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은 사회적 변화를 꿈꾼다

퍼포먼스 반지하의 ‘몸으로 이해하고 놀이로 표현하는 미술’

김경미|기획운영팀|arte0081@hanmail.net

지난 8월 진행된 제3차 문화예술교육 온라인 공모에서 우수 사례 중 하나로 선정된 퍼포먼스 반지하의 ‘몸으로 이해하고 놀이로 표현하는 미술’은 ‘신체성을 중심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발현하고, 삶의 환경적인 조건들을 고려하여 구성된 대안적 미술표현프로그램’이다. 그리기, 만들기, 입체 구성, 공간 놀이 등 다양하고 순차적인 구성과 여기에 지역 사회에 대한 자료들을 활용한 점이 돋보였던 이 사례는 심사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삶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과 지역문화운동적 접근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수업 활동의 흐름은 크게 관찰, 사고에서 체험과 표현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놀이화 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으며 이는 학습 효과의 자연스러운 축적을 고려한 것이다. 심사 과정에서 지적되었던 ‘병렬식 프로그램’을 가장 경계하고 ‘흐름’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는 반지하. 서류상에는 드러나기 힘들었던 ‘속얘기’를 듣고자 인천 송림동 그림 수필 현장에서 이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반지하를 찾아가 보았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살아있는 문화와 교육

공존을 위한 공공문화 표현 집단 반지하는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문화 소외자를 위한 대안문화교육과 공공적 문화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반 자본주의 문화운동 단체이다. 이 프로그램은 반지하에서 진행했던 여타의 프로그램과 다르게 연수원이라는 공공 시설 내에서 진행한 조금은 의외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보니 같은 문제의식과 소신, 열정을 지닌 당시 연수원 계약직으로 계셨던 강창대 님이 있었다. 기존의 지역 단체 작가전이나 서울 중심의 유명 작가전과 같은 일반적 전시보다는 쌍방향적인 전시를 꿈꾸던 강창대 님은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여러 개의 연수구전’을 기획하였고 반지하는 ‘버려진 것들의 이야기’ 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지역 주민들이 버려진 아파트의 외곽을 돌며 촬영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수집물들은 그렇게 모아져 당당히 갤러리의 한 곳에서 전시되었다. 여기에 더욱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자 기존의 ‘열린 미술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으로 ‘몸으로 이해하고 놀이로 표현하는 미술’ 이라는 대안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의 고민과 소신으로 함께 대안을 찾고자 애썼던 분이 계셨기에 이 프로그램은 안정적으로 지역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반지하는 더욱 이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 분이 아니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쩌면 협력 과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애초에 그 뜻이 맞는지 여부는 아닐까 하는 단상이 머리를 스친다. 이 즐거운 전조는 예상치 못하게 어려지고 높아진(?) 참가자들에게도 나타났다. 원래 중고등 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였으나 이상하게 초등 학생과 학부모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재개발 초기 아파트 촌의 아이들이어서인지 예상 외로 호의적이었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의 의도를 수용하려 했던 것은 과정 내내 이들의 작업을 즐겁고 기억에 남는 무엇으로 만들어 주었다.

진정 중요한 것은 관계와 소통

동네 친구들끼리도 오고 어머니와 딸 또는 어머니와 아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들어선 교실. 가장 첫 시작은 인사하기. 그런데 그냥 인사하기가 아니다. 바로 ‘별명으로 인사하기’ 이다.
반지하 대안문화교육의 핵은 정체성이다. 잃어버린 정체성의 회복을 위한 것이 바로 교육 특히 문화 예술 교육인 것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정체성의 하나이지만 결국 남이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은 어머니와 아이라는 종속적인 관계를 동등한 관계로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그 효과는 아주 긍정적이었다. 또한 어머니들에게는 자신만의 작업에 몰입하게 하여 잃어버렸던 자기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되기도 하였다. 한 어머니는 자기는 평생 그림을 안 그릴 줄 알았다라며 울먹이시기까지 하셨다 한다. 가족의 종속 관계가 존중의 관계로 이어지고 이것이 미술표현의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 이것이 새로운 동기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수확은 아닐까.

