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아홉 번째 현장이야기마당 마음탁자(이하 마음탁자)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가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마음탁자는 ‘현장-사람, 열쇠 찾기’라는 3일차 테마에 맞게 현장 활동가 및 전문가가 사례를 공유하고 시민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다. 예술교육, 공간,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현장 활동가의 사례공유와 전문가의 분석의견 제시가 이어지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일상의 변화를 실천하는 시민, 협업과 성장과정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1부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시민 문화예술교육 활동 지원사업 ‘시시콜콜’(이하 시시콜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극단 진동 최소진 대표가 동네 이웃과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극장 수유리’의 사례를 공유하며 시작되었다. 세대별 연극 프로그램부터 모든 세대의 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창작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주민주체의 요구를 반영한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마을 내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기 위한 주민운영위원회 사례를 통해 마을 주민들의 자발성과 협업을 이끌어내는 콘텐츠와 운영구조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욕심을 내지 말 것,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를 늘 고민할 것. 수년간의 마을 활동을 통해 이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말과, 최종적으로는 주민들이 조합원이 되는 일상예술커뮤니티 협동조합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을극장 수유리의 꿈을 공유하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 이광준 소장(바람부는 연구소)은 극단 진동과 함께 한 주민들이 자발적 문화 활동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마주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목격한 참여자들은 향후 일상 속 문화예술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활동의 지속을 위한 보조적 역할부터 재원 형성까지 분담하는 주체로 성장한다. 누군가에 의해 필요하다고 정의되고 제공받는 서비스로서의 교육이 아닌, 개개인의 이슈와 필요를 반영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환경과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문화적, 사회적 시민으로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며,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지지와 협력의 씨앗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문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문화예술 콘텐츠, 공간의 선순환
2부에서는 시민문화거점공간 조성 사업에 참여한 민중의 집 사례를 중심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시민 주체(휴먼웨어)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소프트웨어) 그리고 공간(하드웨어)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민중의 집 오김현주 대표는 공간 내 많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운영했던 ‘채우기’ 방식에서 콘텐츠를 가진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연계하여 협업을 추구하는 ‘비우기’ 방식으로 공간 운영 방식을 전환함으로써 민중의 집이 지역 주체들의 발굴, 소통, 새로운 모임의 계기를 제공하는 네트워크형 거점공간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을 공유했다. 특정 공간이 거점 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은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단체가 소유한 물리적 공간만을 생각하면 활동과 주체의 범위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동네 공원, 밥집도 우리의 문화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가지고 지역을 바라보면 새로운 지역 거점을 발굴하거나 기존 공간과의 연계,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영범 교수(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는 민중의 집이 공간을 단순한 문화예술시설이 아닌 ‘거점’으로 보는 시선에 주목했다. 거점 공간의 활성화란 삶과 문화의 관계망이 확장되는 것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형 공간(콘텐츠 중심의 학습장)-플랫폼형 공간(개방형 거점 공간)-네트워크형 공간(협력적 연계의 장)으로 진화한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간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프로그램 역시 학습형 프로그램에서 사용자 주도형 프로그램으로, 공간 운영 주체는 기획자에서 기획자+참여자+지역단체로 확장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과 공간을 별개로 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목적과 공간의 의미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둘 사이의 연계 구조를 잘 설정할 때 거점공간을 통한 참여주체의 발굴과 역량 강화, 지역사회로의 가치 확산이라는 시민 문화예술 활동의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활동,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건
‘달놀이 꽃연극’이라는 지역기반 연극놀이 프로그램으로 2015년 시시콜콜 사업에 참여한 달꽃창작소 최규성 대표의 사례 공유로 3부가 시작되었다. 활동과 조직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고민 중 인상적인 지점은 지역 연계망이었다. 최규성 대표는 ‘지역은 청소년의 놀이터’가 되기를 바라며 ‘다양한 사회연계망을 통한 성장교육’을 지향하는 달꽃창작소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설명하면서, 단체 기획자나 프로그램 담당 강사의 역량만으로는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을만한 청소년들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활동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며, 진로 체험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는 마을부녀회, 지역 사찰과 성당, 동네 공방 주인들부터 지역 내 청소년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인근 학교, 기관에 이르는 공감과 지지의 네트워크가 있기에 달꽃창작소의 시민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발표자인 장대철 교수(KAIST 경영대학원)는 달꽃창작소의 사례를 다시 언급하며 지역연계망 뿐 아니라, 조직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립했다는 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동시에 활용하여 자신의 수입구조를 균형적 포트폴리오로 구축하여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점, 조직 운영비용을 후원에 의해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과 지역 내 열성지지자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들이 달꽃창작소 조직과 활동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기대해볼 만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직운영에 대한 고민은 사업 초기단계부터 필요한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또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현재 조직의 기능성(정체성), 비용 회수가능성(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발생하는 금전적, 비금전적 비용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체계), 예측가능성(조직의 상태나 활동에 대한 계량화에 기초한 재원 마련, 조직 구성 등에 대한 지속가능한 계획의 수립)을 반드시 검토해볼 것을 당부했다.
  •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다양한 가능성의 씨앗이 싹틀 수 있는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토양을 꿈꾸며
각 주제별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의 발표 이후에는 모든 참여자들이 ‘내가 생각하는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키워드’에 대해 자유롭게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소통’, ‘일상’, ‘공유’, ‘반복’과 같은 짤막한 키워드를 제시하였고,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란 ‘답을 내기 보다는 소통하는 과정’이며 ‘프로그램보다도 생활과 삶을 공유하는 환경이 중요’하고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만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세부 의견을 함께 나누었다.
시시콜콜 사업은 시간, 장소, 대상에 국한된, 하향식 공급형태의 기존 지원구조를 넘어 일상 속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가능한 문화예술교육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올해 시범사업의 마지막인 3년차를 맞이했다. 이 사업의 담당자로서 이번 마음탁자를 비롯한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는 ‘예술, 스스로 피어나 서로를 물들이다’라는 슬로건에 담긴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확장성’, ‘지속성과 자생성’의 가치를 현 시민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입해보며 향후 정책 방향과 지원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전 국민의 자발적, 능동적 문화 참여 기회 확대와 문화예술교육의 일상화의 과제를 안고 있는 지금, 문화예술교육 전체 틀 안에서 가지는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단, 특정 사업모델의 복제를 통한 양적 확산이 아닌 현장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의 씨앗들이 오롯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큰 방향과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강유나
강유나 _ 사회교육팀
yunakang@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