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변화와 접목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다

 

코카롤리의 김영숙 대표이사 회장은 패션가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남대문 보따리 무역상으로 시작해 일본의 중저가 의류 브랜드 ‘ingni’의 제휴 파트너로, 국내 중견 의류 브랜드 ‘코카롤리’라는 국내 패션 브랜드로 패션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있는 김 회장은 끊임없는 접목과 창조를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조명, 운송업 등 살면서 벌인 사업만도 10가지가 넘습니다. 별로 이룬 게 없었죠.”

 

그런 김영숙 회장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곳이 1994년 중국의 하얼빈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막 의류 도매업을 시작하고 생산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들른 곳이었다.

 

“하얼빈 역 앞 광장 지하에는 4층짜리 반공호가 있었어요. 한국의 남대문시장 같은 곳이었는데 각 가게마다 자기네 옷을 알리기 위해 모델들을 내세워 패션쇼를 하곤 했어요. 1994년 중국에서 말이죠.”

 

1년6개월을 지내면서 김 회장이 체험하고 깨달은 것은 세상은 넓다는 사실이었다. 하얼빈 공장을 접고 한국에 들어오면서 김 회장은 국내 도매업이 아닌 대일무역 관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일본 ‘ingni’라는 의류 브랜드와의 OEM수출 계약을 맺었다.

 

‘ingni’는 현재 매장이 250개, 연매출이 6천억 원에 이르는 일본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다. 당시 6개 매장을 가지고 있던 ‘ingni’의 사업 파트너로 함께 성장한 코카롤리는 현재 600억 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해 지난 4년 동안 지난 4년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주최사로 활동해왔다.

 

패션은 창조, 창조는 끊임없는 접목과 모험이다

 

“너무 바빠 3년 전에 손을 놓았다가 예순 살이 되면서 드럼 연주를 다시 시작했어요. 지나온 과거보다는 닥쳐올 미래를 더욱 중시하면서 살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었어요. 다시 드럼 채를 쥐기는 했는데 아직은 사지가 따로 노는 느낌입니다.” 코카롤리의 김영숙 대표이사 회장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제일 처음 눈에 띈 드럼에 대한 설명이었다. 4분의 4박자 음만을 반복 연습하는 데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에 자택에서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카페 ‘세노’에 방치해뒀던 드럼을 사무실로 옮긴 지 이제 3일째다. 세노는 신인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문화계 사람들과 지인들의 놀이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패션은 문화예요. 하지만 패션 하나만을 가지고 문화가 될 수는 없어요. 이는 패션은 어떤 문화, 콘텐츠와도 접목해 재창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문화의 현장이라면 어디에나 패션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패션은 창조고 모험이에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지만 실패하라는 법도 없죠. 이 같은 접목과 모험으로 가치를 창조하고 유행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한 사람의 기분과 느낌을 창조하죠. 그것이 바로 제가 하는 일입니다.”

 

패션업에 뛰어들면서 김 회장의 고민은 늘 변화와 접목, 이를 통한 창조라는 지점에 머물러 있다. 1995년, 한양여대·명지대 교수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존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보다 업그레이드 된 ERP를 구축하고 물건의 생산부터 출고까지의 과정을 한 건물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바이어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동시에 전과정의 체계적 관리와 원가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브랜드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내부의 우려와 외부의 차가운 손가락질에도 아랑곳없이 2년 전 ‘홈쇼핑’에 ‘코카롤리’ 브랜드를 론칭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로는 최초였고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를 모험이었다. 결국 새로운 유통망과의 접목은 꽤 성공적이었다.

 

이처럼 IT기술, 새로운 유통망, 다양한 문화와의 접목에 열심인 김 회장은 최근 신유통 개발을 위해 ‘방문판매’와 ‘온라인’과 접목해 ‘스타일리스타’와 ‘롤리스타’ 체제를 시험운영중이다. 홈페이지에 등록신청을 하면 고객이 요구한 제품을 들고 직접 방문하는 ‘스타일리스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중간에 위치한다.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없다는 온라인 쇼핑몰의 맹점을 보완하고 고객의 스타일리스트 역할까지 하게 된다.

 

“우리는 스타일을 파는 패션회사예요. 한 사람을 위한 스타일과 그에 맞는 코디 제안 등을 위한 스타일리스타는 일종의 방문판매 조직이자 맞춤 전문가죠. 웅진코웨이와 아모레 화장품 등이 방문판매 조직을 발판으로 성장했고, 패션 브랜드라고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죠.”

 

‘롤리스타’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는 이들에게 제품의 정보, 사진, 결제 툴, 배송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쇼핑몰 안에 소호상을 입점시키는 G마켓 등의 오픈마켓과는 반대되는 개념의 유통방식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최근 조직 관리와 처우, 반품·교환·환불 등 상행위 과정 정리 등의 구체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타일리스타도 롤리스타도 성공여부는 미지수예요. 하지만 패션은 창조와 모험을 기반으로 해요. 창조와 모험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도전하고 접목시켜야 가능해지죠. 패션은 예쁘게 코디해 디스플레이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게 아니에요. 치맛자락이 바람에 날려야 섹시함이 배가하고 찰랑거리는 머리칼이 청순함에 화룡정점이 되는 것처럼요.”

 

60세의 패션사업가, 아이폰 마니아가 되다

 

“올해 목표는 ‘놀자’예요. 사실 올해 뿐 아니라 늘 한해의 목표는 ‘놀자’였죠. 패션 자체가 문화고, 문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예요. 재미없는 게 무슨 문화예요? 울든, 웃든, 슬프든, 기쁘든 모두 재미죠.”

 

이처럼 재미를 통해 새로운 창조와 접목을 이뤄내곤 하는 김 회장은 최근 아이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코카롤리 송을 벨소리로 만들어 등록하기 위해 3일을 꼬박 아이폰과 씨름을 했고, 하루의 대부분을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활용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이동통신과 고정통신, 모든 세계가 아이폰 안에 있어요. 제 품 속에 세계를 품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죠. 패션 자체가 문화고, 트렌드입니다. 아이폰은 이미 문화이고 패션이 돼버렸죠.”

 

이는 아이폰이라는 문화와 패션을 이해하고 이를 패션과 접목시키기 위한 장고와 시행착오의 시간인 셈이다.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악셀을 성공시키기 위해 5천 번의 점프를 한다잖아요. 그러니 60세가 된 제가 아이폰을 이해하고 창조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부단한 연습과 시행착오뿐이죠.”

 

김 회장에게 장고와 모험을 통해 이뤄낸 것들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2010년의 목표예요. 제가 행복하지 않은데 제 회사가, 저의 직원들이 행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행복해지고, 저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