본 프로그램의 중요한 테마는 바로 ‘신체’였다. 신체는 모든 미술표현의 시작이다. 관절인간을 만들어 보고 이를 벽에 부착해서 놀기, 칼라 토우를 만든 후 이를 가지고 인형극을 하며 놀기 등 모든 활동의 본질은 놀이이다. 책상을 벗어나 실제 사이즈의 관절 인형을 만들어 보고 바로 벽에 붙여봄으로써 아이들은 더욱 커진 스케일에 자연스레 흥미를 느끼고 놀이를 한다. 그냥 OHP 필름에 그려진 신체가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라면 직접 만들어 본 실제 사이즈의 종이 인형은 공부와 동시에 놀이가 된다. 이는 곧 쌍방향적 교감을 의미한다.

‘거울 속의 이야기 겹쳐 그리기’ 에서는 OHP 필름을 대고 나의 공간, 삶, 환경 등을 그리게 하였는데 구청 갤러리와 장승은 어느 정도 계획된 공간이었으나 구청 공간 1층은 과정에서 새롭게 확장된 공간이었다. 어항에 대고 그려보기도 하고 거울에 대고 그려보기도 하면서 참 즐거운 작업이었다.

‘비닐 기둥 장승 놀이’는 비닐 기둥에 바람을 넣고 그 안에 물건을 넣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활동으로 무엇보다 터널 놀이가 가능하기에 비닐 기둥을 택했다고 한다. 장승이란 문화와 연결시켜 장승을 마을 앞에 세워둔다는 데 착안하여 비닐 기둥을 구청 마당에서 굴리고 세워보면서 순식간에 구청 광장을 놀이 마당으로 전환해 보는 것은 참가자들에게 공간의 해석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했다.

‘천을 이용한 공간 구성’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찻집을 만들어 초대장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인데 이것은 주어진 진지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선택한 놀이적인 방법이었다. 또한 아이들이 선택한 것이 차를 사고 파는 행위가 아니라 차를 함께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던 것은 전체 프로그램을 꿰뚫고 있는 ‘소통’의 한 표현이었다.

새로운 나와 소통하고 공간과 소통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것. 반지하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같은 연수구에 사는 사람들끼리의 소통의 변화와 가족들간의 소통의 변화 그리고 이웃의 발견이다.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소통의 목적들을 참여자들이 수긍하고 이해하면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결국 중요하다고 반지하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결국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실천인 것이다.

삶은 곧 변화의 시작점, 그 안에서 생동하는 문화예술교육

놀이와 문화가 구별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화의 기반을 다루고 문화의 사회적 변화를 위해 이러한 가치와 신념을 지키는 것은 반지하가 문화라는 본질을 찾아가는 길이며 곧 반지하를 지켜가는 과정이다. 반지하에게 삶의 공간은 곧 변화의 시작점이다. 따라서 도시 아이들에게 도시라는 개념은 아주 중요하다. 도시 아이들에게 도시를 이해 시키며 스스로 자기 삶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창의력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미적 방법이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새 방법의 형식을 정해 놓고 이 안에서 감성 능력의 점수를 매기는 주객 전도된 상황이 바로 현재의 공교육이라 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히 그리기, 만들기가 아니다. 도시의 구조와 환경을 이해시키고 늘 상 다니던 공간에서 다른 체험을 하고 다른 풍경을 보게 할 수 있다. 이 속에서 진정 중요한 이웃과의 관계, 소통, 대화, 만남 이러한 가치들이 살아 숨쉬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이념과 활동을 지켜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후속 작업이라 하는 반지하는 이 외에도 문화예술교육의 주변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민을 함께하는 타단체들과 연대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지속적인 경험을 위해 이러한 터전을 가꾸는 것, 이것이 반지하가 생각하는 진정한 후속 작업인 것이다.

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