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초등학생 때 배운 5대양 6대주의 오세아니아가 떠오르고, 넓은 땅덩어리가 생각날 것이다. 원거리 지역에 대한 교육 접근성이 취약한 호주의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예술교육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더 송룸(The Song Room, 이하 송룸)’은 호주 주요 문화예술기관과 협력하여 교사, 예술강사가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예술교육 콘텐츠 플랫폼 ‘아츠:라이브(ARTS:LIVE)’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양질의 예술교육이 지속적으로 보급될 수 있도록 지역 예술강사 역량 강화 및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에 2014년 송룸은 교육 혁신에 대한 공로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와이즈(WISE) 상을 수상하였다. 호주에서는 첫 수상이라고 한다.
송룸을 초청한 이번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은 1월 16일, 17일 양일에 걸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 디렉터 데보라 니콜슨(Deborah Nicolson)이 송룸의 운영철학, 전략, 프로그램 모델 등을 소개하고, 프로그램 매니저이자 예술강사인 레나 미첼(Lena Mitchell)은 워크숍을 통해 음악‧노래 활동 중심으로 다양한 접근법을 공유해주었다. 더불어 ‘아츠:라이브’의 콘텐츠를 활용해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며 강연, 실습, 토론 순으로 매우 유쾌하고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제 42차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서울 (1.16~17)
모든 아이들에게 예술에 참여할 기회를
송룸은 호주 전국의 학교와 제휴하여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에게 맞춤형 고품질 음악 및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어린이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비영리단체이다. 송룸의 비전은 호주의 모든 어린이들이 교육과 개성 개발, 커뮤니티 참여 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음악과 예술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취지지만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한다. 데보라 니콜슨은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하려고 해도 예술강사가 왜 필요한지 예술교육이 중요한지에 대해 반문하는 교사나 학부모들이 많아 그것에 대해 설명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요즘 한국의 예술교육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룸의 프로그램은 크게 현장 프로그램과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현장 프로그램은 전문 예술강사와 학교가 매칭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중간 역할을 송룸이 해준다. 학교 워크숍 프로그램은 6개월에서 18개월 동안 일주일에 하루 다양한 예술 형식과 주제를 다루도록 예술강사를 학교에 배치한다. 더불어 학교 참여 및 복지개선에 힘쓰도록 한다. 영유아 읽기 및 쓰기 프로그램에서는 예술강사가 스토리텔링과 노래를 사용해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여 입학 준비를 돕는다. 창의적 커뮤니티 프로젝트는 예술 설치물이나 학교 벽화, CD/DVD 제작, 학교 전시회 또는 공연 등의 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커뮤니티가 상호 연결되도록 한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아츠:라이브’를 사용하여 진행된다. 호주의 모든 교사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호주 학교의 75% 이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아츠:라이브’는 커리큘럼에 따라 음악, 무용, 드라마, 비주얼 아트, 미디어 아트를 다루는 예술 리소스(resource)를 제공한다. ‘아츠:라이브’를 사용하는 온라인 지원 프로그램과 현장 프로그램을 결합한 혼합 프로그램으로도 진행되는데, 원거리 농어촌 지역의 일반 교사들이 수업 중 예술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제 42차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대구 (1.19~20)
아이들의 생각을 유연하게, 힘 있게
송룸은 창의성을 ‘무엇’이 아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정의 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창의성엔 뚜렷한 정답이 없기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창의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는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곳이다. 아이들은 상상한 적 없거나 준비되지 못한 상황을 겪게 되면 이전 것을 ‘기억’하기보다는 ‘생각’하게 된다. 그때 그 생각을 유연하고 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창의성인 것이다. 그리고 그 창의성을 지속하도록 돕는데 예술강사의 역할이 있다.
예술강사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기꺼이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송룸의 관점이다. 그런 예술강사들을 만났을 때 아이들은 다양한 예술세계에 노출되고, 결과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예술강사는 모호한 것에 대해서도 유연히 대처해야 하며, 아이들에게 판단하고 평가하는 흑과 백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유연한 역량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송룸은 얘기한다.
