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은 새로운 경험, 초월의 경험을 갈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시도되었고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시대다. 유일하게 승화를 제공하는 것은 진정성이고, 진정성은 가장 주변적인 것에서 발견된다. 커뮤니티아티스트들은 사회 주변부 사람들과 작업하면서 심도 깊은 희노애락의 경험을 표현한다. 21세기 예술에서 커뮤니티아트, 커뮤니티아티스트들의 미래가 밝다. 커뮤니티아트는 평범함에 중독될 필요가 없다.
– 스콧 란킨(Scott Rankin), 인터뷰 중에서

빅하트(BIGhART)는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신적 비영리 문화예술 개발 단체로 훌륭한 협업 예술가들과 활동하고 있는 전문프로듀서 그룹이다. 1992년부터 빅하트는 커뮤니티 문화개발 활동을 통해 소외된 지역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들의 대표적 프로젝트로는 호주 로번 지역 청소년 노인들과 함께 하는 <이잘라 얄라(Yijala Yala)> 프로젝트, 호주 시드니, 멜버른, 호바트 및 국외 선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하는 <블루엔젤(Blue Angel)> 프로젝트 등이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대부분 5년 이상 상당한 기간의 장기프로젝트로 진행되며 프로젝트의 중간 결과물들로 순회공연을 벌이고 각종 국제예술축제에 참여하는가 하면 책, 비주얼아트, 게임, 텔레비전 프로그램, 앱(App) 등으로 제작되어 다양한 계층,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있다. 빅하트는 “오랜 시간동안 호주의 문화소외자들과 함께” 일하며 “커뮤니티 문화 개발의 가장 좋은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이들의 혁혁한 성공담을 읽을수록 과연 이러한 성공의 동력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의 사회적 지위? 안정적면서도 혁신적인 공공지원? 뛰어난 많은 예술가들의 참여? 등등의 의문이 들었다. 몇 해 전 <커뮤니티와 아트>라는 연속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책을 묶으면서 내가 만났던 한국의 커뮤니티아티스트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과의 인터뷰가 저 멀리서 빛나는 성공담을 또 하나 추가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우려가 앞섰다. 그러나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이러한 우려는 말끔히 해소되었다. 이들 역시 편견과 오해, 제도의 장벽,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을 자인해야 하는 실패 등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인터뷰는 이들의 성공담에 대한 소개나 성공의 묘안 혹은 묘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커뮤니티아트가 처해있는 난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아트가 현대사회와 현대예술의 여러 문제들과 어떻게 연관되고 또 그것에 대한 강력한 실천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다. 대화의 행간은 자료집에 수록된 스콧 란킨의 「에세이 : 눅눅한 비스켓」을 참고하기 바란다.
아르떼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을 위해 한국에 온 스콧 란킨(Scott Rankin) 빅하트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세실리 하디(Cecily Hardy)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를 이틀간의 서울 워크숍을 막 끝낸 그 자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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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마음, 큰 예술은 하나
한국에서의 첫 번째 워크숍 끝냈다. 한국 아티스트들은 처음 만난 건가? 한국 참가자들을 만난 소감은?
스콧 란킨(이하 스콧) : 한국 아티스트들을 이렇게 직접 만난 건 처음이다. 방금 전 호주 라디오 방송국과 인터뷰 했는데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이건 첫인상일 뿐인데, 한국의 아티스트들은 예술적 작업은 창의적인데 비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데에서는 머뭇거림을 느꼈다. 또 예술가들 스스로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라고 믿고 있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세실리 하디(이하 세실리) : 이런 워크숍을 하면서 종종 느끼는 것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가진 공동과제나 장애물, 실패 등등의 상황에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빅하트는 적극적으로 도전했다는 것, 그래서 성공을 가져왔던 것 같다. 과감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프로젝트를 가져갔던 것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러한 프로젝트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스콧은 극작가로 소개되고 있는데, 많은 극작가, 배우들은 지금도 여전히 극장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어떻게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 형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스콧 : 블랙박스에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사회정의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열정, 사람은 선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또 한편 특정 예술양식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양식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특히 하이브리드에 관심이 많다. 화가, 시인, 극작가, 연주가로 동시에 활동한 적도 있다. 나에게 ‘사회정의’와 ‘문화’ 이 둘 사이에 단절은 없다. 빅하트는 BIGhART라 쓰는데 큰 마음, 큰 예술을 말한다. 똑같은 내용을 두 가지로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워크숍이 한 차례 더 남았는데 다음 워크숍에서 추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예술가들은 자기의 커리어를 확대해가면서 커리어 전체에서 자기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실리 : 점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런 길에 들어섰다. 경청하고 들어주고 반응을 보이는 일을 하고 싶었다. 블랙박스에 갇혀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의 힘
빅하트의 접근방식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당신이 만약 누군가의 이야기를 안다면 그들에게 상처 주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를 함축하는 문장인 것 같다.
스콧 : 빅하트의 존재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스토리라는 것이 보호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러티브를 통해 어떤 사람의 스토리에 공감하게 되면, 그래서 보이지 않던 이슈가 가시화되면 사람들은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감추어진 이슈에 집중하기 때문에 모두가 다 이야기하는 것은 내버려두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이야기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블루엔젤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130만 명의 선원이 있는데, 그중에 60만 명 이상이 노예상태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의 삶은 우리의 삶과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한국은 호주에서 철광석을 가져다가 제품화해서 수출한다. 그러한 과정에 노예상태의 선원들이 있다. 부지불식간에 아직도 해상에서 일어나는 노동착취에 의존해 살고 있지만 아무도 이런 것을 말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 그런 이슈를 선택한다.

