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에도 학교 폭력이 존재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은 존재한다. 그때는 그런 일이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자살할 정도로 무차별적이며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숙희 명예대표는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Q.먼저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단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지금은 더베프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어린이문화예술학교라는 이름으로 1997년에 출발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진흥법이 발안되기 전이었죠. 아이들에게 타율적인 교육방법과 경직된 교육내용이 아닌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상상의 터를 마련해 주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교육연극이라는 커리큘럼을 만들어 놓고도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아이들은 무대를 통해 배우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특히 소외된 아이들, 장애인이나 소외 가정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도 모르고 배출구도 없다 보니, 사회성도 떨어지고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안아 줄 방법 또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폭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소외된 아이들이 모여 소외 당하지 않기 위해 벌이는 극단적인 자작극입니다.

Q.폭력을 주제로 교육연극을 한 적이 있으신지,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왕따를 주제로 교육연극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역할극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모두 겪게 되었습니다. 내가 겪어 보지 않았던 상황과 감정을 연극을 통해 경험하면서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 보는 기회가 된 거죠. 아이들은 연극이 끝난 후 가해자, 피해자 모두 문제가 있다며 해결 방법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고민했습니다. 이렇듯 교육연극에는 답이 없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주제는 특히 그룹으로 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각자 다른 성향의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발달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학교 교육에 교육연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음악은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면 연극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깨우쳐 준다고 생각합니다.

Q.문화예술교육이 학교폭력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가해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많이 합니다. 아닌 예도 있지만 가해 아이 중에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오랜 기간 방치된 채 자란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관심받고 싶은 욕구와 함께 깊어진 상처는 단기간의 심리치료로 치유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교육연극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단기간에는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고등학생에게 교육연극을 시키는 건 우리나라 현실상 입시 때문에 불가능하겠지만,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계속해서 교육연극을 경험하게 된다면 분명 아이들은 달라질 것입니다. 무대를 통해 사회와 사람을 먼저 배우게 되는 거죠. 이는 연극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이 가진 커다란 힘입니다.
요셉 보이스(Joseph Beuys)는 ‘모든 예술 활동과 예술적 도전은 이성적 활동의 비인간적인 특성에 의해 상처 입은 인간의 창조성을 치유하려는 노력으로 설명될 수 있다. 창조성이 부활된 인간은 누구나 예술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창조성을 부여 받고 또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할 것입니다.

Q.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은 선물처럼 예쁘게 포장해서 아이에게 건네 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상자를 열고 교육을 받아들이려면 겉에 교육이라는 글자는 지워야 한다. 그러니까 노는 것 같은데 놀고 나면 배운 게 있는 그런 교육… 저는 앞으로도 그런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면, 4월에 폭력예방을 위한 영화를 한 편 개봉할 예정입니다. 아직 촬영 중인데 저도 기대됩니다. 완성 후엔 학교에 배포할 계획입니다.

김숙희 감독은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독일브라운슈바이크 대학, 파리 제3대학 대학원 연극학과를 수학했으며 미국 버지니아주립대학 연극학과 방문교수로 재직했다.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초빙교수와 한국교육연극학괴 회장, 장애어린이축제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아비뇽 연극제>, <아르토의 연극언어> 등이 있다

글_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