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참여예술가 제도

글_박지은(아르떼 프랑스 통신원)

좀더 많은 학생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0년 12월 교육부 장관 자크 랑(Jack Lang)과 문화통신부 장관 카트린 타스카(Catherine Tasca)가 공동 발표한 ‘학교 예술, 문화 발달 5개년 계획’. 이 정책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 중의 하나가 학교 교사들 이외에 예술가와 문화 분야 전문인들이 학교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수업을 진행하는 참여예술가(artistes intervenants) 교육방식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참여예술가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은 프랑스에서 이미 30여년 전 시작되었다. 교사들 및 학자들은 이미 이때부터 학교교육의 틀 안에서 예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예술교육은 초등학교에서부터 강조되어야 하고, 동시대의 예술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예술교육은 다른 교과 교육과의 발전적인 관계 속에서 모든 교육자들과 관계되어야 하고, 학교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활동으로 연장되어야 한다. 는 학교 내 예술교육에 대한 원칙들을 수립하였다.
5개년 계획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프랑스 정부는 일단 기존의 예술가와 문화 분야의 전문가들이 양적으로 증가해야 한다는 측면과 이들이 처음부터 학교 현장에 투입되어 교육 기능을 수행할 만한 자질과 소양 교육을 마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여러가지 양성교육, 연수 프로그램, 교사 및 문화교육전문가 재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참여예술가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말하고 있는 참여예술가란 무엇인가? 프랑스에서도 역시 예술가의 법적 정의는 모호한 상태이나 다음과 같은 조항으로 참여예술가가 될 수 있는 자격의 예들을 명시하고 있다 ; 전문 예술가, 미술대학 졸업생, 그리고 참여조형예술가교육센터(CFPI : Centre de formation des plasticiens intervenants)와 참여음악가교육센터(CFMI : Centre de formation des musiciens intervenants)에서 교육을 받은 작가들.
이러한 예술가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인된 학위를 소지한 것을 입증하거나 작품 발표, 서류 형식으로 된 제작물 및 저서 등의 전문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래밍 등을 망라하는 총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PNR((Poles nationaux de ressource) 에서도 역시 교사와 참여예술가에게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예술분야의 모든 전문인들이 참여예술가로 학교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참여예술가제도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빠스칼 리스몽드(Pascal Lismonde)를 만났다. 그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라디오 방송국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의 프랑스 퀼튀르(France Culture) 채널의 프로듀서로 지난 20년간 근무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다큐멘터리 및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2002년에 ‘문화예술교육 5개년 계획’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저서 <학교에 예술을(Les arts a l’ecole)>을 발간하였다. 다음은 리스몽드와의 일문 일답이다.

문 : 2000년에 발표된 5개년 계획의 문화예술프로그램 수업(이하 PAC 수업)은 기존의 교사-학생의 학습 구조에 전문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실기수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확히 ‘참여 예술가(artistes intervenants)’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면 될까요?

답 : 문화예술교육(education artistique et culturelle)의 의미는 협의의 예술교육(enseignements artistique)보다 훨씬 넓은 개념입니다. 따라서 조형미술작업이나 음악을 하는 예술가들 뿐 아니라 문화예술분야의 모든 전문인들이 참여예술가로서 학교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만으로 한정할 경우에는 전체 프랑스 학교의 학생과 학급 비율을 고려할 때도 무리가 있겠죠. 예를 들어 영화 분야에서는 연기자, 감독, 조명기사 등 여러가지 전문가들이 있겠구요. 작품 소장을 통해 예술을 후원하는 기업가, 혹은 개인 차원에서 작품 소장을 하는 사람 등 그 범위와 종류가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 : 그렇다면 모든 참여 예술가들이 참여조형미술가교육센타(CFPI)나 참여음악가교육센타(CFMI)와 같은 기관에서 양성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은 아니군요.

답 : 그런 것은 아닙니다. 참여예술가양성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학교 교육에 예술가로 참여하는데 있어서 일종의 입장권(ticket d’entree)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약간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델리카트슨>, <아멜리에> 등을 만든 영화감독 장 삐에르 쥬네(Jean Pierre Jeunet)는 그런 교육을 받지 않고도 교원양성원 (IUFM)에서 수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쥬네 감독은 이 기회를 통해 학교와 연계된 예술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고 스스로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해 주겠다고 자청을 하여 저희가 자리를 한번 더 마련한 바도 있습니다.)
이렇게 CFPI나 CFMI에서 참여예술가교육과정을 밟는 것이 필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학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각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commission)를 거치게 되는데, 여기서 참여 예술가의 전문성 여부 및 참여예술가의 선정이 대상이 되는 PAC 수업과 관련하여 합당한지 등의 여부를 심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빠스칼 리스몽드와 끌로드 몰라르


문 : 문화예술교육 5개년 계획과 연장 선상에서 2002년에 PNR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서도 교사와 참여예술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는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이고 어떤 법적 지위를 가지는 것인가요?

