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5년 3월 31일(화) 오후 3시
장소
  |  네스트 나다
참석자
김현철 (성모자애복지관 직업재활센터 팀장, 2013~2014 활동가 파견사업 참여기관 담당자)

김보람, 임철민 (길공방 작가, 2013~2014 활동가 파견사업 참여 예술가)

정원일 (장애인 문화예술 기획자 / 인터뷰어)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해 ‘다름에서 시작하는 예술’이라 표현한다. 다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의 경험과 생활환경이 비장애인과는 다른 독창성에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부분 비장애인이 경험하지 못했거나 경험했지만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지 못하여 무시하고 잃어버린 것들이다. 이에 다름에서 시작하는 경험과 표현을 기반으로 하는 장애인 문화예술은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기에 또 다른 감동을 전할 수 있다.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진행된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활동가 파견사업’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가 주관하는 복지기관(장애인분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다름’에서 시작하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예술가와 장애인이 함께 지속적인 문화예술 활동과 창작 활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사업에 참여한 복지기관 담당자와 예술가를 만나 그 동안의 경험과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장애인문화예술교육에대하여 (메인)

2013년, 2014년 활동가 파견사업에 참여하면서 많은 경험과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다.

김현철 :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활동가 파견사업은 무언가 편안하고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강의나 놀이 형태의 전달방식으로 장애인들이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2014년에 처음 프로그램 정보를 받았을 때 댄스 프로그램(프로그램 명칭이 ‘자폐 힙합’이다)으로 알고 해보자 결정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시작되어서 댄스가 아닌 다른 뭔가를 하고 있었다.(웃음)

활동가 분들이 뭔가 찾아내고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활동가들은 자폐성 장애인들이나 지적 장애인들의 무의미한 소리를 수집해서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지만,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속마음을 끌어내는 것을 참여자가 직접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했다. 활동가들의 생각과는 달리 참여자가 참여자를 인터뷰하는 대화방식이 통했다. 그러다 보니 더 능동적인 활동이 되었고, 참여자들 끼리 직접 질문을 던지고 답하면서 자신감이나 자존감을 향상시켰다는 점은 분명했다. 작년 프로그램의 성과라 생각한다.

장애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그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사실 어제 녹음 파일을 받아 오늘 아침에 함께 했던 장애인분들과 들어보았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활동가 파견사업)은 그 자체로 기회다. 다양한 매체를 전달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것 같다. 저희가 가진 도구나 방법들이 한정적이고, 교육적이고, 치료적인 데 반해 신선함이 있었고, 이렇게도 성과가 나올 수 있구나 생각했다. 다만 밖으로 어떻게 전파시킬지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김현철 (성모자애복지관 직업재활센터 팀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활동가 파견사업)은 그 자체로 기회다. 다양한 매체를 전달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것 같다. 저희가 가진 도구나 방법들이 한정적이고, 교육적이고, 치료적인 데 반해 신선함이 있었고, 이렇게도 성과가 나올 수 있구나 생각했다.”
– 김현철 (성모자애복지관 직업재활센터 팀장)

김보람 : 처음 사업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선뜻 하겠다고 했다. 일반적인 문화예술교육(사업)과는 다른 것들이 보였다.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처음에 생각한 것과 달리 2013년 처음 부평 주간보호센터에 갔을 때 무척 힘들었다. 참여자(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 사례로, 첫 수업으로 향낭 주머니 만들기를 했는데 콩을 주머니에 담고 묶는 작업을 참여자들이 힘들어하고 활동가나 담당선생님에게 의지했다. 이에 우리 스스로 장애인 대한 이해와 학습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양평에 있는 장애인 학교에 찾아가기도 했다.

첫해에 주간보호센터에 갔을 때 복지사 선생님들과 어떻게 소통할지, 기관 자체적인 시스템이 있는데 거기에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 몰라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작년에는 우리에게 좀 더 가깝고 우리와 좀 더 뭔가 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보자 생각했다. 현장을 찾아다니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두세 달 동안 직접 가보고 만나보고했다. 그런 끝에 만나게 된 곳이 서대문장애인부모회였다.

2014년 두 번째 사업에 우리가 왜 참여했을까 생각해보았다. 처음 주간보호센터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 새로운 세상이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런 사업이 아니면 이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사업이 저희에게 큰 매개이자 접점이었던 것 같다.

복지관의 입장에서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갈망이 많다. 하지만 복지관은 평가를 받는다. 평가 기준이 프로그램 기준이 되다보니 프로그램들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들의 관심과 재능 등을 드러내기엔 한계가 있다. 문화예술교육도 대상자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발달장애 등 장애유형에 따라 접근방법이 다른 것 같이 장애유형,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활동가 파견사업은 그런 경험과 매뉴얼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김현철 : 복지관 실무자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처음 활동가가 파견되었을 때 복지관 실무자들은 주변인이 될 수밖에 없다. 대상자를 모집하고, 교육장소를 열어주고, 필요한 도구를 준비해주고, 대상자의 특성 등을 알려주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진행과정에 대한 내용은 알지 못하고 어떻게 풀어갈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켜보는 입장이다. 복지관과 예술가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다면 그런 부분들에 체계적인 구조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있어 과도기나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지만 그런 것들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복지관도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래야 기획과정 중에 참여하고 어우러질 수 있을 것 같다.

