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음악활동 프로그램으로 발달장애 아동 사회성 이끈다

 

지난 2월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동안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삼보인재수련원에서 장애모아 음악 분야 연수가 진행됐다. 1개 반별 총 30회가 이루어지는 장애모아 음악 프로그램은 1회당 2시간씩 모두 60시간의 음악교육을 하게 된다. 4년제 음악대학을 전공한 사람들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 예술강사들은 3월부터 12월까지 현장에 나가게 된다.

 

두 명씩 짝을 이룬 사람들이 데굴데굴 데구르르 하는 쉬운 노랫말의 동요에 맞춰 공굴리기에 여념이 없다. 데굴데굴 대신 깡충깡충으로 노랫말을 바꾸자 공구르기가 무척 빨라진다. 공구르기를 멈춘 선생님이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천을 잡고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움직이게 한다. 반주에 맞춰 율동을 곁들여 노래하는 선생님을 따라 2명씩 짝을 이룬 사람들이 열심히 따라한다. 짝을 이룬 사람들은 각자 엄마와 장애아동 역할을 맡고 있다. 앞에서 인솔하는 선생님도 엄마와 장애아동 역할을 맡아 사람들도 진지한 눈빛을 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하면서 또 뭐가 그리 우스운지 서로 눈만 마주치면 웃음이 터지고 있었다.

 

“낙하산 밑에 곰순이가 자고 있어요. 우리 곰순이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여요”라고 작게 속삭이자 일행들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살금살금 움직인다. 이들은 모두 2010년부터 활동하게 된 신규 사회 예술강사로 발달장애 아동과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음악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특별한 연수를 받는 중이다.

 

3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9개 장애인 복지기관에 파견

 

지난 2월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동안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삼보인재수련원에서 이루어진 장애모아 음악 분야 연수는 성희롱 방지 예방교육, 특수 장애아동 대상 맞춤 교육법, 아동심리 놀이기법, 반주기술과 프로그램에 수록된 노래 습득, 원활한 현장 진행을 위한 프로그램 내용 습득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연수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에는 실전을 대비해 이번 연수에서 습득한 모든 기술을 이용한 활동의 모의 진행을 해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연수가 끝나면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전국 19개 장애인 복지기관에 파견되어서 체계적인 음악활동 프로그램으로 발달장애 아동과 어머니의 관계형성 향상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을 주게 된다.

 

예술강사들은 프로그램 매뉴얼대로 하면 되지만, 아직은 낯설게만 느껴지는 노래를 다 외어야 하고, 그동안 장애아동을 접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도 많아 부담감이 많은 상태. 더군다나 당초 보조교사와 함께 파견을 계획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단독 파견을 나가게 된 신규 예술강사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처음 하는 경험인데 ‘잘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묻어나 있었다. 이날 한 사람씩 실전처럼 모의진행을 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좌중을 휘어잡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떨림이 고스란히 쓰여 있었다. 강사경험이 있었던 사람도, 그야말로 생짜 초보인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이들이 간간히 터뜨리는 웃음은 현장 투입에 대한 두려움과 초조함을 애써 감출 수 있는 유일한 도구처럼 보였다.

 

“유명강사도 첫 강의를 할 때는 떨립니다. 무엇보다 전문가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해요. 이 활동은 맞고 틀리고를 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진행 도중 갑자기 ‘이건 틀렸다’고 할 필요가 없는 거죠. 혼자서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요.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오버액션이 필요해요. 액션이 커야 아이들이 잘 따라올 수 있어요”

 

무대에 선 예술강사의 몸놀림과 얼굴표정, 그리고 진행방식을 꼼꼼하게 메모하며 지켜보던 김경숙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교수가 진행방식에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앞으로 어떤 것을 더 보충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용기를 북돋워 준다. 이번에는 강사 경험이 있는 예술강사가 무대에 선다.

 

커다란 목청과 과장된 몸짓으로 노래와 율동을 이끌며 자연스럽게 좌중을 휘어잡은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둥대는 모습이다.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장애아동을 처음 대하는 터라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은지 저렇게 하는지 아직까지 감을 잡지 못해서다. 마지막으로 캐스터네츠를 이용해 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박자를 맞출 수 있도록 하며 집에서 엄마와 함께 연습해서 오라고 숙제를 내 준 뒤 진행을 끝낸다.

 

김경숙 교수가 예술강사들에게 장애모아 프로그램의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 뒤 ‘“우와 이건 정말 재미있다”라고 장애아동이 느껴야 한다. 무엇보다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숙제와 과제를 주면 어려워서 다음에 안올 수 있다. 인지학습적 능력이 많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다운 인상을 주는 표정관리가 중요

 

각 지역에서 장애아동들의 수준에 맞게 응용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예술강사들은 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질문을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놀이를 할 경우 어떤 공으로 해야 하는 게 좋은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같이 해야 하는지, 한 팀, 한 팀씩 시키면 주의력이 더 떨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장애아동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질문들이 쏟아진다.

 

김경숙 교수는 맨 먼저 엄마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며 어떤 것이든 학습적인 것은 대부분 배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엄마들이 한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박자와 리듬감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될 수 있으면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고 알려준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나 전문가다운 인상을 주는 표정관리가 무척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누구나 서툴기 때문이 실수할 수 있는데, 이때 위축되지 말고 유머러스하게 넘어가면 다음부터는 자신감이 생긴다며 용기를 불어 넣는다.

 

악기를 이용해 엄마와 장애아동의 관심을 끌었던 모의진행에서는 멜럿(mallet, 장애아동이 연주할 수 있도록 쥘 수 있는 작은 북채 같은 것)을 이용해 피노키오도 만들고, 뿔도 만들었던 응용이 눈에 띄었다. 악기를 나누어주었다가 또 다른 악기를 나누어줄 때는 ‘모두 제자리’라는 노래를 부르며 악기를 걷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가, 허둥지둥 걷는 모습에서는 예술강사들이 모두 자신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김경숙 교수는 악기를 나눠줄 때 순차적으로 나눠주는 것이 좋다며 한꺼번에 확 뿌려주다 보면 장애아동이 위협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또 여러 가지 악기를 갖고 나눠줄 경우 “00이는 어떤 악기를 고를까?”라고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유발시킨 다음 악기 선택권을 아동에게 주는 것이 좋다고. 특히 멜럿같은 경우 색깔을 알려주며 하나씩 주어야 하며 어떤 일이든 멜럿으로 칼싸움이나 총싸움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예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파이오니아가 되기 위한 힘찬 첫 걸음

 

1개 반별 총 30회가 이루어지는 장애모아 음악 프로그램은 1회당 2시간씩 모두 60시간의 음악교육을 하게 된다. 4년제 음악대학을 전공한 사람들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 예술강사들은 3월부터 현장에 나가게 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운 마음에 힘겹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하다보면 장애아동의 엄마가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과 장애아동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따라오는 모습 등 현장에서 만 느낄 수 있는 반응을 보면 감동도 되고, 보람도 느끼게 될 겁니다. 파이오니아가 된다는 마음으로 아마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의진행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연수기간 동안 예술강사들에게 여러 가지 세세한 것을 일러주며 용기를 심어 주던 김경숙 교수의 조언과 예술강사들의 진지한 눈빛에서 2010년 또 다른 감동의 세계가 펼쳐질 것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