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락부락友樂部落은 ‘예술가와 놀다’를 핵심 콘셉트로 11~13세 아이들이 예술가와 2박3일간 함께하는 창의예술캠프이다. 매년, 전국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예술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우리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그 안에서 꿀맛 같은 시간을 보내는 우락부락이 이번에는 지역으로 찾아왔다. 지역 우락부락 캠프의 첫 시도는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인천문화재단/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관으로 ‘서랍 속 코끼리’와 ‘동네 한 바퀴’이 지난 1월 전북 진안에코에듀센터(1.19-23)와 인천아트플랫폼(1.26-30)에서 각각 2회씩 열렸다. 두 지역의 기획자인 장근범 작가(전북지역)와 윤종필 작가(인천지역)를 통해 우락부락 시즌9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상상력을 꺼내 봐! 전북지역 〈서랍 속 코끼리〉
여기저기 누벼보자! 인천지역 〈동네 한 바퀴〉

 

우락부락
우락부락

 

〈따!복!따!복!〉, 〈창작!? 그때 그때 달라요~〉, 〈우리 동네 기레쓰레기〉, 〈렛잇비 탐험대〉… ‘서랍 속 코끼리’와 ‘동네 한 바퀴’의 각 부락과 골목의 이름이다. 각 부락을 이끄는 예술가들의 이름도 독특하다.

 

장근범: 〈서랍 속 코끼리〉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듣는 ‘너 이런 것 하지마, 그건 말이 안 되는 생각이야’라는 말로 인해 자꾸만 속으로 감추게 되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해요. 그렇게 아이들이 마음 속 서랍에 담아두었던 것들, 상상의 코끼리를 예술가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자유롭게 꺼내고 펼쳐보는 자리입니다.

 

윤종필: 인천지역의 〈동네 한 바퀴〉는 느리게 걷기를 모티브로 해요. 이번 캠프의 배경이 되는 인천아트플랫폼을 비롯한 개항장 일대는 역사화 문화의 산실이에요. 천천히 걷기를 통한 관찰의 과정, 아울러 예술가(골목대장)들과 유쾌한 놀이가 만나는 지점에서 공간의 다양한 탐색과 놀이의 발견, 그리고 상상의 발현을 콘셉트로 합니다.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꺼리’를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감각을 깨우고 싶었다. 전북지역 〈전설의 놀이왕〉 부락에서는 핸드폰과 컴퓨터에서 벗어나 ‘해적’이 되어 우리만의 전설의 놀이를 만들고, 〈두껍아! 새집 줄까?〉부락은 마을을 실컷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물건들로 아지트를 만든다. 〈뭘까? What?〉 부락은 온 부락을 휘젓고 다니며 ‘이건 뭘까?’ ‘이건 왜 이렇게 생겼지?’ ‘넌 왜 그래?’ 등등 묵혀둔 호기심을 발산한다.

 

인천지역은 익숙했던 것들을 다시 아이들만의 방식으로 탐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렛잇비 탐험대〉 골목은 온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우리만의 캠핑을 시작하고, 〈L.A.C Graffiti Skool-알록달록 중구난방 프로젝트〉골목은 스프레이, 픽셀, 털실로 온 동네를 알록달록 물들인다. 〈안녕하세요 양사장님! 아이고~ 안녕하세요 김사장님!〉 골목에서는 모두 ‘사장님’이 되어보고, 〈사랑해요 리스키! 우유빛깔 리스키!〉골목은 최고의 아이돌을 키우는 기획사가 된다.
* 우락부락 시즌9의 현장을 ‘[취재리포트] 아이들의 방식으로 같이 놀기‘에서 확인하세요!

