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창작의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 입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아무 생각도 나질 않고 글자 수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는 창작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글에서 살짝 힘을 빼보세요. 때로는 유(有)에서 무(無)로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더욱 값진 것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단어의 파편들을 모으고 연결하고 지우는 창의적은 글쓰기 놀이를 소개합니다. 한 번 따라해 보세요!

지우면 시가 된다

때로는 지우고 없애고 삭제하는 것 자체로 창작을 할 수 있습니다. 블랙아웃 포엠(Blackout Poem, 시 지우기)은 다양한 수업에서 글쓰기를 훈련시키거나 시를 배울 때 활용되는 기법입니다. 빠른 시간 안에 손쉽게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마카펜을 준비해주세요. 신문에서 마음에 드는 기사 하나를 골라 네모 표기를 하고 기사 내에서 마음에 드는 단어에 모두 네모 표기를 해주세요. 별 생각 없이 선택한 단어들을 한번 쭉 읽어본 뒤 앞 뒤 단어를 연결시킬 단어를 추가하거나 선택한 단어를 지워주세요. 자, 이제부터 신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네모 표기한 단어 이외에 불필요한 단어들은 모두 마카펜으로 과감하게 지워주세요. 까만색 마카펜으로 열심히 지우다보면 어느새 내가 선택한 단어들만 남아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구성된 한 편의 시가 탄생합니다. 어때요, 쉽죠?
조금 더 단련이 된 후에는 블랙아웃 포엠을 어떻게 더 시각적으로 꾸밀지를 상상해보세요.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거나 단어들을 연결하는 디자인을 조금 더 고민해보세요. 혹은 물감이나 스프레이와 같이 다양한 재료를 시도해 봐도 좋고요. 새로운 창작을 위한 자극이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블랙아웃 포엠을 완성할 때마다 잘라서 따로 수집하고 보관하세요.

곤란할 때를 대비한 유의어표
좋은 글의 조건 중 하나는 반복되는 단어가 없고 다양한 단어로 구성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매번 다른 단어를 쓸 수 있을까요? 이럴 때를 대비하여 여러분만의 유의어표를 만들면 어떨까요? 유의어표는 밝기와 진하기에 따라 색상코드를 나타내는 페인트 컬러북(color book, 색상표)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색상표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도 좋습니다. 유의어표는 칸이 많을수록 좋아요. 첫 번째 칸에는 여러분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하나 써주세요. 그리고 그 밑에 차례대로 유의어를 써서 한 칸 한 칸 채워주세요. 예를 들어서 ‘즐겁다’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라면 그 밑으로 ‘좋다’ ‘유쾌하다’ ‘흐뭇하다’ ‘신난다’ 등의 유의어를 써주세요. 사전과 인터넷을 활용해도 좋고, 누가 더 유의어를 많이 찾을 수 있는지 대결하며 표를 채워보아도 좋습니다. 이제 글을 쓰다가 막히면 직접 만든 유의어표를 꺼내서 활용해보세요. 여러분의 글 또한 풍부하고 다채로운 단어로 가득 할 거예요. 아참, 책갈피로 사용하기에도 적당한 사이즈랍니다!

상상과 이야기가 가득한 강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의 기질이 있었습니다. 상상하고 이야기를 곧잘 만들어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재미있는 창작놀이에 임해보세요. 먼저 큰 강줄기를 오려서 만들고 그 위를 돌멩이, 나뭇가지, 그 외에도 강에 있을법한 사물들로 강을 꾸며주세요. 그런 다음 ‘강’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단어, 강줄기에 놓인 사물과 관련된 문장, 혹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도 넣고 싶은 단어들을 마음껏 써서 강 여기저기에 붙여주세요. ‘행복’ ‘슬픔’ ‘좌절’과 같은 감정표현, ‘젖은 신발’ ‘구름 위 날고 있는 새’ ‘커다란 바위’와 같은 명사, ‘보다’ ‘넘어졌다’ ‘구르다’와 같은 동사 등 최대한 서로 다른 품사의 단어들을 써보세요. 심지어 단어가 아닌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해도 됩니다. 그 다음에는 단어들을 재배치하면서 강을 따라 문장을 만들어주세요. 강을 주제로 한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과연 강 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김다빈 _ 상상놀이터
김다빈 _ 상상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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