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흐름으로 인간 사이
벽이 허물어지기를

 

지난 4월 7일부터 시작한 2012 한국-유럽 국제작가교류전 ‘빛으로 가는 길’ 기획전은 오는 7월 1일까지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영은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전시에 참여했을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현재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불작가 방혜자는 이번 전시에 출품할 작품들에 대해 “빛을 한 점, 한 점 그릴 때마다 이 세상의 사랑과 평화의 밝은 씨앗을 심는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라고 전했다. 색과 빛, 기氣의 흐름이 우리 안에 향기처럼 스며들어 인간 사이의 벽을 부수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는 방혜자 작가는 2012년 신규 작 <빛의 문으로>를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회화,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공부한 홍순명 작가는 자신의 작품인 에 대해 “언제나 어떤 사건의 한구석이라고 칭하고, 어느 구석을 선택하는가는 마치 동영상의 긴 프레임 중에서 한 컷을 선별해 내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 작품에서 느껴지는 빛은 사실적으로 보이는 태양의 빛, 혹은 사물이 빠르게 지나가며 남기는 흔적의 빛이며, 작가의 눈을 통해 하나둘씩 되살아나는 빛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재독작가 배미경은 작품에서 표현되고 의미하는 ‘길’이 현실과 분리된 나약한 자가 찾는 것이 아닌 오히려 적극적 의미에서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순수한 예술 영역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작품이 순수성과 영원성이 함께하도록 하는 시도를 통하여 표현되고 있다.

 

작가 김순희는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에서 Multidisciplinary로 유학하였다. 작가는 늘 하나의 기본 단위에서 출발하여 그 단위를 차례대로 집적해가면서 전체와 부분의 닮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본 단위가 직사각형인 형태와 좌절이라는 테마, 삼각형과 갈망, 원과 우주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들에서는 하나의 작은 점이 끊임없이 진화하여 수많은 구로 발전되어 가듯 기본 단위인 점과 수많은 구는 형태에서 유사성을 유지하며 우주와 우주의 빛을 표현하고 있다.

 

비행기를 접는, 그리고 비행기를 표현하는 김길웅 작가는 한국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2003년부터 파리에서의 작업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시작을 했다. 그는 빛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연구, 즉 테크놀로지의 예술적 사용에 관한 지속적인 탐구와 실험의 반복 과정 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발견해낸다. 작가에게 있어 과학기술과 예술의 결합인 테크놀로지 아트가 갖는 의미는 작품을 위한 단순한 테크놀로지 사용보다는 테크놀로지로부터 영감을 얻고 그렇게 구체화한 꿈을 테크놀로지를 통해 실현하는 것이다.

 

 

오 밤! 또한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의 무한대!

 

벨기에 작가 쟝 보고씨앙(Jean Boghossian)은 작가이자, 작가를 후원하는 Boghossian Foundation 대표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 대한 인용구 중 “오 밤! 또한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의 무한대! 나는 보이는 우주뿐만 아니라, 보이지 우주까지 작품으로 승화하고 싶지만 당신은 불안함을 해소시키는 빛입니다. 별빛이 반짝이는 월석을 찾아내고, 당신은 자유의 불꽃여신입니다. 무한한 형태의 우주여” 와 같이 작가는 우주의 무한한 빛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색한다. 기법적으로는 불로 직접 태워서 표현한 캔버스 위에 무수히 많은 점으로 가득한 우주를 표현하기도 하고, 은유적인 색으로만 표현하기도 한다. 캔버스 또는 종이 위에 깊은 흔적이나 눈에 띄는 균열을 표시하고, 그것은 항상 놀라운 궤도의 폭발적인 스케치를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 작가 이브 샤르네(Yves Charnay)는 빛 광선을 사용하여 환상적인 공간연출을 하는 빛 설치 작가이다. 각각의 색에 서로 다른 의미들을 은유하고, 표현함으로써 하나의 독립적인, 혹은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대형 빛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2009년 퐁피두센터展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되었던바 있다. 그의 작품에서 표현되고 은유 되는 빛은 밤하늘 속 빛나는 반딧불과 같은 생명이 되기도 하고, 빛의 시와 같은 문학적인 표현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인용구 중 ‘문학은 이야기와 전설, 악마, 그리고 경이로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라는 표현처럼, 작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을 빛을 통해 재해석하는 2차원 공간을 연출한다.

 

독일 작가 크리스티안 들라루(Christiane Del
aroux)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작품 활동을 하는 주 근거지는 프랑스 파리이다. 작가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늘 세계 각국에 시선을 둔 채 그 장소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빛의 색채를 표현하고자 한다. 풍부한 색채 작업을 다양한 소재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동양의 색, 서양의 색, 자연의 색을 모티브로 내면의 감정을 뿜어내고자 한다. 작가가 한국에 머무르는 3개월 동안 한국 고궁에 있는 단청의 짙은 초록색을 통해 한국만이 지닌 빛의 색을 찾아내어 잔잔하면서도 강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빛’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감성과 생각을 현대미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한다. 또한,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들에게는 한국과 유럽의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현대미술의 무한한 세계를 함께 느끼고 소통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주말 가족 나들이로 이토록 진한 문화의 향기를 누리는 것은 어떨까?

 

‘빛’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 총 8명의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12 한국-유럽 국제작가교류전 ‘빛으로 가는 길’ 기획전은 한국과 유럽(프랑스, 벨기에, 독일)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이 다양한 테마를 엮어서 만든, 마치 국제 행사 같은 전시회이다. 전시 기간에 펼쳐지는 작가와의 만남과 지역문화예술프로그램, 그리고 작가연계 교육프로그램 등은 전시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글_ 황소영 ㅣ 사진 제공•참고 자료_영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