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 교육계의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문화예술교육이다. 창의성을 키우고 인성을 높이는 교육 해법을 문화예술교육으로부터 찾고자 하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내신과 입시 위주의 삭막한 교육과 이에 따른 사교육 열풍이 공교육 현장을 피폐하게 한다는 자성의 소리도 높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 문화·예술·체육(이하 문·예·체) 활성화를 위한 혁신학교 TF(태스크포스: 어떤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전문가 조직) 김정만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연극쟁이’ 선생님, 두 팔을 걷어붙이다

 

창덕여중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정만 교사는 한국교사연극협회 고문이며, 교육연극을 전공한 ‘연극쟁이’ 국어 교사. 과거 연극교육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 현장의 연극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였고 교육진흥원 교육위원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지난 3월부터는 서울시 교육청의 혁신학교 TF에서 활동하며 공교육 현장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

아르떼진_최근 ‘혁신학교’라는 개념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란 무엇이며, 이를 위해 문·예·체 교육 활성화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정만 교사_혁신학교란 한 마디로 ‘학생이 꿈을 꿀 수 있는 학교’ 입니다. 공교육이 단지 지식을 전달하고 좋은 대학 가는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알차고 다양한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런 것이 이루어지는 데 문화예술교육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진학 위주, 성적 위주의 교육은 개인의 창의성을 말살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은 학생 개인의 숨겨진 재능과 자질,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기’의 방법을 가르쳐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르떼진_현장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김정만 교사_저희 팀이 하고 있는 일은 각급 학교에서 예산 부족이나 인력 부족의 이유로 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현장에 나가 보면 제일 큰 문제가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돈과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떻게 예산과 인력을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옳겠지요. 초등학교는 그래도 조금 시행하는 편이지만, 중학교만 되어도 문화제나 예술제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가서 여쭤 보면 ‘공간이 없어서…’, ‘예산도 없고…’ 이렇게들 말씀하시곤 합니다. 특별활동 및 예술 수업도 학생들에겐 ‘자는 시간’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예술강사들의 문화예술교육 수업이 교과를 보조하기 위한 ‘내신형’ 수업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점들이 안타까워요. 조금만 아이디어를 내면 한정된 상황에서도 문·예·체 교육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거든요. 저희가 중점적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것 중 하나가 ‘모든 학교에 동아리실을 만들어 주자.’, ‘문화예술 발표회, 작품 전시회를 적극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일단 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로 인해 탄생된 작업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첫 걸음은 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뜨거운 마음 있기에 교육의 미래는 밝다

 

아르떼진_현장 교사들의 반응과,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정만 교사_저도 교사이기 때문에 알고 있거든요. 마음은 정말 열정에 가득하지만, 현장에서 여러 가지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피로에 지쳐 관성적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혹시라도 냉소적인 반응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 나가 보니 제 예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굉장히 열정적인 교사가 많았고, 열렬한 호응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육자들이 빠듯한 상황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었지요. 그런 교사들을 만나는 것이 정말 즐겁고 기쁩니다. 저에게는 TF로 활동하는 지금 이 순간이 참 소중합니다.

저희는 이렇듯 열정 있는 교사들을 위해 문·예·체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합리적 예산 지원을 돕습니다. 현장에서 타 교과와의 융합 교육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모델의 문·예·체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있지요. 또한 다양한 교육 현장 상황에 창의적으로 적용 가능한 문화예술교육 교수법에 대해서도 연구합니다. 이렇게 설명해 드리면 무척 간단하게 들리지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 교육 연구가, 행정 담당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 인력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답니다. 물론 연수, 교육 등의 공식적인 과정 외에 교사들과의 자유롭고 유연한 소통에도 항상 노력합니다. 이메일, 전화, 현장에서의 만남···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요.

아르떼진_현재까지의 성과에 대해 스스로 평가를 하신다면 어느 정도인지요?

김정만 교사_이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이 올 3월이니, 아직 성과에 대해서 평가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 보람 있는 일이고,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듭니다. 얼마 전 한 학교를 찾은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특별 수업을 보게 되었는데요. 서양 음악을 전공한 교사가 국악 예술강사와 함께 장구와 피아노로 수업을 하는 모습이었지요. 학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수업을 받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학교 알림판에 빼곡히 들어 찬 학생들의 활동 계획, 동아리 알림 등을 보고 문·예·체 교육이 가진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앞으로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기를, 더 많은 학교에 이런 활기가 넘쳐나기를 바라게 되었지요.

아르떼진_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김정만 교사_문·예·체 교육 활성화라고 하면 학생들에게 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기를 가르치고, 박물관이나 연극 공연 단체 관람 하고, 그런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문·예·체 교육의 본질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향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제 자신은 물론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교육의 목표가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질적 목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면 문·예·체 교육이 형식적 상황에 그치고 마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떼진_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건강 해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세요.

김정만 교사_저에게도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만나 뵈어 반가웠습니다.

 

글.사진_ 정진영 서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