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마음을 치유한다.’
음악, 시, 그림 혹은 공연 등을 감상하면서 그것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며 그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또는 힘든 시기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치유된 사례를 우리는 많이 접한다. 예를 들어 예술가 니키 드 생팔(프랑스 조각가, 1930~2002)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로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을 받았지만, 그림에 자신의 고통을 처절하게 표현하면서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힐링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심리적 키워드이며 가히 붐(boom)이라고 할만하다. ‘힐링 붐’ 현상은 누구나 마음속에 힐링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행처럼 번진 웰빙에서 심리적, 정신적 웰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힐링, 치유가 사회적 이슈로 연결된 것은 당연한 과정이 아닐까?
과거 어떤 때보다 ‘풍족하게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왜 ‘힐링’이 중요한 이슈며 일상 언어가 되었는가? 힐링 붐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가 상처를 받고 삶의 균형이 흔들려 이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흐름으로 우리는 누구나 상처 받을 수 있고 고통을 겪으며 그것을 회피하거나 감출 것이 아니라는 의식이 높아졌다. 심리적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치유방법을 찾고 그것을 드러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성취능력, 학벌, 스펙 등의 개발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공감능력, 감동, 정서 등은 부차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세태에 적응하기 위해 현실보다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에 동반되는 불안, 열등감, 좌절감, 무기력, 우울, 공격성, 피해의식 등은 세대 구별 없이 겪는 심리적 문제들이다. 사람들은 심리적 문제들을 극복하기도 하지만, 이를 들여다보지 않고 미루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함으로써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심리적 갈등과 문제들은 여전히 자기 내면에서 점점 웃자라 뜻밖의 상황에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따돌림, 폭력, 분노 폭발, 트라우마 등으로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지 않는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만다라 미술치료 워크숍 중
최근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하여 예술을 통한 치유적 접근이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술치유는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예술성을 근거로 한다. 요셉 보이스(독일태생 미국 화가, 1921~1986)는 ‘모든 인간은 예술가’이며 ‘자신과 자신의 환경을 창조하는 존재’라고 한다. 그는 ‘예술은 바로 치료’라고 하면서 예술과 치료의 상관관계와 예술의 치유성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 우리 사회도 ‘인간을 위한 예술’로서의 예술의 치유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이슈화하고 있다. 예술의 치유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켜야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런 시도는 예술 개념과 예술역할의 확장을 위한 인식전환이라고 본다.
힐링이 사회의 키워드가 되는 현상에서 예술을 통한 치유는 인간에 내재한 창의성, 감성, 정서를 표현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예술의 창의성, 감각활동, 자발성, 정서 표현, 카타르시스 체험, 현재화 능력 등은 예술을 표현하는 사람에게 스트레스 해소, 삶의 의미 발견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공동체에 대한 민감성도 높여준다. 예술을 통한 자기표현, 자기경험, 감상과 의사소통 경험은 우리를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치유력을 지닌다. 예술을 통한 치유의 중심 요인은 예술 기법을 배우거나 작품의 완성이 목표가 아닌, 예술과정을 통한 치유적 체험이다. 여기에는 감각활동, 과정의 즐거움, 정서적 해방감인 카타르시스, 내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작품 감상과 집단원 및 치료사와의 만남과 대화, 의사소통 등이 치유적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학교폭력, 재난사고 등 심리적 상처를 가진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예술치유는 예술을 주로 다루어 치유영역이 부족하다거나 예술을 치유의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이러한 점에서 2015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사업은 예술과 치유를 함께 품는 방안을 시도하는, 비판보다 개발과 확장을 위한 결단이라고 본다. 예술치유에는 예술의 치유성에 근거한 심리적, 예술적, 병리적 지식과 치유적 동행 등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예술치유의 대상은 특정 집단만이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도 다양한 대상들에게 적용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는 사회의 관심, 정부부처 간 협력 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15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지원사업은 힐링 붐 이면에 있는 치유에 대한 갈망을 우리 안에 내재된 예술성과 예술의 치유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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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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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쾰른대학 치료교육대학에서 석, 박사 취득 후 한국에서 대학 미술치료 전공 교수를 거쳐 현재는 미술치료연구소에서 심리상담, 개인미술치료와 미술치료 관련 교육, 워크숍, 강연 등으로 미술치료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미술치료 저서로 『미술치료 이해』 『만다라 미술치료 이론과 실제』 『노인미술치료』 『만다라 그리기 시리즈』 등이 있다. 역서로는 『정신분석적 미술치료』 『치유로서의 그림』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초한 미술치료』 『색의 신비』 『그림 속의 나』 등이 있으며, 미술치료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홈페이지 www.jbaum.kr 이메일 jbaum@jba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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