 

우락부락,
지역 깊숙이 들어가다

 

지역과 만난 우락부락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역의 특성과 고유한 환경이 지역 기획자와 예술가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콘셉트와 생각들이 자라났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예술가들과 함께 놀고 작업하는 콘셉트를 갖고 있는 ‘우락부락’. 그래서 여러개의 워크숍이 열릴 수 있는 공간을 갖춘 동시에 아이들이 마음껏 누비고 다녀도 좋을 장소를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인천에는 지금까지의 우락부락이 진행되었던 ‘숲체원’과 같은 공간이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도리어 인천이 갖고 있는 조건에 맞는 캠프 콘셉트를 새롭게 기획하게 된 시작점이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도심형 우락부락’ 〈동네 한 바퀴〉이다. 〈동네 한 바퀴〉의 무대는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인천 중구 해안동의 개항기 근대문화 유산이 현존하고 있는 곳이다. 그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독특한 정서가 어려있는 이 곳에서 아이들이 색다른 동네의 분위기를 느끼기를 기대했다.

 

윤종필: 인천광역시 중구는 한국 근대사에 있어 중요한 개항장입니다. 차이나 타운과 자유공원, 신포동 재래시장, 동인천역 일대의 악기상가 등은 생활문화인들의 터전으로 오랜 기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어요. 이번 캠프의 동네 거점들이 되는 국내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 근대건축물인 인천아트플랫폼, 재래시장 등은 모두지역 공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도심공간에서 진행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콘셉트와는 조금 다른 접근이자 실험일 수 있지만 지역 문화의 흔적이 담긴 공간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장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반면 장근범 작가는, ‘우락부락’만의 특별함을 잘 담아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집중했다. 캠프를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지역의 아이들에게 멋진 시간을 준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장근범: 중앙에 비해 지역 아이들은 특별한 문화예술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거든요. 예술가라는 존재로 낯설 수 있고요. 아이들이 이번 우락부락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꺼내고, 상상하면서 예술가들과 신나게 뛰어놓고 예술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진안에코에듀센터’가 있는 ‘진안’ 지역은 전라북도에서 접근성이 떨어져 문화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완전한 자연의 상태, 맑고 건강한 자연이 있는 이곳이 다양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캠프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캠프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컸다. 그럴수록 예술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많은 시간 이야기하고, 시즌8을 운영했던 예술가들의 조언도 많이 받았다.

 

장근범: 시즌 8까지의 우락부락은 기획자와 참여 예술가들의 고민과 사랑 열정이 녹아져 있는 캠프였어요. 원래 우락부락이 지니고 있는 성격을 잘 이해하고 반영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우락부락이 아이들에게 색다른 공간, 새로운 세상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마음껏 뒹굴어도, 마음껏 낙서해도, 마음껏 노래해도 좋은 아이들의 유토피아. 우락부락 캠프의 분위기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우락부락 캠프가 특별한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분위기를 잘 갖추기 위해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고 준비했는지 묻자, 모두 ‘안전’을 꼽았다.

 

윤종필: 도심 골목길을 누비는 캠프로 콘셉트를 잡으면서 예술가들과 학생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져 아이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신경 쓰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여기저기 찾아 다니게 될 거거든요. 골목 산책도 할 테고, 시장도 다녀올 거고요. 그래서 충분한 인원의 돕는 이들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장근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안전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대단하잖아요. 그 에너지들이 강물처럼 잘 흐를 수 있게 공간을 구성하고 배치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불편 없이 즐겁게 뛰어 놀기 위해 배치한 돕는 이들은 지역에서 문화예술 분야에 재학중인 학생들 위주로 접근했어요. 우락부락을 통해 예술가들과 캠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예술가들을 잘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는 분들로요.

 

우락부락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지역만의 특색이 잘 드러나도록

 

우락부락의 무대가 지역으로 세분화 되면서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새로운 우락부락이 탄생하는 것은 물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도 충분한 활력소가 되었다. 실제 두 기획자에게 지역이 주축이 되어 캠프를 진행한 이점을 물었을 때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무엇보다 반겼다.
예술가는 캠프 현장에서 아이들이 우락부락을 경험하는 가장 가까운 창이 된다. 그래서 우락부락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작업을 아이들과 함께할 워크숍으로 잘 연결해 나갈 수 있는 예술가를 섭외하는 일은 캠프 기획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전북과 인천지역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직접 찾아 만나 고민을 나누며 함께 우락부락 시즌9를 만들어 나갔다.

