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영화감독과 미래 예비 영상인들과의 만남

 

<가문의 영광> <홍길동의 후예>의 정용기 감독과 등의 영화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정용기 감독과 미래의 한국 영상 문화예술을 이끌어갈 인재들인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제 6회 ‘1018 영상제’에서 수상한 학생들이 함께 참석해 영화제작과 관련한 궁금증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정용기 감독은 “앞으로 영상물 제작은 개인의 생각을 직접 표출함에 있어서 어떤 꿈을 키워나든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언했다.

 

 

학생 : 감독님은 학교 다닐 때 어떤 학생이셨나요? 영화감독은 언제부터 꿈꾸셨는지요?

 

정용기: 어릴 때부터 어른들 몰래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이나 즐거워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할 즈음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당시에는 연출의 개념을 몰라 단순히 영화배우가 되겠다는 의지를 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찍히는 것도 좋지만 찍는 것도 매우 신나는 일이겠구나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 대신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꿈을 바꿨습니다.

 

학생 : 연출을 하려면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해서 적극적이면서도 외향적이어야 할 텐데 내성적인 성격이라 내심 걱정입니다. 내성적인 성격도 영화감독을 할 수 있나요?

 

정용기: 전 원래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영상물을 만들다 보니 원래 부끄럼 타고 소심한 성격이 활발하고 리더십 많은 사람으로 바뀌게 된 거죠. 영상물을 제작한다는 것은 내 얘기를 대중에게 들려주는 일입니다. 외부세계 친구들 이웃들과 교류하는 또 다른 방법이죠. 외국에서는 소심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 연극무대 등에도 선다고도 합니다. 연극에서 연기를 하던 연출을 하던 내부에 내재된 감정을 외부로 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기 때문에 사춘기 시절의 방황을 해소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죠.

 

학생 : 뭔가 찍고 싶은 것이 있는데 스태프들이 협조를 안해 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정용기: 많은 스태프들이 감독의 의견을 존중해서 도와줍니다. 간혹 생각의 차이가 생길 때가 있는데 이때는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거나 합의점을 찾아 촬영에 들어갑 니다. 만일 서로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합의를 이루기가 힘들면 그 때는 두 의견을 담은 영상을 찍은 후, 작품이 완성된 다음에 평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학생 : 학생들은 대부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감동 받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억이 있나요?

 

정용기: 최근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아바타>만 보더라도 좋은 예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만화책과 만화영화를 매우 많이 봤습니다. 현재 그것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죠. 또 정통 영화의 표현이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제 영역을 넘나들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학생 : 영화를 만들려면 신선한 소재가 중요한데, 그런 소재와 아이디어 어떻게 얻나요?

 

정용기: 소재는 늘 주위에 산재해 있습니다.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탐스럽게 익은 빨간 사과를 바라보며 단순히 ‘맛있다’라고 느끼지만 뉴튼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세심히 관찰하다 보면 누구나 보는 사물과 사건들이 색다른 시각이 생기고 재미있는 접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늘 재미있는 생각을 하다 보면 저절로 재미있는 작품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학생 : 자료 수집은 어떻게 하시나요?

 

정용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책들을 많이 본다. 세분화된 정보가 필요하면 팀을 나눠 스터디를 통해 구체화시키곤 합니다. 예전에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중앙도서관에 가서 하루 종일 자료를 찾곤 했습니다. 많은 책들을 일일이 열람하고 복사해서 사무실로 가져가는 것이 연출부 막내가 하는 가장 큰 일이었죠. 한번은 여배우 캐스팅에 필요한 사진 때문에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당시 잡지 100권을 빌려 복사한 적도 있었습니다.

 

학생 : 앞으로 상업적으로 전망이 높은 장르는 어떤 것이 꼽힐까요?

 

정용기: 영화를 찍을 때 트렌드가 있습니다. 어느 때는 스릴러였다가 어느 때는 액션이, 또 어느 때는 코미디 등 매우 다양합니다. 그렇다고 그 장르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모든 장르는 공존하게 마련입니다. 그 장르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감독의 능력입니다. 장르보다는 관객들이 공감하고 재미있어하는 소재와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학생 : 실험적인 영상, 비주류 영상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용기: 같은 사물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생각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혁신적인 비주얼은 대부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진작가가 프레임을 통해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듯이 사물을 접근하는 시작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학생 : 청소년 시절 영상물 제작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정용기: 영상물 제작은 작업과정에서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고 소통하는 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앞으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영상물을 만들어 본 청소년들에게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