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하 교육 주간)은 5월 24일 국제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25일 문화예술교육 컨퍼런스, 27-28일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등으로 꾸려졌다. 이중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은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400여 명의 참여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 현장에 아르떼365가 다녀왔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문화예술교육 신념과 상상, 기쁨을 말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고, 예술가이자 예술교육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 예술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방법론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그 동안 빠른 양적 성장을 해 온 우리나라 예술교육이 향후 다양성을 확보하고 예술교육의 질적 강화를 동반하도록 하는 가능성을 모색,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발제 ① 예술교육가: 날개를 달아주는 자

알바로 레스트레포, 콜롬비아 현대무용가 / 콜롬비아 ‘몸의 학교’ 설립자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몸의 학교 출신 전문 무용수 부쓰다만떼와 함께 예술가와 예술교육자는 ‘날개를 달아주는 자(Wing Maker)’라는 자신의 선언을 담은 퍼포먼스로 발제를 시작, 모두에게 예술적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과학의 지식 탐구 방식과 같다고 주장하며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공저 『생각의 탄생』을 예로 들었다. 이 책이 ‘예술과 과학을 동등한 위치에 두는 통합적인 교육과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부분을 인용하면서 역사적으로 예술과 과학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매우 훌륭한 성과를 내어 왔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까지 전 과정에서 모든 학생이 인문학과 수학, 과학과 마찬가지로 예술을 배워야 한다고 전하였으며, 예술교육이 제도권 교육 내에서 ‘여가’ 혹은 ‘엔테테인먼트’로서만 행해지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였다.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 영감을 이끌어 내는 사람
알바로 레스트레포가 20년 전 설립하고 운영해 온 ‘몸의 학교’는 ‘예술과 함께’와 ‘예술을 위한’이라는 말을 분명하게 구분해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여기서 ‘예술과 함께’란 전문적인 예술가를 통해 배우는 통합적인 예술교육을 말하고, ‘예술을 위한’이란 매우 높은 수준의 엘리트 교육으로 일생을 예술을 위해 살도록 어려서부터 길을 밟아온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교육자가 아니라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예술세계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눈과 마음을 열어 주는 사람을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말하는 예술교육가로서의 과제는 ‘크리에이터의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각가의 조각가, 예술가의 예술가.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 (Wing Make)’. 이 시적이고 광범위한 것이 예술교육가의 임무라는 그의 맺음말은 우리 교육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게 느껴졌다.
발제 ② 일상과 예술의 연결고리

천정명. 한국 ‧ 사다리연극놀이아카데미 교감
20년 간 현장에서 연극놀이를 진행해 온 천정명에게 연극과 연극놀이는 대상을 만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분리된 작업이 아니었다. 그녀의 연극작품들은 어린이들의 놀이를 예술 표현의 방식으로 선택한 작업들이며, 관객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특징이 있었다.
놀이는 활동 속에서 의미를 연결하고 사고를 확장시켜주는 사람이 있을 때 인식의 변화와 삶의 변화로 나타난다고 전하였으며, 연극놀이 교사들, 바로 예술교육자들의 역할이 이것이라고 주장했다.
삶의 지평을 넓혀주는 예술교육자
연극놀이와 놀이의 차이점은 수업을 구성하는 교사가 있다는 점이며, 연극놀이 교사는 참여자들이 발견하거나 이해해야 할 것을 수업목표로 설정하고 연극과 놀이를 기반으로 한 활동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연극놀이는 과정을 안내하는 교사와 함께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자신의 몸과 언어로 살아보는 ‘과정(process) 중심의 연극적 활동’이며, 그것을 한마디로 ‘안전하게 삶을 연습’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술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예술가처럼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과 주변에 대해 발견하며, 예술의 은유와 상징을 사용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제시했다. 예술교육자는 그 길을 안내하는 설계자이자 조력자여야 한다고 그녀는 결론지어 말했다.
발제 ③ 음악적 교감: 소리, 상상력 그리고 예술성

베스 볼튼, 미국·템플대학교 음악교육학과 교수
예술적 교감을 통한 음악교육
음악교육에 있어 중요한 단어들은 상상력, 감성, 소리, 예술성 등이다. 이 개념들이 실제 음악교육에 왜 중요한지, 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시연해 보이는 과정이 베스 볼튼의 발제 시간이었다.
베스 볼튼은 예술적 교감을 나누기 위한 다섯 가지 요소들에 대해 말했다.
먼저 오디에이션(audiation)을 설명했다. 오디에이션이란 음악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들리거나 존재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존재하고 이해하는 음악을 말하며, 오디에이션은 아동들에게 음악의 이해를 돕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음악적 개입이었다.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인 소리와 움직임, 감성, 단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상상력도 동원된다는 것이다. 또한, 음악과 직접 상관없는 요소들도 끌어들여 음악이 주는 감정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감성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감정이 있고, 물론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도 감정이 있으며, 그 감정의 공유가 예술교육, 특히 음악교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네 번째는 아티스트리(artistry), 예술성이다. 아티스트리가 있는 음악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가 어떻게 예술성을 개발할 수 있을까? 베스 볼튼은 지속적인 자기개발이 답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노래를 하다보면 내일은 더 나은 노래를 부르게 된다는 것. 그렇게 해서 예술 교사는 꾸준히 노력하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나만의 음악이 나오게 되고 그 독특한 예술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음악교육과 예술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섯 번째, 음악적 다양성도 중요하다. 음악교육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대상으로 적합한 방식의 음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그녀는 음악교육이 한 사람의 음악적 감성으로 다른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예술교육이란 감성을 통해 함께 변화시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는 주장이었다.
발제 ④ 행복한 만남: 시각예술에서 창의적인 배움의 장 만들기

