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끼, 열정, 창의력을 느낄 수 있는 열정의 무대

 

서울 중구 신당2동에 위치한 장원중학교는 지난 5월부터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뮤지컬 공연을 통해 어려운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7 Class 7 Color – Rainbow Gala Musical’를 운영 중이다.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의 내면에 깔려있는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산시키고 있는 장원중학교를 찾았다.

 

“쭉쭉 팔 더 올리고” “잘한다~~” “어깨는 더욱 들썩들썩~~그렇지!”

 

음악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3학년 1반 반장이자 뮤지컬 총감독을 맡은 김민지 양이다. 날라리 남고생 대니와 순수한 여고생 샌디의 달콤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뮤지컬 <그리스> 연습에 한창인 1반 학생들의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출연진을 맡은 친구들도, 스태프를 맡은 친구들도 눈빛이 초롱초롱 살아있다. 때때로 누군가 자칫 작은 실수라도 할 때면 그 나이 또래들답게 어김없이 곳곳에서 폭소가 터진다.

 

“야, 표정이 왜 그래? 밝게 웃어야지” “ 너무 뻣뻣해. 리듬을 타야지” “ 동작이 너무 밋밋해” 이번에는 뮤지컬 공연에 참여하지 않은 반 친구들이 연습을 지켜보다가 한마디씩 던진다. 아이들은 음악교사 이정희 선생님과 춤동작을 가르쳐주는 예술 강사 랑지권 선생님이 지켜본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 저마다 흥에 겨워 모두들 뮤지컬 연습에 흠뻑 빠져있다.

 

3학년 3반은 고난이도의 회전 및 점프 등 격렬한 동작이 이어지는 <비보이를 사랑하는 발레리나>를 선택했다. 동작 하나하나 선보일 때마다 연습을 지켜보는 친구들의 탄성이 연신 터져 나올 만큼 마치 곡예를 부리듯이 현란한 몸동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동작을 선보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땀을 흘렸을 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체육관에서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에 맞춰 한 마리의 백조가 된 듯 4명의 발레리나가 사뿐사뿐 우아한 동작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까지는 서투른 손짓, 발짓이지만 발레리나의 꿈을 안고 열심히 배우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여학생으로만 구성된 3학년 4반은 <아이다>와 <오페라의 유령>을 연습 중이다. 공주 역의 강보라 양과 노예 역의 권예슬 양이 처음 뮤지컬을 한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 음색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예술강사 한상호 선생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자 똑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연습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3학년 7개 반 학생 대상으로 뮤지컬 교육

 

1968년 옥수여중으로 개교했다가 장충여중을 거쳐 2003년 남녀공학으로 바뀐 장원중학교는 여학생 비율이 더 높아 여학생으로만 이루어진 학급도 있다. 저소득층과 결손 가정이 많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많은데도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은 구김살이 전혀 없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문화적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 ‘7 Class 7 Color – Rainbow Gala Musical’이다. 지난 5월부터 장원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7개 반 학생들이 참여해 이루어지고 있는 ‘7 Class 7 Color – Rainbow Gala Musical’은 유영순 교감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정희 선생님(사진)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이룬 결실이다. 작년에 중구청의 지원으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20명만 뮤지컬 공연에 참여시킨 것이 못내 아쉬워 묘안을 찾던 차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학교 선도학교 공모에 응모해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15분에서 20분 분량의 뮤지컬을 선보이는 ‘7 Class 7 Color – Rainbow Gala Musical’은 각 반에서 하고 싶은 뮤지컬을 정하고, 스태프를 정하고, 배역을 정하고, 실전을 위해 연습하는 모든 과정을 아이들 스스로 결정했다. 각 학급마다 HR 시간을 통해 1반 <그리스>, 2반 <드림걸즈> 3반 <비보이를 사랑하는 발레리나>, 4반 <아이다, 오페라의 유령>, 5반 <하이스쿨 뮤지컬> 6반 <맘마미아> 7반 <렌트>로 뮤지컬 작품을 정하고 총감독, 대본정리, 기록담당, 노래·안무팀, 무대·의상 디자인팀, 진행 담당을 뽑았다. “최대한 반 친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배역을 정할 때는 캐릭터가 실제 생활에 연계되게 뽑았어요. 뮤지컬 가수가 꿈인 친구가 여자 주연배우를 맡게 되었지요. 친구들의 요구가 많은 점이 때때로 힘들지만 모두 열성적으로 임하고 있어서 모두 즐겁게 연습하고 있어요.” 3학년 1반 총감독 김민지 양의 말처럼 <그리스> 연습을 위해 음악실에 모여 있는 1반 학생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뮤지컬을 즐기는 중이었다.