임철민 : ‘예술가’라고 불렸을 때 어느 정도 요구나 기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현철 선생님께서 ‘예술을 잘 모른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그것이 예술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교육)이 잘 모르고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되지 않게 눈높이를 맞추고 일상성을 부여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업 참여 첫해부터 센터 선생님들, 부모님들과 함께 하기를 제안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임철민 (길공방)
“예술(교육)이 잘 모르고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되지 않게 눈높이를 맞추고 일상성을 부여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임철민 (길공방)

지역사회 연계는 복지기관의 중요한 역할 하나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임철민 : 첫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참여자들과 센터 밖으로 나가는 활동을 생각해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센터에서는 어렵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내부에서 뭔가를 만들고 전시 형태로 공유하는 방식이 대부분이기도 했고, 보호의 의무가 있는 센터로서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역동성을 가지고 대면을 통해서 지역 내에서 공동체성을 만들어가거나 작업의 일상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기관에서는 한계와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2014년도에 현장을 열심히 찾은 이유 중 하나가 지역 내에서 일상성과 공동체성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현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김보람 :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역과의 연계방법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부모님들과 워크숍을 할 때 바자회 때 친구들이 만든 작업을 가지고 나가면 좋겠다거나, 더 나가서 지역공방을 열어보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자연스럽게 관계가 쌓이고 저희도 그 안에서 요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그 친구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옆에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부분은 아직도 고민이 많다. 거리적으로 멀어지기도 했고, 양평으로 이주하면서 지금의 지역 주민들과의 만남도 필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하길 잘 했다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면?

김보람 : 저는 기다리는 연습을 했고, 친구들은 만지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웃음) 기다려 주는 것이 저에게 큰 수업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에는 알려주거나 도움을 주지 않아도 재료와 도구가 있으면 각자 원하는 것을 가져가 작업하고 저희가 살짝 도움을 주는 정도였다. 스스로 재료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 거기까지 가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좋았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작업이 계속되길 바랐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는 쉽진 않지만 그런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들을 위한 워크숍을 따로 제안 드렸다. 2013년 부평에서도 복지사를 대상으로 별도의 워크숍을 제안해 진행했었다. 부모님 대상으로 4회 정도 친구들과 똑같은 내용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자기 작업을 찾는 것은 무척 좋은 것 같다. 목공이나 바느질처럼 자기 취미를 갖는 것처럼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스스로 몰두하고 계속 영감을 받을 수 있고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작업이 있다면 살면서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저희가 경험했기 때문에 장애인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계속 하기를 바랐다.

김보람 (길공방)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그 친구들만의 특징이나 습관이 있는 것이지, 어떤 장애 이름으로 분류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 미숙하고 느릴 뿐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 김보람 (길공방)

마지막으로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현철 :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교육 대상이기도 하다.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장애인도 고객, 소비자라는 용어를 쓴다. 수혜적인 입장이 아닌 주체적인 입장,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접근방식이 다를 뿐 문화예술(교육) 범주 안에서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각하면 좋겠다.

작년에 진행했던 장애인 연극 프로그램에서는 보조교사로 장애인 예술가가 참여했다. 장애인 예술강사 파견도 한 방법일 것 같다. 창작활동을 하시는 장애인들이 교육의 주체가 된다면 또 다른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참여의 면에서도 장애인 예술가가 교육자로써 주체가 된다면 자신감이나 정서적 향상 효과도 있을 것 같다.

김보람 : 기술적인 면을 가르쳐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작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들의 장애를 물어보거나 확인한 적이 없었다.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그 친구들만의 특징이나 습관이 있는 것이지, 어떤 장애 이름으로 분류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 미숙하고 느릴 뿐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임철민 : 장애인이냐 비장애인 구분 없이 누구나 손작업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뭔가 만들면서 살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름에서 시작하는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은 환경과 접근방식이 다르다. 사람과 사람이 문화예술을 통해 관계를 맺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성과와 결과를 내며 지역사회와 소통하기를 원한다. 복지관과 활동가 그리고 우리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과 대화가 지속되어 서로 다른 영역(사회복지, 문화예술)의 융성이 되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현철
김현철

성모자애복지관은 서울 강남구에 있지만 행정구역상 성남에 가까운, 한적하고 녹지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 장애인 훈련과 고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직업재활센터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 2013년 ‘영상건축일기’, 2014년 ‘자폐힙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보람, 임철민
김보람, 임철민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에서 작업한다는 의미인 ‘길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나무, 천, 실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손작업을 한다. 최근 서울을 벗어나 양평에서 주민들과 손작업을 하며 텃밭도 가꾸고 있다. 2013년 부평장애인 종합복지관 주간보호센터에서, 2014년 서대문장애인부모회에서 ‘관계를 깨우는 손작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원일
정원일
장애인 문화예술 기획자. ‘사운드페스티벌’(The Sound Festival), 《봄을 기다리는 봄》展 등 다수의 장애인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했다. 강남장애인복지관 문화사업팀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휴직 중이다.
jung48038@nate.com


사진 _ 이재범 (pov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