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인류역사와의 관계는 언제부터일까? 인간의 필요에 따라 빛이 사용되어지면서 어느 샌가 인간의 삶과 빛은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된 빛, 그 빛의 축제가 어느덧 6번째 생일을 맞았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이 이뤄낸 10년의 명성

 

매 2년마다 한번씩 프랑크푸르트와 마인츠를 비롯한 인근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빛 비엔날레” 축제가 지난 달 성황리에 열렸다. 총 175개의 프로그램 중 약 40개는 오픈바흐(Offenbach)에서 나머지 20개 프로그램은 마인츠(Mainz), 비스바덴(Wiesbaden) 그리고 다음슈타트(Darmstadt)에서 개최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술과 기술의 재발견이라는 모토 하에 도시 전체를 무대로 화려한 빛의 축제를 선보인 이번 행사는, 지난 해보다 더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으며 10년이라는 명성에 빛을 밝혔다.
인간과 빛, 태고 적부터 하나의 끈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던 이 둘의 조합을 ‘예술’이라는 새로움으로 재발견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이 행사는 주목 받아왔다. 또한 “빛”이라는 소재가 하나의 예술품으로 다른 예술분야와 접목, 공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발명한 신기술과 소재들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종합행사라는 평가로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생활 속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축제

 

이번 루미날레 행사는 지난 4월 15일부터 20일까지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저녁시간에 약 170개의 빛 행사로 개최되었다. 도심 속 거리의 고층빌딩, 교회 및 박물관들까지 각각 다른 색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의 옷을 걸쳤다. 행사장을 순회하는 버스에 올라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낮 시간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많은 관람객들은 건축가, 예술가 및 디자이너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 낸 빛의 도시를 거닐고 바라보며 감상에 빠진다.
빛은 좀 더 유익한 삶, 편리한 삶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생활 속 소모품에서 이제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올해 개최된 루미날레 행사는 4월말 심술 가득한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려 140,000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매력을 뽐냈다. 너무 생활 속 가까이에 있어서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 것일까? 화려함 속에 긴장감이 있고, 그 속에 다시 편안함이 있는 빛 속의 공간은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기엔 충분해 보였다.

 

 

루미날레 운영진인 헬무트 비엔(Helmut Bien)은 ‚루나공원과 강변주변 그리고 문화캠퍼스가 올해 루미날레 행사 중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이라며 이번 행사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루나공원의 경우 행사기간 총 6일동안 약 30,000명의 관객이 찾았다고 최종 집계됐는데 이는2010년에 비해 약 2배가 증가한 수치다. 관객들은 야외에서 소개된 역동적인 프로젝트뿐 아니라 슬로운 라이트 인스털레이션(Slow Light-Installationen)과 같은 정적인 전시회에 대해서도 상당히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한편 문화예술인들만의 행사가 아닌 산업, 연구, 건축관련 종사자,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행사 참여를 지원했고 이들이 함께 새로운 환경마련이라는 공통적인 대안에 고심했다. 각 지역마다 준비한 프로그램도 특색 넘쳤다.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빛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라인강변에서는 빛과 배라는 테마에 맞춰 빛으로 빚어낸 조각품들이 소개됐다.

 

문화예술작품에 담긴 미래의 신기술

 

지난 1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광객과 행사 프로그램이 많고 다양해지면서 건축/디자인에 관련된 프로그램들도 대폭 증가했다.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닌 하나의 도시계획 제안으로까지 연결되는,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 개발에도 큰 영감을 주고 있다. 관련 산업들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 신제품 개발과 효율적인 공간 창출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무형예술인들이 설 자리도 그 만큼 넓어진 것이다. 그 중 [건축과 빛]이라는 테마는 더욱 풍성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빛의 디지털(Digitalisierung des Lichtes화)라는 주제는 행사 프로그램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빛과 소리를 접목시킨 프로젝트에서부터 인공적인 빛이 아닌 태양 빛과 그늘을 이용해 조각품들을 만든 작품과 그 밖에 시사적인 주제를 담은 작품도 있었다.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정신을 일깨우는 프로젝트들이 그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제품들과 신기술을 소개하는 부스의, green energ라고 불리는 OLED조명은 본 행사기간 중에 대표적인 미래 기술상인 [독일미래상(Deutsche Zukunftspreis)]을 받기도 했다.
루미날레는 그린시티 축제(Green-City-Festival)를 기본신념으로 표방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의 에너지 위원회(das Energiereferat der Stadt Frankfurt)에서는 에너지 고갈에 대비한 퍼포먼스로 이번 행사기간 동안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앞으로 2년 후, 2014년에 개최될 행사에서는 환경보호, 에너지 효율성을 주요테마로 삼고 있다. 루미날레가 지난 10년을 이어오고 앞으로의 10년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아마도 빛이라는 무형의 문화예술을 유형의 산업기술과 접목시켜 매해 새로움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글_성경숙 독일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