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작은 소품도 아이들에겐 유용한 학습도구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꼭 특별한 소품이 있어야만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자기 하나만 주어도 이야기 속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송하연 예술강사가 나눠주는 색색의 보자기를 받아 든 아이들은 각각의 색을 보며 떠오르는 단어를 말하라고 하자, 빨강색은 ‘불, 투우, 장미꽃, 피’, 카키색은 ‘풀 먹은 소가 싼 똥, 이끼, 파래’, 하늘색은 ‘신데렐라 원피스, 구름, 하늘, 바다’ 등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생각을 말했다.

 

“그럼 이번엔 보자기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조각상이나 물건, 동물 등을 만들어 보세요” 라는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평소 생각했던 무언가를 흉내 낸다. 잠시 후 한 아이를 가리키며 “이것은 무엇을 흉내 낸 것일까요?” 라는 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파란 보자기를 오른쪽으로 들고 비스듬히 선 아이를 보고 “투우사”라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 밖에도 아이들이 보자기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짧은 천을 가지고 있던 아이가 바닥에 엎드려 웅크리자 어느새 바닥의 돌덩어리 모양이 되고, 긴 천을 가지고 춤을 추듯 펄럭이던 아이는 어느새 돌돌 말아 어깨에 걸치고 로마시대 속 사람을 흉내 낸다. 둘씩 짝을 이뤄 다른 한 친구의 캐릭터 만들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흰색 보자기를 몸에 두른 아이 옆에 다른 친구들이 신랑과 들러리 역할을 하며 결혼식장의 신부 캐릭터를 완성한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에게 최고의 관심사는 우정 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가장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학교 폭력의 근원적인 문제도 어떤 면에서 우정과 연관되었다 볼 수 있죠.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우정은 나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감정에 적절히 대응하고, 나의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대해 아이들이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고자 해요.”

 

2교시, 표현하는 즐거움, 성장하는 창의력

 

그림형제의 동화에 등장하는 백설공주는 마녀가 건넨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지만 멋진 왕자의 키스를 받고 다시 살아난다. 그런데 여기,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난 백설공주가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잠깐의 쉬는 시간 후 시작된 연극 수업시간, 아이들에 의해 재 탄생된 조금은 색다른 백설공주 이야기다. 동화 속 이야기의 한 장면을 설정하여 상대편에게 보여주고, 상대편 아이들은 이 장면이 어떤 이야기 속 장면인지를 맞추는 게임이 시작됐다.

 

5명씩 2팀으로 나뉘어진 아이들은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의 장면을 서로에게 보여줄지 고민을 거듭한다. 이야기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장면을 보여야 상대편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백설공주가 독 사과를 먹고 쓰러지는 장면과 다시 살아나는 장면이 연출된다. 별주부전을 선보이는 아이들은 병에 걸린 용왕이 자라에게 토끼의 간을 가지고 오라는 장면을 보이기로 한다. 이 모든 장면은 움직이는 동작이 아닌 정지 장면으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표정과 몸짓의 표현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몸과 표정으로 표현하는 표현력의 중요성과 함께 대사를 통해 전달하는 효과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된다. 아울러 서로간의 팀워크, 협동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배운다. 또한 팀의 리더가 된 아이는 자신이 나머지 아이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십을 가지게 되고 리더의 이야기를 듣고 따르는 아이는 팀이라는 무리에서 지켜야 하는 질서와 규범을 함께 배운다. “이 프로그램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에 대한 학습이기도 해요. 연극을 소재로 한 게임이지만 아이들은 좋은 결과 얻기 위해서 서로에게 배려와 양보를 하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익히게 되죠.” 송하연 강사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구성하여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함으로써 창의력이나 논리력 성장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며 프로그램의 방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