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적인 그림(2D)에 입체감(3D)을 더하면 보이지 않던 이야기와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는 언제나 노력이 따릅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토이 스토리(Toy Story)>의 감독 존 라세터(John Lasseter)는 꾸준한 실험과 노력 끝에 컴퓨터그래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고 또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입체적인 예술놀이를 소개합니다.

시각적인 자기소개서
평면적인 글자를 입체적으로 만들면 어떤 효과를 줄 수 있을까요? 때로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방식이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강점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나이와 직업을 이야기하는 대신 감각적으로 표현한다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울 거예요. 두꺼운 종이에 나의 이름을 적고 한 글자씩 원하는 방식대로 디자인해보세요. 물방울, 지그재그, 꽃무늬 등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요. 그런 다음 글자들을 서로서로 붙여서 세우면 나를 상징하는 멋진 ‘이름 조각품’이 완성됩니다. 상자에 나의 사진을 오려 붙여 조각품을 만든다면 더욱 많은 정보를 담은 자기소개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내가 가장 행복한 때’ ‘내가 가장 슬플 때’ ‘나의 취미생활’ 등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상자의 4면에 붙이고 꾸민다면 나의 소중한 시간들을 실물크기의 사진첩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입체적인 자기소개, 여러분도 한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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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늘어트린 선을 따라 걷는다면
사람들의 참여로 입체적인 작품이 만들어질 때도 있습니다. 명암과 각도의 비율을 활용하여 입체감을 주는 애너모픽(Anamorphic) 기법을 활용한 영국의 현대작가 에르귄 캐브소그루(Ergin Cavusoglu)의 작품 ‘리퀴드 브리딩(Liquid Breeding, 2015)’이 그 예시입니다. 애너모픽 기법의 특징은 가까이서 보면 서로 다른 그림처럼 보이지만 각도에 따라 새로운 그림을 완성시킵니다. 에르귄 작가는 이러한 특징을 활용한 거리 미술 작품을 아제르바이잔의 역사 도시 바쿠 올드시티(Old City of Baku, Azerbaijan)에 설치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율이 늘려진 선들이 무질서하게 그려진 것 같지만 특정 각도에서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걸음걸이와 행동들에 맞춰 재미있는 모습들을 만들어내고는 합니다. 선들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음파가 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계단이 되기도 하고,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들이 되기도 하고, 배가 되기도 합니다. 에르귄 작가는 작품을 완성시킨 뒤 선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장면들을 온·오프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CCTV를 함께 설치하였습니다. 녹화된 영상과 사진은 바쿠 올드시티의 키식 칼라 갤러리(Kichik Qala Gallery)와 아제르바이잔의 온라인 예술 플랫폼 야랏 웹사이트(YARAT, Contemporary Art Space)에서 일정 기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가 담긴 옛 성곽과 현대적인 선, 그리고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입체적인 거리 미술,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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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작은 꿈이 상자로 실현되다
[영상] Bermuda Homeschoolers Global Cardboard Challenge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39&v=C5AK2F9ocxw)
2012년 화제가 되었던 <케인의 아케이드(Caine’s Arcade)>를 기억하시나요? 아버지의 자동차부품가게 한 구석에서 골판지 상자로 자신만의 아케이드를 실현시킨 9살 소년 케인의 이야기 말이에요. 그의 이야기는 복잡한 기술과 값비싼 재료 없이도 상상 속 꿈의 놀이터를 얼마든지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2달러로 한 달 동안 500번의 게임을 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Free Pass)을 만들고 각종 자동차 부품과 상자로 놀이기구를 창작하며 티켓 박스와 우승자를 위한 상품까지 고안해낸 꼬마 케인의 꿈이 담긴 작은 아케이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당시 그의 이야기를 짧은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온라인으로 널리 알린 영화 제작자이자 소셜 캠페인 디지털 전략가 너반 뮬릭(Nirvan Mullick)은 그 후에 비영리 단체 ‘이매지네이션 재단(Imagination Foundation)’을 설립하고 케인과 같은 꼬마 상상가, 창의적 사업가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제 골판지 상자 대회(Global Cardboard Challenge)를 개최합니다. 개최일은 바로 케인의 꿈이 이루어진 10월 10일입니다. 매년 10월 10일, 대회를 주관하고 싶은 일반 시민, 단체, 학교 등이 이매지네이션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개최지를 등록하면 참가자들은 가까운 개최지에서 대회 참가를 할 수 있습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4회 째 개최된 대회에는 50개국에서 약 174,454명이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은 골판지 상자로 부엌과 거실, 텃밭, 기차와 로봇, 길, 터널 등을 상상해서 만들고 그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SNS로 공유합니다. 이매지네이션 재단은 그 중 우승자를 선정 합니다. 그야말로 국제적인 온·오프라인으로 축제가 열리는 셈입니다. 평면적인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고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한 아이의 작은 꿈으로부터 시작한 골판지 상자 아이디어는 또 다른 사람의 꿈이 되고 공동의 가치가 되어 전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축제로 발전하였습니다. 만약 꿈을 꾸고 있다면 상상만으로 멈추지 마세요. 상상 속 나의 이야기를 실현시키고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면 변화가 생기고 그 안에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새로운 공동의 가치가 생길 거예요.
  • 골판지 상자대회1
  • 골판지 상자대회2
김다빈 _ 상상놀이터
김다빈 _ 상상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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