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축제에 바라는 것과
축제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

 

 

내면으로부터 즐기는 축제,
왕인 문화 축제에서 답을 찾다.

 

문화 판에서 일한다고 늘 축제 같은 삶은 아니다. ‘문화 관련자의 문화 복지가 가장 열악하다’는 우스갯소리가 거짓이 아니다. 우연히 웹 서핑을 하다가 광주에서 가까운 영암 구림 마을에서 왕인 문화축제가 열리는 기간임을 발견했다. 이 축제는 일본 아소카 문화를 일궈낸 왕인 박사의 탄생지로서의 역사성과 국립공원 월출산과 도갑사, 전통 한옥마을로 지정된 구림 마을의 고즈넉한 아름다움, 그리고 100리에 달하는 구림 가는 국도의 벚꽃길이 어우러져 20년이 넘는 축제의 역사를 자랑한다.

우연히도 웹사이트에서 광주에서 출발하는 무료 일일 버스 관광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마지막 예약자의 행운을 얻어 지난 토요일 여행에 참여했다. 버스는 동호회, 가족, 연인들로 만석이었다. 놀라웠던 점은 서울에서 새벽에 KTX를 타고 내려와 이 버스 여행에 동참한 가족이 여러 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비록 광주에 살고 있지만 남도의 여러 지역 여행에 게으르다. 한 시간 거리의 영암 구림 마을로의 여행이 나에게도 일탈이건만 이들은 며칠을 가족이 함께 조사하여 일정을 계획하고 예약하여 찾아온 것이다. 이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가족의 축제이자 교육이었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왕인 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왕인 박사 행적 중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 도일의 역사를 영암군민 300여 명과 예술인들이 함께 참여한 테마 퍼레이드이다. 3시간에 걸쳐 왕인 박사의 주요 유적지와 구림 한옥마을 돌담길, 돌정 고개, 영암도기박물관, 상대 포 등 구림 마을의 핵심 공간에 왕인 박사의 이야기를 참여적 퍼레이드로 엮어내었다.

영암 군민과 관람객들은 이 퍼레이드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걷는 것이 곧 산책이자, 축제이자, 퍼포먼스, 교육이 되었다. 역사가 꼭 책이나, 영상, 전시 등 한정된 매체를 통해서만 교육되는 것은 아님을 도리어 장소와 신체, 예술이 결합한 이 역사 퍼레이드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퍼레이드 일곱 마당 곳곳에서 관람객은 역사 속 이야기에 적극 참여하여 즐기도록 구성되었고 주요한 마당극은 군민들이 직접 만든 소품과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왕인 박사가 도일하는 마지막 마당에서는 모든 참여자와 관람객이 상대 포를 둘러싸고 현대 예술과 연극적 요소가 결합한 퍼포먼스와 하나 되어 감정이입과 몰입을 통해 감동의 공명이 더했다.

이번 축제가 보통의 축제가 가진 ‘참여의 강요성’ 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건 군민들이 이미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참여한 몇 달 여간의 과정에서 이미 축제가 무르익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가 지친 주민에게 새 힘을 불어넣고자 돼지 두 마리를 잡아 잔치를 벌였다’는 관계자의 귀띔은 바로 그 과정 자체가 진정한 축제였음을 목도케 한다.

당신들을 위한 축제이기 전에 나의 축제로서 즐기는 것이야말로 축제로의 가장 자연스러운 초대일 것이다. 이 ‘참여의 과정’과 내면 깊은 즐김으로부터의 ‘초대’가 바로 우리의 삶과 맞닿은 축제와 문화예술교육의 정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_천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