안나 커틀러, 영국 미술 행정가·테이트미술관 그룹 교육총괄
안나 커틀러는 ‘행복한 만남’을 주제어로 선택했다. 그녀가 말하는 행복한 만남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어떻게 미술관이 행복한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발제는 그녀가 받은 한통의 이메일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안나 씨, 테이트 모던이 생기기 전부터 오랜 시간동안 테이트 모던 길 건너편에 사는 80살 노인입니다. 나는 내가 속한 세계에 대한 걱정, 내 인생에 대한 걱정, 내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내게는 행복한 만남이 필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안나 커틀러는 이 메일을 테이트 모던의 열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테이트 익스체인지’를 운영하는 데 있어 출발점으로 삼았다. ‘행복한 만남’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녀의 팀, 예술가, 관객들과 협업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런 행복한 만남을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테이트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안고서.
테이트 익스체인지는 새로운 시민 사회적 공간으로 누구나 언제든지 와서 강연도 듣고, 대화에 참여하고, 우연한 기회에 와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아티스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대중은 새로운 아트의 형식을 만나기도 하는 곳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행복한 만남’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테이트 익스체인지는 매년 9월부터 그 다음해 4월까지 연간 주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지난 5년간 주제는 ‘예술의 주고받음, 사람들 사이의 주고받음을 통한 변화’였다.
창의적 배움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리는 예술을 통해 행복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창의적 학습환경은 행복한 만남의 조건이 된다.
예술과 창의적 학습이 만난다면 우리는 삶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
테이트 익스체인지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이디어의 교환과 행동의 촉발이 예술교육이 추구하는 ‘행복한 만남’인 것이다. 이 ‘행복한 만남’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티스트, 예술교육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안나 커틀러의 요지였다.
1부 발제가 끝나고 같은 장소에서 예술교육 전반에 대한 자유로운 대담이 이루어졌다. 2부에는 사회를 맡은 김세린 본부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교육기반본부)과 제환정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노주희 소장 (한국 오디에이션 연구소), 김병주 교수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 세 전문가가 토론을 맡아 1부의 발제자 네 명과 함께 예술과 예술교육의 관계, 창의성, 예술교육자의 자질과 자기 개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대담 중 주요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먼저, 제환정 교수는 알바로 레스트레포에게 몸의 학교 학생들이 내전으로 겪었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었는지를 질문하면서, ‘창의성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이에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무엇보다도 자신과 이웃을 창의적인 인간으로 인식할 때, 우리는 삶의 가치를 알게 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면서 이 점에서 예술교육은 평화에 기여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노주희 소장은 베스 볼튼에게 “창의성의 목적으로 감정의 교류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노래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감정을 전하는지 그 비밀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베스 볼튼은 “노래에는 다양한 감정이 개입된다. 나는 아이의 세계에 들어가서 이해하고 공감하려 한다. 음악은 청각을 이용하는 사회적 예술이다. 몸과 목소리로 음악적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출하고 시공간을 함께 나눈다. 미국에서는 95% 아이들이 음악수업을 듣지 않는다. 학교 음악에서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는 스스로 유튜브 등의 다양한 경로로 음악을 배운다.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 음악교육이 문제다. 교사와 프로그램 모두 예술성이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김병주 교수는 ‘예술교육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였다. 천정명 연극교육자는 “현장에 대한 성찰이 매우 중요하다. 또 자신의 수업을 세밀하게 되짚어 보면서 발전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라고 말했고, 베스 볼튼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훈련을 해야 한다.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나는 매주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스스로 갈고 닦아 왔다. 음악 이외의 다양한 예술을 시도해 왔는데, 이것이 예술성의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답하였다. 또한 알바로 레스트레포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예술교육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래서 예술가 자신의 관대함이 매우 중요한 시대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관객이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대담자 모두에게 던졌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힘’(제환정), ‘새로운 생각, 방식, 이해, 행동이 이루어지는 과정 전체’(안나 커틀러), ‘새로운 아이디어를 처한 환경과 자의식에 연결할 수 있는 힘’ (알바로 레스트레포), ‘익숙한 상징체계의 변화를 가져오는 행동을 하는 일’ (천정명)이라는 답을 얻었다.

정리_채널원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