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원더우먼, 액션!

 

 

 

익산의 주부들, 신촌에 모이다

 

가로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 날, 익산의 주부들이 서울 신촌의 한 극장으로 모였다. 영화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는 엄마의 설레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화관 나들이에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난다.

 

2010년 4월 10일 신촌 아트레온에서 익산의 이주 여성과 선주민 여성이 함께 참여한 워크숍의 결과물이 상영됐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여성이라는 정체성의 인식 및 공감대 형성’, 그리고 ‘다문화 사회에서 지역 여성으로서 함께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영화제작 워크숍을 진행했던 것. 이주 여성들과 선주민 여성들이 한국 주부로써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가 극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로 필름에 담겼다.

 

대립이 아닌 이해의 시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주관해온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은 올해 4회를 맞았다. 1회와 2회 워크숍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자기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었다면 3회 워크숍은 부부가 함께 하는 이야기로 가족 내의 소통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올 해 워크숍은 한국의 여성, 한국의 주부로서의 이야기를 선주민과 이주여성들과의 소통과정을 통해 대립이 아닌 이해로 이끌어 나가는 화합의 장이었다.

 

익산에 거주하는 선주민으로서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허윤희 감독은 영화 제작을 통해 그 동안 서먹했던 시어머니와의 끈끈한 ‘고리’가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나의 꿈’을 제작한 사라(Sarah) 감독은 소녀시절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 꾼 안나가 25년 후 결혼했지만 현실은 꿈과 너무나 다름을 알고 힘들어 하던 중, 꿈속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맛보게 된다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화차이’, ‘다문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장녀’ 등의 주제로 총 10편의 영화가 상영되어 관객들은 이주 여성과 다문화 가정에 대해 올바른 시각과 이해를 넓힐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영화와 함께 익산 미디어센터 ‘재미’에 모여 워크숍 진행 과정을 담은 Making Film 이 상영되었는데 배우가 감독이 되고, 감독이 배우가 되는 공존과 소통의 시간이 고스란히 필름에 담겨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익산에 오기를 잘했네요

 

1시간 40분의 상영 시간이 흐르고 감독과의 시간이 마련되었다. 2008년 횡성 이주 여성영화워크숍에 참여했던 디나 씨와 히로코 씨는 올 해 워크숍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익산에 내려와 숙식을 함께 하며 편집 교사로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다. 지난 겨울 익산 주부들과 함께 한 시간이 뜻 깊었다는 인사말을 남겨 그녀들의 남다른 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08년부터 영화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 히로코 씨는 “나는 이주민이기 때문에 늘 학생이었습니다. 내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했기 때문에 학생과 선생님의 거리가 훨씬 가까웠습니다.”라고 인상 깊은 소감을 밝혔다.

 

올 해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은 영화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이주 여성, 선주민 여성의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실제적인 것’을 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았다는 김진경 감독(5해와 2해 제작)의 말이 가슴에 묻힌다. 아직도 멀었다. 사소한 것도 우리는 그녀들과 ‘다르다’고 느낀다. 영화제작 워크숍과 같이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참여 행사가 더욱 풍부해 지기를 바라며 2010년 워크숍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