데보라 니콜슨은 베토벤의 변주와 아이들의 놀이와 기본적으로 같다고 말한다. 베토벤이 고전음악에 대해 탐색(explore)하고, 자신의 재능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discover)한 후 즉흥연주를 즐기며 놀았듯이(play), 아이들도 이와 동일하게 학습과 놀이를 탐색하고 어떤 사실이나 재미를 발견한 후 새로운 놀이로 변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역동적이게 움직이는 것은 예술강사이다. 그래서 송룸의 예술강사들은 영감을 주고, 순차적 활동을 이용해 공연하는 등 아이들이 예술의 한 분야를 충분히 갖고 놀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다른 예술교육기관과 송룸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보통의 예술교육기관은 대체로 미리 설정한 하나의 커리큘럼을 예술교육 현장에 제공한다. 반면, 송룸은 프로그램 구성과 제공에 있어 장기적인 창의 프로그램 수요를 고려하고, 다양한 예술 형식을 직접 선택하며, 온라인 교습 및 학습 활동과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렇기에 넓은 지역만큼 많은 부족과 이민자 가족이 있는 호주에서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 언어에 대한 존중으로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다양한 창의적인 교육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송룸의 예술강사들은 창의개발교육의 경험자이며, 학생들과의 교감을 즐기는 최고의 아티스트이다.
제 42차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대구 (1.19~20)
전문가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예술교육 포털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송룸의 온라인 활용이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이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악기, 프로그램 툴 등을 배우는 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양질의 교육 자료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송룸은 자체 예술교육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아츠:라이브’라는 고유한 온라인 예술교육 포탈을 개발하였다.
‘아츠:라이브’는 호주의 주요 예술기관과 협회, 예술 관련 시행 기관 등과 제휴를 맺고, 1,000여 가지의 디지털 예술학습 리소스를 통해 무용, 드라마, 미디어 아트, 음악, 비주얼아트 총 다섯 가지 예술 형식에 대해 교사와 학생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리소스 콘텐츠는 예술 전문 기관 및 개별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다. 비디오, 텍스트, 오디오 파일, 이미지 등 여러 형식과 기능, 그리고 전문 뮤지션과 공연 및 시각예술가가 포함된다. 지금까지 15,000명 이상의 교사들에 의해 교육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아츠:라이브’ 교육은 송룸의 비전과 미션을 전하는 전문가들의 소리이며, 예술강사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는 ‘허브’(hub) 역할을 하고 있다. 영·유아나 초등학생을 위한 노래들을 감상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송룸의 공식 밴드캠프 페이지(바로가기)는 한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워크숍을 리뷰하면서 송룸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을 훌륭한 예술가로 키우는 게 아니라, 예술이 평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는 것과 예술을 평생의 동반자로 두는 것 모두 엄청나게 멋진 일이지만 지속적인 행복은 후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마지막은 철학자 플라톤의 명언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아이들에게 음악과 물리학, 철학을 가르치겠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으로 음악을 택하리라. 음악과 모든 예술 양식에 배움의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05년부터 해외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을 국내에 초청하여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한 방법론과 사례를 공유해왔다. 제42차 워크숍에서는 호주 더 송룸(The Song Room)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노래에 대한 창의적 접근·교실을 위한 콘텐츠 탐구’를 주제로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워크숍을 진행하였으며, 2월 24일과 25일에는 콜롬비아 몸의학교를 초청하여 ‘삶을 위한 춤-몸의 창의적 언어와 감각 이해하기’를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다.
관련링크

· 더 송룸 홈페이지 www.songroom.org.au

· 아츠:라이브 www.artslive.com.au

· 더 송룸 공식 밴드 캠프 https://thesongroom.bandcamp.com

김준수(몬구)
김준수(몬구)
2003년부터 현재까지 밴드 몽구스와 몬구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그간 DJ, 드라마, 영화, 연극, 광고음악, 로고송, 락페스티벌 등에서 환희를 느끼며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하자센터, 상상마당,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등 음악이 흘러야 하는 곳에서 음악을 중점으로 문화예술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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