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급증하는 노인인구에 대한 정책적 방안, 특히 노인 복지 문제에 대하여 많은 관심들이 요구되고 있다. 노년기가 되면 자신감의 결여로 사회생활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생은 60부터! 60세 이후의 인생은 다시 태어나 1살, 2살로 성장이 거듭될 수 있다. 해답은 바로 노인 연극. 노인 연극을 통해 생각의 젊음과 자신감을 재충전하여 당당하고 적극적인 제 2의 삶을 향유할 수 있다고 한다. 노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노인연극강사이자 경남 창원문화방송 라디오프로그램 ‘아구할매’ 진행자인 김수현 씨를 만나 노인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예술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웃음짓게 한다

 

아르떼진_ 노인 연극 예술 강사를 하게 된 계기 및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수현 강사_ 저는 어릴 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정녕 필요한 말 외에는 말 한마디 잘 안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였는데 초등학교 시절 성당에 다니면서 부활절, 크리스마스에 연극을 하게 되었어요.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아,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이 생기고 조금씩 내성적인 성격의 껍질을 벗겨내게 된 거죠.

 

중학교, 고등학교 연극반 시절을 거쳐 본격적으로 극단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20년 넘게 연극 생활을 하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활하고 봉사할 수 있고, 또 재능 기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연극이었죠. 연극인으로 학교, 교회, 복지시설 등에 연극 강의를 하면서 제 연극세계를 넓혀가고 있던 중에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회문화예술교육의 하나인 노인연극 분야가 생겼고,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어 가잖아요. 언제까지나 젊은 채로 있을 것 같지만 우리 모두는 늙어 갈 수 밖에 없잖아요. 먼저 저 자신에게도 노인에 대한 선행 학습이 된다고 생각하고, 저 같은 시기를 지내온 내 어머니와 같은 분들과 연극을 통해 소통하면서 나름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고 또 삶의 즐거움을 나눌 수도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에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었죠.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연극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 특히 우리 어르신들의 삶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웃음을 주고 자신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자존감을 찾는 밝고 희망찬 연극 교육

 

아르떼진_ 노인들을 위한 연극교육 프로그램에 대하여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김수현 강사_노인을 위한 연극교육 프로그램은 강사마다, 목적에 따라, 어르신들의 취향에 맞춰 다양하게 있고 또 계속 개발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거창하고 잘 짜여진 것 보다는 그냥 제가 만나는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에 따라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고 대화하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춤과 노래들, 신체적 상황에 맞는 연극 놀이,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즉흥극 등을 통해 연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죠. 그러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드리고, 무대 위 발표 공연에 초점을 맞춘 연극 만들기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어둡고 힘든 이야기보다는 밝고 희망적인 내용 위주로 진행해요.

 

비록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고 생각만큼 창의력이 많이 생겨나지 않지만 함께 공연 목표를 정하고 역할 분담을 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묻어나는 일상생활로 이어지게 합니다. 어르신들이 ‘진짜 연극’이라고 생각하는 발표 공연에 맞춘 프로그램이죠. 제 나름대로 욕심을 더 부려보자면 최종 발표 공연을 통하여 자기 만족에만 머물지 않고 또래의 관객들에게 공연을 통한 봉사활동을 유도하면서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향유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순회 공연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겨 노인 연극 지평을 더 넓혀나가고 싶습니다.

 

아르떼진_ 어르신들과 함께 연극수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수현 강사_특별히 어떤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모든 수업 자체도 그렇고 발표과정들이 순탄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모든 연극 수업들이 기억에 남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하나 얘기하자면, 어르신들의 오랜 연륜만큼 가지고 있는 생각들에 대하여 본받을 점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연극을 통하여 어르신들이 어린아이들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배역을 맡기 전 어르신들은 ‘나는 아무런 역할이라도 괜찮다’라고 하시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라는 점이에요. 사람 마음은 나이가 많든 적든 다 똑같은가봐요. (웃음) 다들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하시기에, 역할에 따라 엄청 좋아하는 분도 계시고, 좋은 역할을 뽑았다 싶으시면 다른 사람들 앞에 미안해서 맘껏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수줍은 웃음,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분도 계세요. 또는 비중이 적은 역할이라 생각하시고 어린 아이처럼 토라져 연극을 하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리는 어르신도 계시죠. 그런 어르신들을 보면 저도 절로 웃음이 나고요. “시시한 배우는 있어도 시시한 배역은 없다!”는 연극계의 유명한 대사를 읊어 드리며 마음을 달래 드리기도 한답니다.

 

 

연극이라는 공통분모로 세대 교감을 이룬다

 

strong>아르떼진_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김수현 강사_ 전 모든 생활에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또한 나름대로 보람과 기쁨을 찾으면서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알아 주신 건지 마음이 통한 건지 어르신들이 1주일에 한번 하는 연극 수업이 참 많이 기다려진다는 말씀을 하실 때 코끝이 찡해지고 마음이 부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1주일에 한 번이지만 이 한 번의 연극 수업이 일주일의 생활에 활력이 되고 또 한 주일의 즐거운 기다림이 되고 이 시간들이 이어져 어르신들에게 1년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이 참 행복하고 보람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연극에 대해 이것저것 신경 써 주시기도 하고 제 건강을 염려해 주시고 제 앞날을 꼭 저희 어머니처럼 걱정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때도 있긴 하지만 그런 어르신들과 함께 연극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대화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꼭 어르신들이 저희 부모님 같아요.

 

아르떼진_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요?

 

김수현 강사_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연극 교육을 통하여 못다한 꿈을 펼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게 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시간이 되게 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도와 드리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어르신들과 함께 노인전문극단을 만들어 다른 어르신들을 초청하여 연극공연을 보여드리면서 함께 즐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창원 인근 함안지역 농촌마을에 농사짓는 분들과도 마을 전체 극단을 만들어 낮에는 농사짓고 저녁에는 오순도순 연극으로 개인, 일상, 사회, 세상, 삶을 함께 이야기하고 만들어가는 연극활동을 해 보고 싶어요. 생활 속에 삶이 녹아 흐르는, 연극이 인생이 되고 삶의 희망과 활력소가 되는 마을연극단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그림 같은 바람이 있습니다.

 

노인연극강사인 김수현 씨는 연극을 통해 사회의 주인공이었던 어르신들이 갑자기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위축되어 생기는 우울증이 사라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젊은 시절, 모든 에너지를 사회에 쏟아 붓고 한 걸음 뒤에서 마지막 삶을 그저 시간만 보내며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연극을 통해 청춘을 되찾고 삶의 당당한 주인공으로서 삶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사진_김인수 경남지역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