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을 통해 스스로의 문제에서 벗어나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21세기 현대인은 고달프다. 전쟁과 자연재해로 터무니없이 죽어가는 지구촌 소식들, 그다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국내경제 및 세계경제, 점점 오르는 물가, 하루하루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들, 그 기술만큼이나 빠르게 달라지는 디자인들, 그리고 얼리어댑터가 되어야 하는 도시인의 운명, 트랜드 따라가랴, 회사 눈치보랴 자식들 뒷바라지하랴 안과 밖으로 현대인들은 시달린다.

 

그건 세계 중심지라는 뉴욕은 물론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인종, 예술문화, 경제 정치의 백화점이라 불리는 만큼 미국인들은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억압당하고 있는 듯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다루는 수많은 프로그램과 전공과목들이 많다. 필자가 공부하는 뉴욕대(NYU)에는 의대가 아닌 인문교육예술 대학에도 정신적 스트레스와 정신 치료와 관련되어 음악, 미술, 연극, 드라마 등으로 세분화된 테라피과목들, 교육쪽으로도 드라마 또는 연극적 방법을 통한 사회와 개인의 문제접근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또한 공공, 사설기관에서도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 다각적으로 해결해나가고자 한다.

 

이번에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the Theater of the Oppressed Laboratory(이하 TOPLAB)은 억압극의 창시자 아우구스토 보알(Augusto Boal)의 연극적 방법에 기초를 두고 교육, 의료, 인적 서비스, 지역사회지도자들의 공동체로서 다양한 워크샵을 개발 운영하고, 워크샵을 통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사회, 학교, 지역과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모색해나가고 있다.

 

 

TOPLAB은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약간 위쪽에 위치한, 허드슨강이 보이는 길가에 위치해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주말은 이미지 연극 워크샵이 있었다. 참가들의 면면이 다양했다. 9시 워크샵을 참가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으로 기차를 타고온 마르타 리, 그녀는 필라델피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님. 뉴욕 브룩클린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는 레지, 필라델피아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멜, 인도네시아에서 온 인형 퍼포먼스 리사, 멕시코에서 어린이를 가르치는 안토니에타, 그들 모두는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워크샵에 참여했노라고 말했다.

 

 

이미지 연극은 억압극의 또 다른 방법으로서, 비언어, 신체대화를 강조한 상호연극표현기술이다. 내적, 외적으로 자기를 억누르는 많은 문제점들을 스스로 고민해보고 몸으로 표현함으로써 어렴풋이 느끼는 문제들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다. 문제에 대해 보다 가까이 접근할수록 해결 실마리가 보인다 라는 아주 단순한 원리가 아닐까? 각자, 자기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말을 하지 않고 몸으로서 표현한다. 혼자가 아닌 다른이의 몸을 빌어 함께 표현해 나간다. 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면서 왜 내가 그 문제에 집착하고 고민하는지가 조금씩 선명해진다고 한다.


TOPLAP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워크샵의 진행자(facilitator)이자 TOPLAB의 운영자인 마리끌레르 핏쳐를 만나보았다. “ TOPLAB은 1990년 7월에 뉴욕에 세워졌습니다. 목적은 실습의 장으로서, 공연의 장으로서 억압극의 기술을 전파하는 것입니다. TOPLAB은 처음 보알과 함께 교육가, 문화가, 정치활동가 그리고 예술가들이 폭넓은 훈련과 공동작업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들의 연합공동체입니다. 작년 보알이 작고한 뒤,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인터렉티브 연극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이것을 통해 에이즈, 약물중독, 노숙자, 인종차별주의, 성차별 등 사회, 학교,, 직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고민하고 그들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자합니다.”
 

 

이곳 워크샵의 규칙은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워크샵들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첫째, 모든 참여자들은 학습자이다. 참여자에는 운영자도 포함된다. 둘째, 모든 참여자는 모두가 선생님이다. 셋째, 학습자들은 과정의 주체이지 대상이 아니다. 넷째, 과정의 목적은 참여자들이 내적, 외적 억압에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가 처한 현실, 그들의 삶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이 원칙은 워크샵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잘 이해된다.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고, 그리고 다른 참가자의 이미지를 보면서, 그들은 서로 서로 학습하고 배운다. 이미지연극의 원리는 억압에 의해 일어난 지배와 종속의 힘의 관계를 바꾸는 것, 참여자는 이미지를 통해 구현해본다. ‘백문이불여일견’이미 영상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이미지를 통한 문제인식이라, 1960년대 보알은 21세의 영상시대를 예견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연구소는 뉴욕공립학교와 대학교 등에서 워크샵을 갖고 있고, 멕시코에서 교육자들과 법조인들을 위한 워크샵 그리고 로스알토스와 라스칸다스의 토착커뮤니티에서 워크샵, 그리고 과테말라에서는 어린이를 위해 선생님과 정신치료사등 전문가집단을 위한 스텝개발워크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전 9시30분부터 진행된 이미지연극 워크샵은 해가 어둑해진 6시에 서둘러 마무리를 지었다. 7시에 시작되는 액팅워크샵에 공간을 비워줘야 하기에 서둘러 토론을 끝냈다. 정신과 육체를 모두 쏟아야하는 워크샵에 모두들 지쳐보였지만 표정들은 밝았다.

 

‘아주 오랜만에 몸을 이렇게 사용한 것 같아요. 몸이 개운해요’(제니퍼 뉴욕 브룩클린)마르타는 여름에 있을 줄리앙 보알의 워크샵에서 꼭 다시 오겠다는 마르타 리는 다시 펜실베니아 기차를 타기위해 서둘러 떠났다. 더 잘 소통하기 위해,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자신을 억압하는 문제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이런 각계의 현장에서의 스텝들로부터 현장의 문제들을 모아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하여 사회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연구소 그리고 현장스텝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자니, 현장에서 고생하는 우리네 선생님들이 떠오르면서 우리에게도 선생님들과 현장에서 일하는 스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