당신들은 스토리를 강조한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대한 관심도 그렇고 “커뮤니티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도록 스토리의 힘을 활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스토리의 힘을 좀 더 설명해 달라.
스콧 : 에드워드 사이드는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국가가 곧 내레이션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국가란 고정되지 않는 이야기이고 각 세대가 새로운 장을 점점 써나가면서 전개되는 스토리라는 것이다. 나도 스토리를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싶다. 철학, 신학, 과학, 예술 등은 이렇게 쓰여 가는 이야기의 각기 다른 표상화, 각기 다른 표현이다. 스토리의 역할은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잘 포장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 저기에 뭐가 있지?’하고 궁금하게 여기고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공유하는 아이디어가 미래를 형성하는 것이고 스토리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다. 예술가들이 만드는 스토리는 반드시 자기 예술 표현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스토리텔링 자체가 예술적 탁월성을 가지고 구현되어야 한다. 그것이 구현되었을 때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표현되고,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국가의 스토리, 국가의 내레이션에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탁월한 예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토리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게 해서 사람들이 궁금히 여기고 사람들 사이에서 반향과 파장을 일으키는 임팩트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는 예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광고, 정치연설, 브랜딩 등이 다 스토리를 만든다. 우리는 24시간 뉴스를 듣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주 파워풀하다. 그래서 즉각 뉴스에 오르지만 금방 사라진다. 내가 말하는 스토리는 심층화된, 쉽게 사라지지 않는 스토리다. 예술가들은 심층화된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용감해야 한다.
지금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겠는데, 실패한, 스킬을 갖추지 못한, 역량이 뛰어나지 못한 예술가가 자기 작업을 하다가 잘 안 돼서 예술강사가 되거나 커뮤니티아티스트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커뮤니티아트가 평범함의 게토를 만들고 있는 상황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론을 만들어 평범함을 정당화하고 자축한다. 어떤 이들은 커뮤니티아트에 대해 ‘저기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 평범함의 소굴이고 스스로 자축하는 데야’ 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것들이 문화적 질병이고 질환이다. 나는 호주에서 ‘이 작품은 퀄리티가 충분하지 않아’ 라고 해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아트야 말로 예술가의 예술적 탁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신의 에세이에서 탁월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을 읽었다.
스콧 : 예를 들어보겠다. 커뮤니티에서 자전거를 만들 때, 자전거 만드는 것을 도와주지 않았고, 그래서 자전거가 조악하게 나오고, 가다가 부서졌는데도 ‘잘했어, 잘 만들었어!’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작업을 할 때 빠르고 아름다운 자전거가 만들어지도록 도울 것이다. 그런데 커뮤니티아트에서는 종종 이런 실수를 목격하게 된다. 예술은 자기표현에서 출발하다보니 이런 실수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티스트의 탁월성이 빛나는 때는 프로젝트에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 그 순간을 절묘하게 찾아서 들어갔다가 또 빠져나오는 순간을 적확하게 찾아내는 데에 있다. 커뮤니티 작업을 통해 지역사회가 뭔가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과 동시에 그 작품이 탁월한 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 두 개의 긴장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면서 걸어가는 것이 아티스트의 역할이고 새로운 탁월성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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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그리고 이슈의 연결
커뮤니티아트가 탁월성을 구현하는 데에서 개별 예술가의 작업만큼이나 협업은 중요하다. 커뮤니티아트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분야가 함께 작업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또 예술가들도 프로듀서의 자질과 역할이 필요한 것 같다.
세실리 : 아티스트와 일할 때는 소외된 커뮤니티를 상대하는 것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아티스트는 독립적이다. 협력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커뮤니티에 적용하는 원칙을 예술가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스콧은 프로젝트를 선형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는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다. 따라서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프로듀서의 마인드를 갖게 되면 좀 더 심도 있게 프로젝트를 사고하고 추진할 수 있다.
스콧 : 사회는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예측불가이다. 예술가는 계속 이러한 변화를 배워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예술가는 급류에 휩쓸려 내려갈 수 있다. 프로듀서의 역할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자라나게 하고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의 역할도 동시에 해야 한다. 세상이 변화해도 시적인 것,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고 변화시키는 특별한 역량이 있는 사람은 항상 필요하다. 이게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한다는 점에서 주술적인 활동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래서 상처받은, 심약한, 위축된 사람들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소개를 보면 사회변화키워드(Social Change Focus)라는 항목이 있다. 그 항목에는 여러 키워드가 있다. 이 키워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또 키워드는 프로젝트를 요약해서 설명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창작의 구체적 모티브인지 궁금하다.
스콧 :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여기서 일으켜야 하는 사회적 변화가 무엇인가를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이 지역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자,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이슈가 자연스럽게 발견된다. 그렇게 발견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슈가 연결되면서 프로젝트의 프로세스가 달라진다. 또 지역사회와 연관된 정부 기관들은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를 원하는데 그런 다양한 이슈를 접목시키는 것만으로도 프로젝트의 재원확보에 도움이 된다.

