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예술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적 감동과 참여의 기쁨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예술이 과학기술과 만나면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정보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위대한 발명품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바람이 하는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낸 예술과 과학의 합작을 감상해보세요.
자연의 움직임을 엮어내다
장난감 같기도 하고, 둥지처럼 보이기도 하는 나탈리 미에바크(Natalie Miebach)의 알록달록한 조형물은 다년간 관찰한 자연의 변화가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구조로 유명한 그녀의 작품은 폭풍, 태풍, 눈보라, 허리케인의 세기와 방향을 갈대, 대나무, 비드, 줄과 같은 재료를 엮어서 바구니 형태로 표현합니다. 모든 작품은 오랜 조사를 통한 정확한 정보와 수치를 토대로 제작됩니다. 이는 나탈리가 자신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그녀는 바람의 속도와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 해수면의 높낮이, 크릴새우의 이주 패턴, 강우량, 동식물의 움직임, 구름 패턴 등을 관찰하기 위해 직접 관측 도구를 들고 현장을 방문하곤 합니다. 중서부 도시의 기후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대서양과 같이 특정 환경을 다룰 때는 조사 작업에만 몇 개월씩이나 몰두할 때도 있습니다.
  • 나탈리 미에바크(Natalie Miebach)의 알록달록한 조형물1
  • 나탈리 미에바크(Natalie Miebach)의 알록달록한 조형물2
관련링크 (이미지 출처)
http://nathaliemiebach.com/musical.html
주로 스케치 후에 바구니 세공(Basket Weaving) 기법으로 구조물을 만들어온 나탈리의 작업방식은 2009년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차원으로 변화하였습니다. 바로 소리와 음악을 통해서요. 작곡가들이 기본적인 멜로디를 만든 후 다양한 음악부호를 추가하여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졌던 나탈리는 조형물 설계와 악보로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표기법으로 날씨를 기록합니다. 그녀의 악보에는 풍속, 온도, 기압과 같이 정량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반대로 구름양과 같이 정량화할 수 없는 부분은 연주자가 즉흥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빈칸으로 남겨놓기도 했지요. 그녀가 작곡한 음악들은 나탈리 미에바크의 홈페이지에서 들어볼 수 있습니다.
나탈리는 한 인터뷰에서 “나의 작업방식은 세공을 통해 입체적인 격자판(grid)을 만드는 것과 같다. (…) 조형물마다 서로 다르게 반영된 색깔과 재료들은 단지 미적으로 아름다워 보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보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였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날씨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여 예술로 매개한 그녀의 작업은 조금 더 쉽고 즐거운 방식으로 기상정보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 나탈리 미에바크(Natalie Miebach)의 알록달록한 조형물1
  • 나탈리 미에바크(Natalie Miebach)의 알록달록한 조형물2
바람의 움직임을 담은 소리 지도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라질 출신 예술가 주앙 코스타(João Costa)는 빈 병을 불던 중 문득 병에서 나는 소리의 근원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그의 이런 상상은 바람의 움직임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또는 움직이는 부분이 조립된 작품) 작품을 완성합니다.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방향의 바람과 세기를 분류하고, 유리병까지 전달될 수 있는 장치를 제작하기 위해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 결과 야외에 설치된 풍향계로부터 바람을 분류하여 실내에 둥그렇게 배치된 16개의 유리병에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송풍기(Blower)를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16개의 유리병은 마치 동서남북을 알려주는 방위표시판과 같이 8개의 ‘주요 바람’과 8개의 ‘세분화된 바람’으로 나뉘어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송풍기는 바람의 방향을 인지한 후 그에 맞는 세기의 바람을 유리병에 내보내고, 우리는 유리병에서 나는 소리로 바람의 방향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치 바람을 지도화한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에 대해 주앙은 ‘소리’와 ‘바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두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바람과 소리는 형태도 없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 작품에 이탈리아 시인이자 작가인 가브리엘 다눈치오(Gabriele D’Annunzio)가 말한 바람의 정의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이름 붙였습니다. ‘바람은 언젠가 사라질 후회와 같은 것(and the wind was like the regret for what is no more)’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김다빈
김다빈 _ 상상놀이터
beyondlisa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