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바늘 실의 제전! 남녀노소가 즐기는 퀼트를 향하여

 

 

올해 9주년을 맞은 ‘도쿄 국제 퀼트 페스티벌’은 퀼트 팬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시민의 참여가 눈에 띄는 연례 행사이다. 일본 방송 NHK를 통해 응모하는 파트너쉽 퀼트는 초심사나 아마추어가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코너이다. 올해 파트너쉽 퀼트의 테마는 ‘생명의 나무’였다. 40cm 정도의 정사각형의 크기에 자유성과 개성이 넘치는 퀼트를 만들어 보내면, 수십장 정도를 배열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된다. 그리고 이는 전시 후 추첨을 통해 판매하며, 이 판매액은 자선 단체에 기부되어 퀼트를 통한 사회 참여와 기여를 도모한다. 퀼트를 통한 참여와 교류를 목적으로 한 이 행사에 한국 국가 지정 중요 무형 문화재, 김해자 선생님이 초대되어, 한국 누비 특별전이 열렸다.

 

퀼트(quilt)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누비’가 된다. 누비는 안과 겉을 맞춘 두 겹의 옷감 사이에 솜을 두거나 또는 두지 않고 홈질하는 것으로, 일정한 간격의 세로선이 반복되는 줄누비의 형태로 나타난다. ‘누비’는 ‘보자기’와 함께 한국의 퀼트로 일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싱 퀼트가 성행하는 요즘 손 누비의 교육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전시기간 중에는 김해자 씨를 비롯한 스태프의 시연의 장이 마련되어 정교한 한국인의 바느질에 주위의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누비전과 함께 눈에 띈 것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참여가 높다는 점이었다. 주부를 비롯한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퀼트가 최근에 들어 젊은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있다는 뉴스는 이미 예전의 일이며, 최근에는 어린이들의 교육과 정서 함양을 위한 수단으로 퀼트가 활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학교와 각종 단체를 비롯, 부모와 함께 만드는 퀼트의 장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주니어 개인전과 주니어 그룹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어린이 특유의 상상력과 색채 감각으로 성인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4세 어린이의 작품이나 친구와 함께 물고기를 퀼트로 표현한 작품 등 활력이 넘치는 코너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든다. 친구와 함께 천을 오리고 바느질을 하여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을 퀼트로 표현하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떠울랐다.

 

퀼트로 어른들의 꿈을 표현한 코너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내 방으로 초대합니다’ 코너로 현재 활약중인 퀼트 작가가 자신들의 작품으로 방 하나를 꾸몄다. 퀼트의 유행과 최신 동향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장으로, 개성 넘치는 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인테리어로 기능하는 퀼트를 선보였다. 퀼트 작품로 꾸민 방이 매력적인 이유는, 만든 이의 시간과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온리 원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퀼트가 인기있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도쿄 국제 퀼트 페스티벌의 대상 상금은100만엔이다. 참여 부분은 전통 퀼트, 창작 퀼트, 일본풍 퀼트, 그룹 퀼트, 주니어 퀼트, 가방 퀼트이며, 각각 개인과 그룹으로 참여 가능하다. 프로는 물론이거니와 동네 할머니들과 초등학생 등 일반인의 참여가 활발한 것이 특색이다. 토크쇼와 워크 숍 등 부대 행사도 다양하며, 천이나 퀼트 재료를 구입하기에도 좋은 기회이다. 도쿄 돔에서 1월 15일 부터 9일간 열린 이 행사는 내년에 10주년을 맞아 기념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근래에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응모도 늘고 있는 추세여서 퀼트의 국제적 동향을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

 

누비옷 한 벌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기간과 인내가 필요하며, 반복되는 과정속에 바른 몸가짐과 정신을 집중해야하는, 일종의 수도와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속도에 묻혀서 자신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느림과 인내를 요구하는 누비는 여유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자기 성찰과 정서 함양의 기회도 제공하는 한국의 퀼트가 세계로 더욱 뻗어나가길 기대한다. ※사단법인 누비 문화연구원www.nubi107.com※도쿄 국제 퀼트 페스티벌www.tokyo-dome.co.jp/qui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