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역에 내려 시내를 따라 걷다 보면 ‘여기가 정말 독일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양쪽으로 들어 선 외국상가들을 다 지나올 때까지 단 한 명의 독일 사람도 만나지 못하는 날에는 다시 한번 뒤를 쓰윽 돌아 방금 지나쳐 온 길을 쳐다본다. 독일 금융의 중심지 프랑크푸르트 빌딩 숲 속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독일의 이민자들을 위한 문화예술정책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그러하듯 독일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에 비해 정착화된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있다. 독일정부와 연방주는 ‘문화’라는 아이콘을 내세워 문화편견을 줄이기 위해 다민족의 문화를 포용하는 지속적인 총체적 사회융합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매년 외국인을 바라보는 독일인과 이민자 자신들의 시각적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고 다른 국가들로부터 나름 성공적인 이민 정책임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독일문화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진 이민자들을 수용하고자 하는 집단과 이를 국가 이기주의로 단정하고 거부하는 집단 사이 첨예한 대립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사실이다. 독일은 문화적 차이를 ‘다름’이 아닌 ‘특성’ 또는 ‘개성’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인식변화를 위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 이민자들과 지역 사회 간의 보이지 않는 간격까지 줄여야 한다는 이민자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랑크푸르트 다문화 지원정책 관련 행사

 

프랑크푸르트에는 현재 약 350여 개의 이민자 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독일 이민자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터키인들의 모임에서부터 한국 문화센터에 이르기까지 국적만해도 50여 개가 넘는다. 이 중심에는 이들 단체들을 하나로 아우르고 12년째 든든한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기관인 프랑크푸르트 다문화지원센터Amt für multikulturelle Angelegenheiten, 이하 AMKA가 있다. AMKA에서는 매년 이민자 단체들이 개최하는 100~150개 가량의 프로젝트와 행사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989년 설립된 이 기관은 베를린 못지 않게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독일 금융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세워졌다. 이미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민자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국제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만들어졌다. 설립 취지에 따라 단체가 주관하는 어학코스뿐만 아니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과 문화예술관련 단체들이 함께 기획한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도 함께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프랑크푸르트 극단이 중심이 되어 매년 개최하고 있는 문화 퍼레이드Parade der Kulturen를 좋은 예로 꼽을 수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문화 퍼레이드는 매년 6월 말에 개최되는데, 2010년 제 7회 문화 퍼레이드 행사는 최다 방문객을 유치하면서 이 행사에 대한 일반인과 이민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2010년 당시 문화, 스포츠 그리고 이민자 단체들이 동원된 약 1500명의 참가자들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전체 방문객 수만 해도 75,000명이 넘어 10년이 채 되지 않은 개최 횟수에도 불구하고 프랑크푸르트를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2010년 퍼레이드 행사에 참여한 70여 개의 단체들 중 개성 넘친 팀에는 청소년 및 아동부문과 일반인 부분으로 나누어 수상의 기회도 주어졌다.

 

문화 퍼레이드로 포문을 연 프랑크푸르트의 대단위 문화행사는 매년 가을에는 장장 3주간에 걸쳐 열리는 문화축제주간에까지 이어진다. 올해 10월 23일에서 11월 12일까지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문화축제는 각 이민단체들이 준비한 문화행사다. 이와 함께 문화전달 세미나 및 행사들이 열려 타 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고 독일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넓은 공감의 장을 선보인다. 3주간의 행사에서는 이민정책에 대한 공개토론을 비롯해 단체별로 진행중인 문화예술 프로젝트 소개와 의견을 나누는 세미나 및 단체들을 위한 재정적 지원 방법 등에 이르는 심도 있는 토론도 열릴 예정이다.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참여 가능하고 각 단체들은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직접 기획하고 소개할 수 있다.

 

 

이민자를 위한 문화예술정책, 선행된 복지정책이 우선

 

이제 다문화 사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다문화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이민자 가족 지원은 더 이상 정치적 영역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밖의 사회영역들, 예를 들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인식의 변화와 적극적인 지원노력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에 독일 사회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현재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세대보다도 세계화와 동적인 움직임에 대한 요구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좀 더 일찍 동일한 가치를 갖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 체험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이민자를 위한 문화예술지원에 앞서 독일정부가 선행한 것은 바로 복지 정책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즉 사회적 복지제도와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한 제반 시설 등을 우선적으로 확립한 후에야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지원이 가능해 진다는 점이다. 따로따로 정책이 아닌 함께하는 협력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글.사진_성경숙 독일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