예술은 심층적이고 장기적인 솔루션
빅하트 소개 중 다음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문화 개발 프로젝트는 복잡한 사회문제들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매력적이고 흥분되는 캐치프레이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예술가들이 사회적 문제의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또 선한 예술, 착한 일을 하는 예술에 대한 비판도 있다. ‘왜 예술이 해결사가 되어야 하지? 예술의 공공성이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나? 도리어 예술은 잠재된 갈등을 드러내는 것이지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아니잖아?’ 등등 비판과 회의가 있다. 솔루션으로서의 예술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스콧 : 커뮤니티는 계속 변화하게 마련이고 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잘 조절해서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세련된 사회로 나가도록 유도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데에 당근과 채찍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채찍은 법제화로 강제적이라면, 당근은 문화적 변화를 통한 유인책을 쓰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채찍을 선호하지만 대중들의 저항이 크다. 결국 지역사회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문화가 바뀌는 것이 역동적이면서 인간적이고 심층적인 해결책이다. 그런데 종종 범하는 실수가 예술이 행한 결과물을 통해서 이것이 지역사회를 이렇게 바꿔놨다는 식의 이야기다. 연극의 이러한 콘텐츠가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변화의 가시적 성과를 근간으로 예술의 가치를 입증하려고 하고 예술을 정당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실수다.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에서 어떠한 문화적 변화가 일어났는가 이다. 예술가는 예술의 순수성, 탁월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탁월한 예술의 세계를 지켜나갈 때에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세스는 더 강력해지고 그에 따라 더 큰 변화를 가져온다.
세실리 : 예술이 사회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압력이 늘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도 그런 것들에 대해 걱정하는 입장이다. 예술가들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 정부는 ‘어, 문제가 해결되었네!’ 하면서 손을 떼게 된다. 도리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거꾸로 이다. 우리 프로젝트의 목표는 정부가 응당 해결해야 하는 이슈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정부의 행동과 정부의 예산 확보와 정책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빅하트는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호응이 상당하다. 빅하트에 대한 호응이 사회적 이슈 때문인가 아니면 작품이 아름답고 즐겁기 때문인가.
스콧 : 최근 끝낸 프로젝트는 여러 반응을 이끌어 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반면 세실리와 하는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다. 우리 프로젝트는 최소한 5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다. 중간 중간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데 실패가 있을 수도 있고, 그걸 점검하면서 방향을 수정하기도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얼마 전 멜버른페스티벌에 참여한 작품에 대해 연극예술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변화를 생각하면 실패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는 복잡하고 그렇기 때문에 흥미진진하다. 매 과정에 성공할 수는 없다.
호응이라는 것도 복합적이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여러 이슈들이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따라 서로 다른 전문성으로 우리를 평가한다. 비평가들은 무대에 구현된 것으로 비평을 하고 정부는 사회복지에 얼마나 기여했나로 평가한다. 그 평가가 완전히 상반되기도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전체의 성공과 실패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우리뿐이다.
우리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몇 개 안 된다. 빅하트가 성공이라고 판단하는 데에는 5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개인적 차원에서 새로운 선택을 통해 개인의 삶이 긍정적 여정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의 변화로 인해 커뮤니티의 대응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개인과 커뮤니티의 변화가 정책의 변화를 일으켜서 이러한 변화가 사회적으로 안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예술적 탁월성을 갖추어 우리가 표방하는 아이디어가 강력하고 오랫동안 존속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지식의 전수다. 프로젝트를 통해 구현하고 얻게 된 지식을 우리 동시대의 작가들, 그리고 미래 세대들에게 전수하는 거다. 우리는 이 다섯 단계에 도달했을 때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빅하트(BIGhART)는 큰 마음과 큰 예술, 이 둘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고 했던 말이 인터뷰를 하면서 좀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앞으로 남은 워크숍에서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즐거운 작업을 하길 바란다.
스콧 란킨(Scott Rankin)
스콧 란킨(Scott Rankin)

빅하트의 공동창립자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극작가이자 프로듀서로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태즈메이니아, 필바라, 뉴 사우스 웨일즈, 호주 수도 특별자치구(ACT), 노던 준주(NT) 등 호주 전역을 비롯하여 영국 등지에서 투어를 진행하고 예술을 통한 사회·문화혁신 리더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세실리 하디(Cecily Hardy)
세실리 하디(Cecily Hardy)

빅하트에서 연기자 및 크레이에티브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가, 공연예술가 및 방송진행자로 활동 중이며 수준 높은 커뮤니티 참여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호주 중앙 사막의 원주민 예술가 등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협력하며 양질의 예술과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였다.

사진 _ 마루스튜디오

김소연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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