 

끼와 재능을 발산하며 아이들 스스로 성장

 

학교는 처음부터 모든 학생들이 꼭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다. 학생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뮤지컬을 하고 싶은 학생들만 방과 후에 따로 남았다. 4개월 남짓 기간 동안 아이들은 예술강사인 랑지권·최현준·서주현·신우미·한상호 선생님의 열성적인 지도로 괄목할 성장을 했다. 이 과정을 쭉 지켜본 이정희 선생님은 아이들의 열의와 노력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귀띔한다.

 

“고입이라는 당면과제에 찌들려 아이들의 내면에 깔려있는 끼와 재능을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마음껏 표출하게 싶었어요. 그동안 관심과 의욕이 있던 아이들도 여러 사람 앞에서 춤과 노래를 하는 것을 많이 어색해했죠. 처음에는 너무나 소극적이어서 ‘저 친구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염려되던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사이 노랫소리도 커지고, 춤을 출 때 몸놀림도 아주 적극적으로 바뀌어갔어요. 도중에 힘들어서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건 쓸데없는 기우였어요. 아이들 모두 자기 역할이 크고 작던 상관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무척 예뻐요” 혹여 아이들이 다칠까봐 한 명 한 명의 동작을 눈여겨보던 이정희 선생님은 아이들 칭찬에 침이 마른다.

 

10월23일 중구 구민회관에서 발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준비하는 3학년 3반 남학생들의 변화는 선생님들은 물론 아이들도 놀라고 있는 중이다. 평소 허리도 제대로 안 피고 구부정하게 앉아 무기력해 보였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익힌 어려운 동작을 이제는 제대로 호흡 맞춰서 척척 해내는 모습에 선생님들은 물론 본인들 스스로도 무척 신기해한다. 특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수업시간에도 잘 안 들어오고, 수업시간에는 늘 엎드려있기만 했던 한 남학생이 뮤지컬 연습에 합류해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반 친구들과 더욱 돈독해진 것도 느낀다.

 

고난이도의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이는 비보이는 태어나서 처음 도전해보는 거예요.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 익히는 것이 무척 어렵지만 재미가 있으니까 자꾸 욕심내서 연습하게 되더라고요. 또 어색하고 서먹서먹했던 친구들과도 연습하면서 금방 친해지게 되었어요. 마치 친형처럼 어려운 몸놀림을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예술강사님도 너무 좋아요. 방학 때에는 밤 8시까지 무용실에서 연습했는데,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서 학교의 당직기사 아저씨에게 호된 귀가명령을 듣고서야 학교를 나서는 경우가 많았어요.”

 

격렬한 몸놀림으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하주훈 군의 비보이 예찬론이다. 3반 반장인 양준혁 군은 3반이 비보이를 하게 하면서 가장 좋은 점으로 친구들과 가까워진 것을 꼽는다. 영국에서 7년 동안 공부하다가 온 주훈 군은 비보이를 도전하면서 내성적인 친구들이 점점 적극적으로 변해 이제는 서로를 부르는 목청에서도 씩씩함이 느껴진다고.

 

‘ 7 Class 7 Color – Rainbow Gala Musical’은 오는 10월 23일 중구구민회관에서 그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게 된다. 각 반마다 상금 20만 원은 자기들 몫이라며 큰소리치며 멋진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연습에 한창이다. 유영순 교감선생님과 이정희 선생님은 현재 책정된 예산이 부족해 밤늦게 연습하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간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자기 반에서 준비하는 뮤지컬 공연을 꼭 한번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현실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한다. 유영순 교감 선생님은 “대기업에서 학생들의 문화교육을 위해 조금만 투자한다면 그 효과는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 몇 십 배 혹은 몇 백 배의 효과가 나올 거라는 확신한다”며 문화예술 교육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