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람이나 동물이 사는 공간으로 공동체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이들의 기쁨과 슬픔, 아픔 등의 삶이 녹아 있다.
    오늘 북한강변에 위치한 미술관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미니블록으로 그 집을 만들고 있다.
    평일에 바빴던 아빠도 오늘만은 아이들의 든든한 놀이상대가 되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집을 설계하고 건축했다.
    미끄럼틀이 지붕이 되고, 기차나 자동차처럼 움직이며 성이나 보물을 숨겨놓은 놀이터가 집이 되어 갔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건축가 장윤규 명예교사의 집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명예교사는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며, 그 그릇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고 하였다.
    딱딱한 구조물인 집에 한 사람의 삶을 바꿀 만한 에너지도 담겨 있다는 이야기였다.
    집짓기 놀이에 흠뻑 빠진 아빠와 아이들은 이미 왕자, 공주, 탐험가, 건축가였다.
    집이 완성되며 놀이의 맛은 깊어지고, 완성된 집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순간 그들 안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 유전자는 완전히 깨어난 것 같았다.
    아빠와 아이들의 추억을 담은 그릇은 또 어떤 삶을 만들어낸 걸까.
    쌀쌀한 초겨울날씨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도록 몰입했던 아이들과 아빠들의 표정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순수한 놀이의 기쁨은 지친 삶을 회복시킬 만한 힘이 있다.
    집짓기 놀이는 검은 밤하늘에 폭죽처럼 터져 오늘 하루를 판타지로 만들었다.

    12월 4주_그리다_이미지

    2015 문화예술명예교사사업 ‘특별한 하루’는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명예교사와 시민이 만나 함께 이야기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삶의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건축가 장윤규 명예교사와 함께한 ‘아빠와 함께 얼렁뚝딱’은 아빠와 자녀가 함께 미니블록을 활용한 건축물을 만들면서 ‘가족’과 ‘집’의 의미를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들은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집을 만들고 난 뒤 발표 시간을 가졌다. 제각기 다른 집을 만든 참여자들은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사는 ‘기차가 다니는 집’, 보물을 숨기고 찾을 수 있는 ‘보물 집’, 바퀴를 활용한 ‘움직이는 집’ 등을 뽐냈다. 평소 6살 아들과 블록놀이를 많이 하는 장윤규 명예교사는 “아이들은 주로 엄마와 놀기 때문에 아빠와 노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유원지 가서 밥을 먹는 것 보다 ‘교감’을 할 수 있는 놀이의 기회가 필요하다”며 “블록은 자기 경험에 비추어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을 유발한다. 필요 없다고 느껴지는 블록도 재활용 할 수 있고 매번 새로운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숙경
    조숙경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따뜻한 마음과 생각이 담긴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오뚝이는 내 친구> <돌아와 악어새> <북극곰이 곰곰이> <한나도 우리 가족이에요> <야옹이 어디간다> <그날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배탈 난 호주머니> <쑥쑥요가> 등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sasa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