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제정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된 2005년을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문화예술교육 10년이다. 2005년 국악강사풀제로부터 출발하여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시작되었고, 현재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사회취약계층 문화예술교육, 지자체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역사회 활성화 문화예술교육으로 그 타이틀을 바꿔가며 사회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대표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사회 문화예술교육을 범주로 하는 다양한 국가 차원의 지원사업이 만들어지면서 이후 2009년부터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기획과 실행을 목적으로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16개 광역시‧도에 단계적으로 지정하게 된다. 전북도 2011년 4월, 적은 예산으로 지역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국민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함으로써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공모의 형태로 지역에 내려오기 시작했고, 지역에서는 다양한 사례발굴과 지역 내에서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제각기 각자의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기획자, 강사들이 모여 자신들이 경험한 교육의 현장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들을 지역의 관점에서 토론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것이 지역관계망,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의 시작이었다.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키워드
아무튼, 당시 얼마 안 됐던 예산으로 많은 사업을 시도했다. 아니 그만큼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환경이란 게 참으로 척박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가 누구고 어떤 단체가 있는지조차 정리되지 않았다. 학교 주5일제가 시행되고, 새로운 도시설계에 따라 지역의 유휴공간과 폐시설들이 생겨나는 등 사회현상들이 변화하면서 그것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이 많아지고 그만큼의 지원예산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언뜻 보면 지역 문화예술교육이 성장해나가는 듯했지만 엄밀히 말해 문화예술교육의 범위와 판이 넓어지는 것이지 성장은 아니었다. 게다가 대부분 지역 예술가가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예술 콘텐츠를 교육 대상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의 프로그램이나 장르 중심의 동아리 활동도 문화예술교육이란 타이틀로 진행되고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당시 전북에서도 지역특성화, 토요문화학교 기획자 대상 교육이 단기 워크숍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이지 인력양성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고, 더욱 큰 범주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고 지역의 콘텐츠와 문화환경을 문화예술교육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현장 전문인력이 필요했다.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키워드는 바로 사람에게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런 고민 끝에, 점차 확장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판을 피라미드 형태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북의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양성사업 <성장아카데미>가 본격 시작되었다.
인력양성의 목적과 원칙
문화예술교육. 너무 어려운 단어다. 예술진흥 사업은 지역의 우수한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비교적 심플하다. 또한, 주로 ‘찾아가는…’으로 시작되는 문화예술사업도 소외계층, 소외지역 주민의 문화향유권 보장이라는 목적 하에 문화복지 개념으로 접근되고 있다. 그에 반해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지원체계도 복잡하고 프로그램의 설계 시 고려할 사항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술가와 기획자를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주체로서 규정하고 있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상의 “모든 국민”은 “지역 내 모든 주민”으로 해석되어 소외지역, 소외계층을 넘어 일반시민을 사업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사업주체인 예술가와 기획자를 통해 양질의 문화예술적 관점의 프로그램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를 위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양성사업을 운영함에 있어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고수하는 몇 가지 원칙들이 있다. 첫째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 앞서 자기 현장의 경험이 있는 기획자를 강사로 구성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교육대상을 선정할 때, 교육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역량을 자기 안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과 사회에 환원하기 희망하는 사람으로 엄격하게 선정하는 것이다. 공적 예산이 투입되고, 이것을 기획하고 관리하기 위해 센터 인력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강의를 준비하는 전문가들의 노고가 깃들어있는 이 사업이 그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환류 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판을 깔고, 넓히고, 자극하는 아카데미
해를 거듭할수록 아카데미의 교육내용과 설계도 진보하고 있다. 올해는 “지역 문화예술교육 인력 양성을 위한 판을 깔다. 전북 문화예술교육의 판을 넓히다. 문화예술교육 인력으로의 성장판을 자극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2016 전북 문화예술교육 성장판>이 지난 11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그간 각 주제에 맞는 10명의 강사가 10주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구조였다면 올해는 문화예술교육의 흐름과 맥락에 집중한다는 관점에서 담임강사제를 운영하였고, 이를 맡아주신 드라마고 대표(생활문화협동조합 퍼포먼스 반지하)는 3개월간 매주 인천에서 전주를 오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전북의 성장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사람은 해마다 30여 명, 올해까지 어림잡아 150여 명에 이른다. 지원사업 예산 규모나 지역 인력의 상황으로 볼 때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 인력들이 바꿔나갈 지역의 잠재성과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인력들을 통해 사람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현장,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예술교육, 사람들의 가치와 감동을 발견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꿈꾼다.
몇 년 전 성장아카데미를 마치고 그 날의 기록을 공유한 글이 생각이 난다. 이 글로 원고를 마무리할까 한다.
“대상자들의 수업만족도는 출석률이 증명한다. 그리고 만족도라는 것은 강사만으로 100% 결정지어지지 않는다.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되고 변화를 기대하는 문제의식의 출발점으로서의 진지한 기획. 그리고 기획서의 텍스트가 성공적인 현장이 되기 위해서는 역시나 사람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두 달여간의 성장아카데미가 그랬던 것 같다. 강의자는 전달자로서의 충실한 자기 역할로 축적된 경험을 공유해주셨고, 30여 명의 수강생은 여덟 번의 월요일 저녁, 센터에 준비된 의자를 한결같이, 꼬박꼬박 채워주셨다. 강사와 수강생을 이어주는 우리 센터는 최상의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량을 최선으로 발휘하였다. 이 중요한 세 점이 순환될 때 사람과 지역의 긍정적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성장아카데미가 일곱 분의 강사 선생님에게, 서른 분의 교사, 기획자, 예술가, 예술교육가에게, 그리고 우리 센터까지, 이 모두에게 남긴 무엇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무엇이 나와 내 주변과 우리와 우리의 주변으로 소소하게나마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임진아
임진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공예전문 큐레이터, 사설갤러리 큐레이터 활동으로 30대를 보내고 전북이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문화예술교육 사업들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 예술꽃 씨앗학교 컨설팅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현재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woodlj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