 

장근범: 지역에서 예술가들끼리 왕래할 일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같은 분야끼리는 부분적으로 소통할 기회들이 있을 테지만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의 소통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우락부락을 통해 각자의 활동 분야나 매체를 이해하고 방식을 고민하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피드백들이 있어요. 만나는 일 자체가 즐거운 경험으로 다가온 것이 가장 큰 효과겠지요. 그리고 특히 문화예술교육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예술가들이 아이들과의 캠프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윤종필: 지역의 예술가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계기들이 모여 예술가들의 지역 협업 활동을 하거나 커뮤니티 아트의 방식을 모색할 때 원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락부락이 던지는 긍정적 ‘충격’
지역 문화예술 성장의 ‘비타민’이 되길

 

이번 우락부락의 기획을 맡은 두 사람은 우락부락과의 인연이 처음은 아니다. 두 기획자 모두 우락부락 시즌8을 통해 우락부락 캠프를 접했고, 아이들과 만났다. 우락부락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충격적’이었다고.

 

장근범: 정말 충격이었어요.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대단했었는데, 막상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저의 선입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굉장히 차분했어요. 다양한 에너지들이 서로 튕겨서 혼잡해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건 아이들의 정직함에서 묻어 나온 것들이었죠. 캠프가 시작할 때 수동적이거나 경직되었던 아이들이 캠프가 진행되면서 스스로 예술가가 되어 가는 모습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부락의 언어로 부락을 소개하고 표현하는 모습들 모두 우락부락이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윤종필: 저는 우락부락이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놀이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예술가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별천지더군요. 무엇보다 아이들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 그들의 질서와 평화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전북과 인천에서 시작된 지역에서의 우락부락 캠프. 도심과 자연이라는 큰 두 갈래에서 각각 환경에 맞는 기획과 설정으로 문을 열었다. 긴 시간 준비해 온 이번 우락부락 캠프가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고 있을까.

 

장근범: 아이들에게 <서랍 속 코끼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꺼낼 수 있고 그런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예술가들과 관계를 통해 캠프 이후 예술가들의 전시나 공연을 보고 캠프 때 느꼈던 두근거림을 느끼게 되면 좋겠어요. 어느 날 읽었던 문장이나 단어가 산들바람 때문에 쿵하고 가슴에 다가올 때가 있잖아요. 책을 읽었을 때는 아무 의미 없이 읽었던 행간이 나에게 갑자기 다가오면서 새로워지는 것. 이번 시즌9가 그렇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윤종필: 우락부락 <동네 한 바퀴>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부모님 세대들은 바로 이런 동네를 무대로 놀았고 또 성장했죠. 그러한 환경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을 하는데 매우 중요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탐구하고, 몸의 체험을 통해 예술적인 순간을 접함으로써 아이들이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자신감을 얻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락부락’은 ‘예술가와 놀다’라는 콘셉트로 2010년부터 시작되어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창의예술캠프이다. 예술가와 함께 놀며, 작업하는 경험을 통해 예술을 즐기고, 삶의 의미와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우락부락 시즌9는 처음으로 지역으로 찾아가 지난 1월 19일~23일과 1월 26일~30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과 전북 진안에코에듀센터에서 각각 개최되었다.

 

주최: 문화예술교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협력: 인천아트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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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리포트] 우락부락 시즌9 현장에 가다 http://www.arte365.kr/?p=38164
우락부락 홈페이지 http://www.woorockboorock.or.kr


장근범

장근범 작가
우락부락 시즌8 예술가로 참여해 시즌9 전북지역 <서랍 속 코끼리> 기획을 맡았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전북지역 워크숍박람회, 2013-14 문화예술교육 ODA(베트남 라오까이)에 참여하며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그에게 우락부락은 “아이들에 의해서 시간이 멈추고 오직 예술과 신명과 흥이 있는 무중력의 공간! 네버랜드”다.



윤종필

윤종필 작가
우락부락 시즌8 예술가로 참여해 시즌9 인천지역 <동네 한 바퀴> 기획에 함께 하였다. 커뮤니티 아트의 방법론으로써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어 현재 인천 지역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아트와 문화기획을 하며 꾸물꾸물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우락부락은 “자유로움이고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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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락부락 시즌8 – 참여 예술가 인터뷰 영상 / 2014년 8월 4~8일, 강원도 횡성 숲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