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시간은 달리 쓰인다. 여기 함께 모여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판사부터 보험사 컨설턴트, 게임 개발자, 교사, 주부 등 직업은 다르지만 한마음으로 무대를 올리고 에너지를 얻는다. 직장인연극동호회 틈새, 강제권 대표는 진정한 여가란, ‘사람과 사람이 진심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Q. 연극동아리라고 하면, 아마추어를 떠올리기 쉬운데 극단 틈새는 근로자연극제에서 상을 휩쓸 만큼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갖췄다고 들었습니다. 극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A.일하는 연극인이 모인 곳입니다. 만들어진 지는 15년 정도 되었고, 제가 활동한 지는 11년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시작할 당시만 해도 단원이 10명 남짓이었고,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죠. 지금은 한 기수가 60~70명 정도로 늘어났고 무대도 1년에 5번 정도 올릴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원은 준단원, 열혈단원, 카페 단원 등으로 레벨이 나뉘어 있고, 배우와 스태프는 서로 번갈아 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소극적이고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길 두려워하던 사람부터, 연극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사람까지 다양한 부류가 모여 무대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부모님에 반대에 부딪혀 연극을 잠시 접었다가 다시 시작한 케이스죠.

 

Q. 직접 시나리오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작품을 무대에 올리시는지 궁금합니다.

 

A.우리 극단은 주로 창작극을 많이 합니다. 친일청산이라던가, 라이따이한 문제 등 메시지가 포함된 시사적인 문제를 다룹니다. 개개인의 콤플렉스와 힐링 드라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무대에 올리죠. 2010년 근로자연극제 대상을 받은 ‘말죽거리 악극단’은 마당극과 신파가 섞인 정치풍자극이었습니다. 향수를 풀러 일으키는 내용이 많았죠. 그 덕에 평택YMCA에서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 연극을 해달라는 제의도 받았습니다. 그분들이 오래 살다 보니 이렇게 좋은 연극도 보게 된다며 아주 기뻐하셨습니다. 단원들도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죠.

 

 

 

Q.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한 부분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맥 빠지는 질문이지만, 많은 것 중 왜 하필 연극인가요?

A.직장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다른 방식의 자아실현을 꿈꿉니다. 누군가는 악기를 배우고, 춤을 추는 것처럼 우리는 연극을 택한 것뿐입니다. 저 또한 악기도 배우고, 다른 취미도 많이 가져봤지만, 연극만큼 절 설레게 하는 게 없었습니다. 단원들도 마찬가지겠죠. 연극은 자신을 드러내길 두려워했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을 일깨워 주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던 사람도 벽을 허물고 무대에 서면 성격이 바뀌더라고요.

우리는 서로 힘든 부분, 특히 직장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을 소스로 대본을 씁니다. 살아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그런데 웃긴 건 그러다 보면 균형을 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일을 두고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죠. 이해는 직장과 가정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죠.

Q. 극단 생활과 일상의 밸런스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A.삶에 문화예술이 빠지면 일하는 기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습시간을 정해놔도 빠지는 단원들이 있지만 그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에, 빠진 사람이 나오는 부분은 빼고 연습합니다. 우리는 일하는 연극인이니까요. 사회적 엘리트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함께 하는 삶입니다. 저에게 극단 틈새는 끝까지 함께 할 가족이자 제2의 가정이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어떤 꿈을 꾸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몸집이 제법 커져 인프라를 구축하고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넓어지면서 깊어지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죠. 시각장애인에게 들려주는 연극도 구상하고 있고요. 관악구를 대표하는 극단으로써 연계를 통해 주민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취지입니다. 저는 틈새를 둥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나 올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문화공간 둥지요. 필요하다면 저희 전용 소극장도 빌려 주고요.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 팔 벌려 환영입니다.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10년 넘게 운영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극단 틈새는 이제 시작입니다.

 

여가란, 남는 시간을 통해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개념이지만, 극단 틈새 단원들에겐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구심점이다. 그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무대가 더 나은 사람과 사회를 만들길 기대해 본다.

 

글_김지혜 사진_극단 틈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