답: PNR는 법인도 아니고 어떤 조직이나 기관도 아닙니다. 이는 문화부와 교육부의 공동 지원 하에 교원양성원(IUFM), 국립교육자료센타(CNDP) 그리고 미술관 등 여러 문화기관들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공유하여 교육 현장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일종의 조약(accord)입니다. 더 쉽게 설명한다면 일종의 정보의 우물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어떤 중학교에 학생들과 문화예술수업을 하고 싶은 수학 선생님이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시작해야할지 모릅니다. 이럴때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PNR입니다. PNR는 전국에 분포된 학군단(Academie)을 중심으로 조형미술, 건축, 사진 등의 특화된 주제들을 가지고 있어 교사들과 참여예술가들이 이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여기서도 매년 각 주제별 PNR마다 정보와 노하우 제공차원의 참여예술가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 :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수업 중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예가 있다면 하나 소개해 주세요.

답: 제가 예전에 취재한 학교 중에 스트라스부르그에 있는 에꼴 피샤르(Ecole fishart)가 있었죠. 터키, 아프리카, 동유럽 출신들이 밀집해 있는 이 지역은 매일 한번씩 구급차와 경찰차가 들락거리는 험한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문화적인 행사들도 전무했죠. 소위 ‘문화적 사막(desert culturel)’이라 할 수 있는 이 학교에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이 어느날 모든 것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학교 안에 작은 물 웅덩이가 있더군요. 그런데 이것을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 기가 막힙니다. 우선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함께 관찰합니다. 각종 곤충들과 작은 동물들이 가득합니다. 자연스럽게 생물 시간이 됩니다. 시인과 가수를 초청, 물웅덩이에 사는 동물, 식물들을 주제로 한 시를 짓고 함께 낭송하고 노래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는 불어, 음악 등의 과목들이 저절로 수업 진행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주중에도 학교 결석이 잦던 아이들이 심지어 일요일에도 학교에 오고 싶어하는 변화를 얻어 냈다고 해요.

문: 그런데 이런 수업을 중학교 때 한다면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요? 아무리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지라도 바깔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 않나요?

답: 학력고사를 보려면 아직 6년이나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6년 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데!) 그리고 PAC 수업은 특별히 시간을 더 할애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교과목 시간표 안에 흡수된 형태로 진행하여 궁극적으로 기타 과목들의 학습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깔로레아 준비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해가 되지는 않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여예술가 제도는 각 기관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된다.


다양하고 유연하게 이루어지는 교육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부와 교육부의 공동 지원을 통한 학교교육과 기관교육이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예술가의 투입 역시 이러한 맥락 안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참여예술가의 양성 및 재교육은 CFPI와 CFMI, PNR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제도에 얽매이기 보다는 각 기관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2002년 정권의 교체와 함께 실질적으로 문화예술교육수업지원이 약화되면서 이러한 유연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감소됨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의 실제적으로는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각 지방 자치 단체가 국가 지원의 빈 공간을 어느 정도 메꿔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월 문화부 장관 르노 도느디유 드 바브르(Renaud Donnedieu de Vabres)가 문화예술프로그램 수업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리스몽드와의 만남을 통해 기자는 단순히 참여예술가양성과정에 대한 부분을 넘어서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바가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올해 5월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주최한 학회에서 “미술관에서 배운다?”라는 주제를 놓고 벌어진 논쟁의 한가운데서 발표자 중 한명이 “내 연구의 관심은 당신들 전문가(교육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니라 바로 아이들에게 있다.”라고 일갈한 적이 있었다. 강사풀제 같은 새로운 교육 형태를 도입함에 있어서 물론 고려할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가장 중심에는 어른들이 아닌 그 대상이 되는 어린 학생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Pascale Lismonde, Les arts a l’ecole : le plan de Jack Lang et Catherine Tasca, Paris : Gallimard, 2002
*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사이트http://www.educart.culture.gouv.fr/
* 프랑스 문화통상부 웹사이트http://www.culture.gouv.fr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