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이는 특별해요(My child is special).”
미국유학 당시에 간혹 듣던 말이다. 이 뜻이 장애를 가진 아이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장애’라는 말 대신, ‘특별함’으로 대체하는 사회. 미국의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을 바탕으로 발전되어 왔을까?

미국의 장애인 예술교육연구, 제도와 기관의 관계
미국의 장애인 예술교육에 대한 학술논문이나 보고서를 읽다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 할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복지(Welfare)의 관점에서 장애인 예술교육을 논하기 보다는 사회정의(Social Justice)의 관점에서 이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풀어낸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에 제정된 미국인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이하 ADA)과 ADA의 기반이 된 1973년 재활법(Rehabilitation Act) 및 1975년 장애아동교육법(Education of All Handicapped Children Act, 이하 EAHCA)에서도 볼 수 있다. 즉, 미국의 장애인 예술교육의 바탕은 시민권(civil rights)의 실현이지 사회소외계층의 복지가 아니다.
미국 국립예술기금위원회(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이하NEA)는 1970년대부터 장애인 예술교육과 연구를 유관기관과 협업을 통해 꾸준히 진행해 왔다. 「접근성을 위한 설계: 문화행정가를 위한 핸드북(Design for Accessibility: A Cultural Administrator’s Handbook)」은 NEA가 발간하는 대표적 참고자료로 박물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이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반드시 숙지해야할 주요정보를 담고 있다. 또한 통계청과의 협업을 통해 1982년부터 5년에 한 번씩 「선택의 문제인가? 미국 장애인의 예술참여 형태(A Matter of Choice? Arts Participation Patterns of Americans with Disabilities)」 연구보고서를 출간하여 장애인 문화권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한다.
미국의 장애인 예술교육연구는 빅터 로웬펠드(Victor Lowenfeld)를 선두로 1930년대부터 시작되어 이후 다양한 학술서적과 논문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1975년 장애아동교육법 시행을 계기로 미국의 장애인 예술교육연구는 두 차례의 주요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초기의 장애인 예술교육이 비장애인 중심의 예술교육을 장애인에게 ‘단순제공’하는데 그쳐있었다면, 1970년대 이후의 예술교육연구는 이에 대한 효능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제약 상태를 개선 또는 치유하는데 중점을 둔 예술의 도구적 기능이 주요 화두였다. 1990년대 이후, 장애인 예술교육연구는 초학제적(transdisciplinary) 접근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를 본질적으로 다룬다. 예술을 통해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를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장애를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 즉 예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가치인 ‘소통과 들여다보기’를 통한 자아와 사회탐구로 그 영역을 건너고(trans)있다.
이러한 장애인 예술교육연구 동향은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그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장애인예술재단인 VSA(Very Special Arts)와 NEA가 소개하는 장애인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단체의 사례는 이러한 예술교육연구의 최근 동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SAY의 ‘당당한 목소리’
SAY(Stuttering Association for the Young)의 씨어터 프로그램인 ‘당당한 목소리(Confident Voices)’는 말더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Stuttering Association for the Young’은 ‘말더듬 청소년 연합체’이지만, 이들의 앞 자를 따면 SAY, 즉 ‘말하다’이다. 이 프로그램은 말더듬 장애를 5살부터 겪었던 타로 알렉산더(Taro Alexander)가 만든 비영리 단체로 같은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예술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타인과 사회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시작되었다. ‘당당한 목소리’는 NEA가 지원하며, 전문 뮤지컬 제작자와 예술가가 멘토로 참여해서 뮤지컬 창작부터 시연까지 함께 한다. 참여 학생들은 ‘당당한 목소리’를 통해 말더듬 장애에 대한 주변인들 편견을 그들 자신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고쳐나가고, 말더듬 장애를 가진 이들의 대변자로서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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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 센터의 Arts Access Program
Arts Access Program(AAP)은 매스니 의료&교육 센터(Matheny Medical & Educational Center)에서 199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예술창작 프로그램으로 참여자 대부분은 중증 신체 장애인이다. 참여자 대부분은 붓을 똑바로 들 수도, 자유롭게 춤을 출 수도, 정확한 발음으로 시를 낭독할 수도 없지만, 화가, 안무가, 또는 시인 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곳에서는 전문예술가를 ‘촉진자(facilitator)’라고 칭한다. 촉진자는 AAP 참여자를 대신해서 그들의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표현하는 손과 발이 되어준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히 참여자의 요구를 실행하는 대리자로서가 아니라, 필요할 때 자신의 예술적 지식을 이용해 적절히 참여자를 리드하고 서로의 교감을 통해 영감을 주고받는 매개역할을 한다. 참여자 대부분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기계를 통해 대화를 나누지만, AAP를 통해 예술가로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에 재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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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교육을 위한 일상의 예술
EASE(Everyday Arts for Special Education)는 미국 교육부의 혁신펀드(i3) 수혜프로그램으로 자폐증, 과잉행동장애 등이 있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과 이러한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특수 교육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내 정규수업 과정에 음악, 무용, 미술, 연극을 이용하여 장애학생의 소통능력과 학습능력 계발을 도움으로써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효능감을 확인할 수 있게 이끈다. 이러한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의 경우, 고학년이 될수록 학교를 자퇴하거나 휴학하는 경우가 많지만, EASE의 참여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졸업한 후 대학에 입학하거나 직업을 가지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성과이다.
VSA는 EASE 프로그램 외에도 장애인 예술교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단체를 소개하고 있다.

VSA가 추천하는 장애인 예술교육 참고 사이트
  • · 전미 예술교육 연합(National Arts Education Association, NAEA)의 Special Needs in Arts Education, SNAE) :
       1) www.arteducators.org
       2) http://specialneedsart.weebly.com
       NAEA내에서 장애인 예술교육자 모임을 위해 운영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장애인 예술교육관련 각종 정보, 교구 및 교안, 연구자료 제공
       및 최근 출판서적 등을 소개
  • · 케네디 센터(Kenned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의 ArtsEdge:
       1) www.kennedy-center.org
       2) http://artsedge.kennedy-center.org
       케네디센터가 운영하는 예술통합교육프로그램 가이드로 장애인 예술교육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 교안과 how-to 정보
       및 가정과 학교, 연령별로 진행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양식을 제공
  • · STEAM교육에 예술을 접목한 [STEM + Arts]: www.stemtosteam.org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예술을 STEM교육에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장애인 예술교육에 참고할 다양한 활동
       및 사례들에 대한 정보 제공
  • · 국립 보편적 학습설계 센터(National Center on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UDL)의 UDL for All: www.udlcenter.org
       신체적, 인지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일반 교육과정을 학습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고안된 방법론, 교구 및 교수법 관련 정보 등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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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장애인만을 위한 것인가?
장애인복지법상에서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NEA의 보고서인 「선택의 문제인가? 미국 장애인의 예술참여 형태」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하루에 만 명꼴로 65세 이상의 나이에 접어들고 있으며, 2030년에는 미국인구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했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나이가 들면 시야가 어두워지고, 청각이 쇠퇴하며, 말은 어눌해지고, 인지 및 신체적 기능이 저하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이다. 장애인 예술교육은 따라서 단순히 소수를 위한 교육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교육이며,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로 향한 모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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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설
김인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문화정책·예술경영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소년문화포럼 편집위원, 한국문화경제학회 학술이사,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국제교류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 아트, 문화예술교육, 예술치유, 문화거버넌스 및 네트워크로 예술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자본 및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가 주요 관심분야다.
insul.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