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은 지난 3월 21일부터 ‘책거리 특별전: 조선 선비의 서재에서 현대인의 서재로’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6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책거리와 현대 책거리 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한국민화학회를 비롯해 국립고궁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전국의 박물관과 개인 소장가, 작가 등 약 스무 곳에서 출품한 5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새봄, 조상의 책에 대한 애틋함을 만날 수 있는 책거리 특별전을 만나 보자.

 

책의 왕국이라 불렸던 시절

 

책거리 그림은 책과 여러 가지 기물을 그린 정물화풍으로 조선 후기에 궁중에서부터 시작되어 민간에까지 널리 사용된 장식 그림이다. 시렁, 즉 나무로 만든 선반인 서가가 그려진 경우는 ‘책가도’라 칭하기도 하고, 시렁 없이 책과 기물이 나열된 그림까지 모두 포함하여 ‘책거리’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감탄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 해도 어디든지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습격하고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해간 프랑스군의 해군 장교 주베르(Joubert)의 말이다.

우리 조상은 예로부터 책과 배움을 소중하게 생각했고, 옛날에는 그야말로 책의 왕국이었다. 책거리의 유행은 조선 후기의 학자적 군주인 정조대왕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학문과 책을 지극히 좋아하던 정조는 1791년에 1798년까지 화원화가가 그린 책거리 그림을 창덕궁의 편전인 선전정의 어좌 뒤에 장식한 뒤 신하들에게 자랑하며 설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

 

이번 특별전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는 우리 민족의 책 사랑을 주제로 한 사진과 회화, 그리고 정조대왕의 구상이라 생각되는 책가도 등이다. 제2부는 규장각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궁중화원의 책거리 그림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궁중 도화서 화원 단원 김홍도의 작품과 책거리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장한종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3부는 민간의 생활 속으로 확산한 다양한 책거리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의 책만 그리던 주제에서 벗어나 다산을 상징하는 수박과 석류를 그리고, 남아선호를 의미하는 고추와 가지를 그리는 등 민간의 길상 의식이 여과 없이 반영된 책거리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 4부는 현대미술에 영감을 미치고 있는 책거리 그림의 위력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전국에 민화를 배우는 사람은 10만 명이나 된다. 그중 책거리는 가장 인기 있는 화목이며 특히 외국인 가장 선호하는 주제라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정성옥과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는 김선정, 아크릴 기법 등으로 책거리 정신을 추구하는 김광문, 서유라, 오병재 등의 작품이 선보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본수 학예팀장은 전시와 함께 상설로 운영하는 체험거리와 볼거리를 준비해 관람객들의 참여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릴거리로는 소형 책거리 패널의 이미지를 관람객이 직접 색칠할 수 있도록 했으며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동화구연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동화구연협회 수원지회장인 김지현 강사가 직접 진행하고 있다. 5~8세를 대상으로 하며 박물관 중앙홀에서 당일 1시간 전에 선착순으로 참여할 수 있다.

 

 

 

글_김지혜ㅣ사진제공_경기도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