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예술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생각과 활동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포럼 ‘별빛살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교사가 예술가와 만났을 때 – 교사와 예술가의 문화예술교육 협업 사례〉를 주제로, 실제 학교에서 예술강사와 수업을 진행한 두 명의 학교 교사와 함께 협업에 대한 솔직 담백한 토론을 진행했다. 하나의 수업을 위해 교사와 예술강사는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 할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보자.

 

별빛살롱

 

예술가의 전문성 + 교육가의 전문성
발전 방향 모색하기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의 많은 학교에 예술가가 파견되고 있다. 예술강사 지원사업 운영 가이드에 따르면 학교에 파견된 예술가는 담당교사와의 협력 하에 연간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며, 관련교과(기본교과, 선택교과)는 교과 교사와 예술가의 협력 수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예술가의 예술분야 전문성과 교사의 교육 전문성이 만나 더 나은 학교문화예술교육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장은 참 어렵다. 현재 시스템에서 담당교사와 예술가는 서로의 요구나 관심사를 알 겨를도 없이 급하게 만나 논의하고 수업을 바로 진행해야 하니 협업은 언감생심, 좋은 관계를 가지기도 어렵다. 무엇이 문제일까?

 

통상 주제를 정할 때 센터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정하곤 하는데, 올해 앞선 주제(8월: 마을에서 만나고 싶은 예술가, 9월: 교사 주도 문화예술교육 사례)의 연장선상에서 학교에는 어떠한 예술가가 필요할까 궁금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교사와 예술가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협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부분이 필요한지, 무엇이 어려운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10월 〈별빛살롱〉은 인천에서 교사로서 예술가와 협업 사례를 가지고 있는 김은주 (인천여자공업고등학교), 한만수 교사(인천대건고등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예술을 즐기고 느낄 줄 아는 교사
아이들의 이름을 편하게 불러줄 예술가

 

김은주 교사는 지역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예술가들과 함께 수업 시간(미술 교과)이나 학교 축제를 통해 실행해 온 내용들(지역기획자와 함께 다문화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 진행 사례, 축제에서 예술가와 협업을 통해 축제 무대 디자인과 커다란 팝업북 만들기 사례 등)을 사진 자료와 함께 보여주었다. 김은주 교사는 주로 자신이 필요한 예술가가 어떠한 사람일까를 먼저 생각하고, 직접 찾아 다니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협업의 좋은 점은 예술가들의 신선함이 교사에게 자극이 되고, 수업이 풍성해지며, 교사의 성장과 아이들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고, 어려운 점은 협력함에 있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조심성이 생기게 될 때와 그 분야의 전문가인 예술가와 의견 차이를 보일 때를 예로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많은 대화를 통해 극복하는 것, 그리고 교사의 입장에서 예술가와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예술가의 프로그램에 끼어든다는 생각이 아닌, 예술가와 함께 창작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별빛살롱별빛살롱

김은주 교사가 예술강사와 함께 진행한 ‘다문화톡톡-현수막 이용 각 나라 의상 패션쇼'(왼쪽)와 대형 팝업북 만들기(오른쪽)

 

한만수 교사는 정책사업인 〈예술강사 지원사업〉에서 만난 연극 분야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연극이라는 장르를 본인의 수업(국어교과)부터 학교 전반(창의적 체험활동, 축제, 교사 뮤지컬)으로 까지 확대시켰던 사례를 설명하였다. 한만수 교사가 생각하는 협업의 좋은 점은 예술가가 학교에 오면서 학교 문화와 풍토가 변화되었다는 점과 혼자 운영할 때에 비해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운영이 수월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또, 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서로 간에 이해가 없이 예술가와 협업하기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일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한만수 교사는 “교사는 먼저 예술을 즐기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 학교라는 공간이 낯설 수 있는 예술가를 배려하고, 많은 소통 기회를 가져야 하며 예술가는 학교에 관심을 보이고 함께 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는 더 많은 예술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강사, 학교가 문화예술로 행복해지도록 지치지 않고 스스로 즐기며 함께 할 수 있는 강사가 필요한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학교 현장에 있는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발표의 공통적인 내용은 ‘서로에 대한 관심, 소통,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교사는 외부에서 오는 예술가를 배려하고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하고, 예술가는 장르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것만 추구하기보다는 교사와 함께 소통하고 논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대화가
보다 발전된 수업을 만드는 지름길

 

끝으로 발표가 끝난 뒤 참여자들과 두런두런 앉아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Q1. 협업 시 예술강사의 커리큘럼을 인정하고 약간의 조율을 더하는 방식인가,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가는 방식인가?

 

김은주 교사-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나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이야기하면서 역할을 재정립하고 함께 아이디어를 내는 편이다.
한만수 교사- 하고자 하는 것이 〈교육연극〉으로 뚜렷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커리큘럼은 비슷한 편이다. 연간 계획을 잡을 때 교과와 연계된 뼈대를 제시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함께 이야기해서 구체화시킨다.

 

Q2. 예술가로서 아이들에게 예술적 감성을 전달하고 싶은데 교육학적인 것들이 어렵게 느껴진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협업이 가능할까?

 

김은주 교사- 예술 분야의 테크닉적인 것들에 집중할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서로 ‘전문 영역을 건드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깨야 더 좋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

 

특히 구체적 협업에 대한 대화에는 ‘현재 교사와 예술가가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교사와 예술가가 사전에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참여자의 의견과 ‘예술가를 필요로 하는 교사가 있고 그 교사가 맞는 예술가를 만나야 협업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열정과 감동, 호기심과 짜릿함
협력 관계의 원동력

 

서로의 확실한 마음을 잘 모르지만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두근거림이 생겨난다는 ‘썸’의 상태. 남녀 사이의 이성적인 감정 말고도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하는 일이나 관심사에 대한 호기심, 어떤 사람의 생각이 나와 일치할 때 느껴지는 짜릿함, 어떤 사람이 무언가에 쏟는 열정에 감동했을 때의 두근거림과 같은 작용들이다. 교사와 예술가 사이에서도 이러한 작용이 활발히 일어난다면 꾸준히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별빛살롱별빛살롱

■ 김은주(왼쪽)
인천여자공업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학교 현장에서 지역 기획자나 예술가와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인천미술교육연구모임 ‘틔울’ 활동을 통해 미술교육 대안교과서 「시각문화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펴내기도 하였다.
■ 한만수(오른쪽)
인천대건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연극반을 운영하면서 예술가와 협업을 꾸준히 해왔다.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현재 교사극단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도 몸담고 있다.

 

인천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포럼 〈별빛살롱〉이란?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0년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 운영하고 있는 열린 모임이다.(매년 4~11월)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매개자(예술가, 교사, 활동가, 기관•단체 실무자 등)와 사업 단위로 건조하게 만나다 보니 보다 편안한 자리에서 만나기 위해 시작되었다. 주로 문화예술교육 관련 주제로 초대 손님을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관심 있는 사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정진주 _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