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어쩌면 창의성은 ‘전혀 새로운 어떤 것’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베끼고 흉내 내는 것을 넘어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과정 속에도 있지 않을까요? 유명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모방하면서 나만의 창의성을 만들어가는 예술가와 예술놀이를 소개합니다.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험난한 작업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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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벽화 (The ceiling of the Sistine Chapel, 1508~1512)

사진출처 _ 위키피디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는 <천지창조> <다비드> <피에타>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인물입니다. 그 중 <천지창조>는 로마에 위치한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 천장에 그려진 9점의 프레스코화 중 하나입니다. 교황 율리우스 2세로부터 제안을 받은 그는 20미터가 넘는 작업대 위로 올라가 발판을 등지고 누워서 800제곱미터의 넓이에 달하는 천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사용한 ‘부온 프레스코(buon fresco)’ 기법은 그림이 회반죽으로 덮인 상태에서 물기가 마르기 전 물에 녹인 안료로 채색하는 방법으로 벽화를 그리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지만 누워서 작업을 해야 하는 미켈란젤로에게는 안료가 눈에 계속 떨어져서 무척 고통스러운 방법이었을 거예요. 이 천장화가 완성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자그마치 4년. 미켈란젤로의 인내와 완벽주의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줍니다.
때로는 이런 위대한 예술가의 예술성에 대해서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바로 미켈란젤로가 되어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지요. 천장이나 책상 밑에 종이를 붙이고 바닥이나 발판에 누워서 미켈란젤로처럼 그림을 그려보세요. 그림이 완성되면 천장을 보며 그림을 그릴 때 느낀 점과 어려운 점 등을 함께 공유를 해보세요. 조금 더 재미있게 예술을 알고,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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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 가득 찬 예술에 대한 경의와 찬사
노르웨이 스타방에르(Stavanger, Norway) 거리를 걷다보면 표현주의 화가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절규(The Scream)>가 벽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스페인의 거리 예술가 페자크(Pejac)의 벽화 <드리프트(Drift, 2015)>입니다. 2001년부터 매해 열리는 누아트거리예술축제(Nuart Street Art Festival)의 일환으로 그려진 이번 작품은 붓을 대신하여 장난감 자동차 바퀴로 그려진 벽화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아이의 모습이 함께 그려져서 마치 아이가 자유롭게 놀면서 그림을 그린 인상을 줍니다.
러시아, 파리, 영국, 홍콩, 일본, 한국 등 전 세계를 캔버스 삼아 독특한 벽화를 그리는 페자크는 뭉크 외에도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오마주 작품을 그려왔습니다. 청소부가 물을 버리는 모습을 벽화로 표현한 그의 작품 <누구나 예술가이다(Everyone is an Artist)>에서는 양동이에서 나오는 물이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The Great Wave off Kanagawa)>로 표현됩니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원양 선박에 클라우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Impression, Sunrise)>를 그려서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그림을 통해 ‘미술관에 갈 수 없는 사람들도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리 모두 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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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링크(이미지 출처)
http://www.pejac.es/outdoor/
식탁 위에 올라 온 모나리자
예술가들의 명작을 음식으로 만들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영국 박물관과 미술관에 예술작품 구입 기금을 지원하는 ‘아트펀드(Art Fund)’에서는 1903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위한 모금 활동을 펼치고 지원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을 겪고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은 많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아트펀드는 2014년 재미있는 방식을 고안해냅니다. 바로 ‘먹을 수 있는 명작(Edible Masterpiece)’ 모금 활동을 말이죠. 참여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건축물, 문화적 아이콘을 음식으로 만들어서 대회에 참여하고, 경매와 기부를 통해 모이는 돈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지원하는데 사용됩니다. 이 대회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선 끌기에 성공하였죠. 미술관과 박물관을 살린 명작 음식, 여러분도 한 번 만들어보세요. 때로는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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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_ 상상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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