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광주, 충남, 경북의 3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지역센터)와 함께 노인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9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진행된 이번 시범사업이 시작된 배경, 고민의 지점들, 그리고 그간의 흔적들을 본 기사를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무엇을 극복할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노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현장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나, 기존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노인의 범위나 함께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에서 나아가 ‘복지기관 중심의 관습적으로 이루어져왔던 노인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운영구조를 벗어날 수는 없을까?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한 노인을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방법은 없을까?’ 이것이 시범사업을 통해 해결해보고 싶은 문제였다.

 

노인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을 기획함에 있어 우리가 직면해야 했던 가장 큰 화두는 ‘다양성’ 그리고 ‘지역화’ 두 가지였다. 사실 이 이슈는 다양성과 지역화의 대척점에 위치한 획일성과 중앙중심 사업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다시 말해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존의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내에서 이루어진 노인 문화예술교육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거나, 다양한 지역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과 동시에 ‘중앙중심의 사업관리 체계에 의존해 온 것은 아니가’라는 담당자의 자기반성에 기반한 것이었다.

 

새로운 도전: 노인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다양한 방식으로 노인과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지역별 이슈, 고령화의 정도, 지리적 조건, 문화 자원과 노인 복지시설의 분포정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을 알고, 지역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수요와 지역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역센터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총 10개 지역센터가 해당 지역에 필요하다고 생각되거나, 그동안 시도해보고 싶었던 노인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왔다. 그 중에 ‘기존 사업과의 차별성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노인에 대한) 접근방식’기준으로 최종적으로 광주, 충남, 경북 3개 지역센터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시작하였다. 지역센터는 시범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해당 지역이 가진 강점과 특징을 이용하여 자기만의 특색을 가진 노인문화예술교육을 실행시켜 나갔다.

 

다음은 이 3개 지역센터가 지난 1년간 보여준, 노인과 만나는 다양한 ‘방법’과 ‘사례’이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경자씨와 재봉틀〉
– 광주센터 담당자인 임아영씨의 어머니(경자 씨) 인생 사례를 시작으로 광주센터에서 50~60대 여성을 중심으로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운영(8회)
– 사업 연구 병행(〈경자씨와 재봉틀〉 프로그램 참여 관찰을 통해 본 제3연령기 여성의 내면 갈등과 욕구 분석)을 통한 참여자들의 문화예술교육 수요 및 욕구 확인
– 참여자들을 대상화하는 문화예술교육 기획 및 운영에서 나아가, ‘1인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컨셉으로 참여자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 향후 광주센터 자체 예산을 활용하여 ‘경자씨와 재봉틀’ 후속 프로그램 추진 고려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충남농업기술원와 협업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수요조사를 진행하였고, 논산, 예산, 아산 3개 지역에서 예술가가 참여하여 프로그램(지역별 8차시) 운영
– 농업기술원의 하드웨어(건물 기계 등)에 대한 인프라 자원과 충남센터의 소프트웨어(프로그램, 인력 등)가 연계 운영하여 농촌지역 노인 대상 새로운 접근 방식 확인

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탐구생활’
– 경북은 전국에서 2번째 고령 지역으로, 지역의 형태를 농촌형(예천), 도농복합형(상주), 산업도시형(구미) 유형화 및 대표 도시를 지정하여 사회복지사, 시청 공무원, 전문가, 예술단체 등이 모여 노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Cop를 진행
– 노인 프로그램 진행 시 기획자 중심의 사업계획 수립•운영에서 벗어나, 탐구생활이라는 컨셉 아래 노인과 노인이 필요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지역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따른 기획하는 과정을 진행

 

새로운 도전이 우리에게 남긴 것

 

지난 6개월간의 노인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상향식 사업 운영 구조(Bottom-up)노인과 만나는 다양한 방법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의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서의 노인의 ‘가능성’ 측면에서 그 의미와 성과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시범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하향식(Top-down)방식이 아닌, 지역센터를 중심으로, 그리고 지역센터와 함께 하는 모델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우리는 상향식 사업추진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지역화, 상향식 사업구조 및 사업모델의 가능성은 비단 노인 문화예술교육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사업 전체에 하나의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둘째, 앞서 사업담당자가 고민했던 지원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노인의 일상과 만나는 다양한 접점, 구조,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市), 도(道)별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시범사업이 진행되었고, 중앙의 지원구조와 차별화된 노인사업 추진 구조를 발견, 실험해 볼 수 있었다. 광주센터의 경우 노인세대를 광범위하게 정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제3연령기 여성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이들이 문화예술교육을 만나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충남은 지역센터가 사업의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와의 관계망이 넓은 충남농업기술원과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고, 이는 향후 문화예술교육을 지역 내에 확산해 나갈 수 있는 협업 경로를 확장해 나가는 기회가 되었다. 경북센터는 지역주민과 밀착된 CoP를 통해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에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설계해 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

 

셋째, 우리는 노인을 문화예술교육의 일방적인 수혜자로서 노인을 이해하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접근이 가능했다. 노인은 종종 교육이나 사업구조 내에서 주체이기 보다는 수혜대상으로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사실 이와 같은 공급자 중심적 사고 밖으로 나아가는 것 자체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노인’을 ‘여성’ 혹은 ‘어머니’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대면(광주)하기도 하였고, 농촌의 일상 안으로 한 발 들어가 이들과 만났다(충남). 또 노인 스스로가 본인들의 세대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탐구자로서 활동하는 가능성을 확인(경북)하기도 하였다. 노인 문화예술교육에서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들이 충분히 다양할 수 있으며, 이들이 주체적으로 함께할 수 방법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시행해오던 사업에 대한 작은 반성에서 출발한 이번 시범사업은, 처음의 문제의식보다 더 많은 고민과 생각할 거리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노인과 만나는 다양한 방법들이 구조적으로 일반화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 나아가 ‘노인의 주체적 참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제 우리의 시선은, 또 다시 우리 앞에 놓인 고민과 문제의식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로 향해야 할 때다.

 

이번 시범사업은 노인 문화예술교육의 ‘확장’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앞서 언급된 여러 가지 실험적인 도전들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행해 나갈 수 있는 기반실험(test bed)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아무쪼록 이번 시범사업이 앞으로의 노인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나아가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영희 _ 사회교육팀 대리

최영희 _ 사회교육팀 대리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의 이야기] 〈경자씨와 재봉틀〉을 통해 바라본 어르신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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