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문화를 통해 보는 아시아 민족의 생활상

 

이번 테마전시는 일본의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장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이 기증한 ‘목조형품’으로 아시아 민족조형품 1,000여 점 중에서 선별된 40여 점으로 이뤄진 전시다.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은 1925년 출생으로, 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와 삶이 담긴 아시아 민족조형 문화에 대한 조사연구와 수집에 평생을 바쳐온 분이다. 선생의 소장유물 천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돼 기증유물에 대한 연구와 전시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게 됐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더 많고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편 ‘아시아, 나무에 담긴 이야기’는 이름 그대로 아시아 각 지역의 독특한 나무문화를 통해서 아시아인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타이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물들과 네팔, 티베트, 중국, 타이완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유물들을 소개하며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유물에 담긴 흥미롭고 신기한 이야기도 함께 전하고 있다. 덕분에 역사와 문화라면 자칫 지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시간 여행이 될 듯싶다. 흥미롭고 색다른 이야기 덕분인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점의 조명 때문인지 아이들과 함께 전시를 찾는 몇 몇의 부모들은 관람에 몰두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아시아인들의 뛰어난 예술성이 표현된 유물

 

이번 전시는 2개의 주제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주제는 ‘나무와 함께 한 아시아인’이라는 테마의 전시였다. 이 전시에서는 아시아 여러 민족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만든 생활용품인 나무 그릇과 풍요로운 자연을 닮고 싶어했던 아시아인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예술품, 그리고 아시아의 독특한 칠기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주제는 ‘나무에 담긴 신앙과 종교’다. 아시아는 자연에 기반을 둔 토속 신앙과 함께 힌두교•불교•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다문화 지역으로,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양한 신들이 여러 모습으로 그들 곁을 지켜 왔다는 테마가 주 내용이다. 나무 자체를 영혼을 가진 정령으로 여겼을 뿐 아니라 나무에 신의 이미지를 담기도 했던 아시아인, 벼농사 풍년을 기원하며 다양한 곡식 신상을 만들어 섬겼던 아시아인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진은 19세기 인도네시아 발리 니아스족에 의해 만들어진 아두시라하Adu siraha라 부르는 곡신상穀神으로, 남신상男神像은 오른손에 낫을 들고, 허리끈을 앞으로 늘어뜨린 모습이다. 신상 받침으로 중국 남부 지방에서 생산된 채색 백자 초화무늬 바리彩色白磁草花文鉢를 썼는데, 그 안에 사악함을 물리치는 의미를 담은 팥죽을 넣고, 그 위에 부부 신상을 세워 놓은 것이다. 나뭇결이 드러나는 질감과 함께 신상의 질박한 모습에서 소박한 농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방패는 원래 ‘인간 사냥’으로 명성이 높았던 이반Iban족의 방패다. 이반족이나 다약족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간 사냥’은 결혼 조건의 하나로, 한 사람의 남자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의례이기도 했다는 것. 방패의 앞면 중앙에는 수호신을 표현했다. 방패의 위아래에는 작은 신령상이 있다. 방패 앞면에 있는 머리카락은 지금까지 베어온 사람들의 머릿수를 나타낸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고, 동시에 ‘인간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함일 것이란다.

 

나무 바탕 위에 화려한 옻칠과 금칠을 하고 다양한 무늬와 표현기법으로 장식되어 있어, 역사 속 아시아 인들의 뛰어난 표현력과 예술성에 감탄케 한다. 아마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섬세하고 풍부한 예술표현력은 그들로부터 이어진 재능인가보다.

 

전시회를 돌아보는 내내 우리 삶 속 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자연유산을 바르게 지켜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동시대는 아니지만 아시아라는 지리적 공간을 함께 살아온 그들과 우리가 자연, 나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에게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고마운 나무, 자연의 의미와 함께 아시아인들의 문화적 다양성과 여러 민족의 조형의식을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계속된다.
주말, TV 리모콘을 놓고 아이의 손을, 가족의 손을 잡자. 그리고 함께 그곳으로 가자! 과거 아시아 인들의 생활 속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전시관으로.

 

 

미국의 동화작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친한 친구였던 소년에게 열매를 비롯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던 나무. 누군가는 부모의 사랑을 빗대어 이야기하지만 또 누군가는 대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고마움 중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흔적을 담아 보여주는 것도 있다. 지난 3월 27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아시아, 나무에 담긴 이야기>에는 아시아 민족의 과거 생활 속 문화에 대한 소소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글_ 박정희ㅣ 사진_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