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청소년 시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에게 학교는 어떤 공간이었나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소도시 레지오 에밀리아(Reggio-Emilia)의 어린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고, 함께 프로젝트를 설계하며, 자율적으로 자신이 던진 질문의 답을 찾아 나갑니다. 레지오 에밀리아 시(市)에서 운영하는 영유아센터와 유치원에서 공통적으로 실시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총칭하는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Reggio-Emilia approach, 이하 레지오 접근법)은 고정적인 교육과정 없이 또래 간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다양한 매체 활동을 기반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단·장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특히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과 그 기록을 보존하는 것은 이 접근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시작된 이 교수법은 점차 전 세계 초등학교에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호기심과 창의력을 유발하고 교실을 환기하는 레지오 접근법을 시도하는 유치원과 학교의 아카이브 예술놀이를 만나보세요.
상자로 만드는 구조물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회나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다면 파워포인트 대신 상자 구조물로 결과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눈에 돋보이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잖아요! 원하는 색상의 종이나 천으로 상자를 포장한 뒤 차곡차곡 쌓아주면 눈 깜짝할 새 독특한 구조물이 완성됩니다. 이제 나만의 전시를 할 수 있는 작은 벽이 생겼습니다. 어떤 전시를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세요. 주제를 정하고, 하나둘 작품을 만들어서 상자 구조물을 완성해주세요.
빈 칸을 채워라!
교실 한가운데 위치한 ‘그림 그리기 작업대’에는 언제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캔버스나 종이가 놓여있습니다. 이 작업대는 매일 매일 새로운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위대한 장소입니다. 작업대에는 매일 서로 다른 물체가 올라옵니다. 오늘은 꽃, 내일은 채소, 그다음 날은 코끼리 인형, 또 다른 날은 머그잔이 나올지도 모르지요. 물체가 나오면 아이들은 삥 둘러앉아 빈 캔버스를 쓱쓱 채우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그대로를 그립니다. 그림이 완성되면 서로의 그림을 한 번 비교하지요. 같은 물체를 보더라도 각도에 따라, 그리고 보는 시선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그림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그림을 전시해두기도 합니다. 이렇게 ‘그림 그리기 작업대’에서는 매일매일 하나의 물체가 여러 각도의 그림으로 탄생하고 있습니다.
배움과 일상을 기록하다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도 사소하기 때문에 기록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창하거나 큰 의미가 있는 것만을 남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주제를 가지고 일상을 바라보거나 하루하루 새롭게 배운 것을 기록해 나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흔적들은 또 다른 배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놀이를 하는 것처럼 오늘의 배움을 기록으로 남겨보세요. 어떤 학교에서는 월별로 학교에서 관찰한 날씨를 그림으로 그려 기록하기도 하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사진 찍어 시간별로 전시해놓기도 합니다. 나무로 틀을 만들면 활동사진을 전시하기 좋은 구조물이 생기기도 하지요. 며칠 동안 나를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거나 한 학기 동안 공부한 것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도 나의 배움을 기록하고 전시하기에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만약 혼자가 아닌 전교생이 함께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면 일기처럼 밀리는 일은 없겠죠?
레지오 접근법에서는 학습한 것, 혹은 느끼거나 생각한 것을 글, 사진, 그림 등 어떠한 형태로든 무조건 ‘기록’하도록 교육합니다. 학생 개개인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게 하거나, 포스터 형태로 만들어서 벽에 부착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방식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그것이 어떠한 방식이든 생각과 배움을 다시 한 번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고 보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