2의 창의력은 ‘일상 속 따라하기’입니다. 만화나 캐릭터를 사진으로 재현함으로써 또 다른 창의력을 발휘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재현의 대상이 꼭 명화일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라면,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익살스러운 표정들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실제 사람으로 변신했습니다. 흡사 일본에서 건너온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문화의 일종처럼 보입니다. 지금은 일종의 행위예술로서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선량한 예술가는 빌리지만, 위대한 예술가들은 훔친다.”
“나는 거인의 어깨 위를 딛고 올라선 난쟁이에 불과하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와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한 말입니다. 예술의 소재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따라쟁이 예술가로 불릴 다음 주인공이 기대됩니다.

사진 없음
채널원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