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동쪽, 빠에야의 고장 발렌시아에서 기차로 약 한 시간 정도 이동하는 곳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 베니카심(Benicassim)의 8월은 뜨거웠다. 올해로 19회, 특히나 올해는 자메이카 독립 50주년을 맞아 더욱 성대하게 개최된 유럽 대표 레게 음악 페스티벌 ROTOTOM SUNSPLASH가 일주일간 열렸기 때문이다. 이 축제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음악페스티벌을 넘어, 다양한 종류의 워크숍과 더불어 매년 축제의 주제를 새롭게 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사회포럼이 축제기간 내내 진행되기 때문이다.

 

 

포럼 공간은 크게 두 군데로 나뉘는데, “대학포럼” 공간과 일반 “사회포럼” 공간이다. 대학 포럼 공간에서는 주로 주제와 관련된 이미지, 영상 중심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세미나와 포럼을 진행하고, 메인 사회포럼 공간은 매일 4개, 기간 중 총 28개의 굵직한 포럼을 컨퍼런스, 강연, 인터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올해의 주제는 유럽의 경제위기와 맞물린 “세계경제위기 극복”이었다.

 

 

사람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었던 포럼은 「위기 시대의 미디어」라는 주제로 열린 ‘대안 미디어에 대한 고민과 현재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토론, 작년 5월부터 스페인의 시민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15M의 발자취와 기록에 대한 보고, 한국에서도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작은 사회주의 마을 마리날레다 시장의 강연, 그리고 음악축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음악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던 세계적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igmunt Bauman)의 방문 등으로 구성되었다.

 

 

특별히 바우만의 포럼은 이틀에 걸쳐 두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첫 섹센은 가벼운 인터뷰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두번째 섹션은 다른 토론자들과 함께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논쟁을 하는 자리였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말.말 in ROTOTOM


“오늘날 모든 사람은 소비를 통해 행복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다른 것들을 통해서 지속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로 이 축제의 현장과 같은 것이지요. 지금 이 시간은 음악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순간인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지나친 생산과 소비, 자원 개발, 기후 변화 등의 문제를 안은 삶의 형태를 지속한다면, 우리의 자손들은 피할 수 없는 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인터뷰 중에서)


“위기상황은 우리를 압박하고, 그 불안을 이용해 위기에 굴복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에 좌절한다면 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위기의 원인을 뿌리 뽑기에는 많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를 없애려는 노력을 지속할 때 희망은 있습니다.(…) 위기가 극복 되겠는가?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네”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작은 결정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모여 변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우리 자신의 삶을 조절하는 힘입니다. 그렇게 변화하는 삶들이 위기를 극복할 힘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토론 중에서)

 

* 위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소 http://www.rototomsunsplash.com/

 

올해 ROTOTOM에는 매일 66개국에서 26,000여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열정을 나누고 즐겼다. 매 해 다양한 장르의 문화축제들이 여러 곳에서 생겨나고 개최된다. 그러한 문화축제가 단순히 개인이나 특정 마니아들의 흥미를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제와 주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형태와 만난다면 어떨까. 현재진행형으로 뜨겁게 살아 숨 쉬는 문화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가능성을 눈으로 보여주고 확고한 믿음을 갖게 해준 축제, 그것이 바로 ROTOTOM이었다.

 

글_ 홍은 스페인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