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문화예술교육계에 CoP(Community Of Practice, 실행공동체)사업이 활발하다. CoP는 학습을 주목적으로 하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집단으로서, 구성원들이 협력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이로 인해 축적된 지식을 실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CoP는 일반적으로 자발적인 실행공동체를 일컫지만, 최근에는 각종 단체 및 기관에서 성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략적 CoP를 육성하기도 한다. 이는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예술강사나 각종 지원단체를 위해 CoP 공모와 지원 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11월 아르떼진 테마기획은 낯설지는 않지만 모호한 대상, CoP를 집중 탐구한다.

 

 

 

CoP,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가

CoP를 단순히 ‘실행공동체’라고 일컫는 것은 일견 한정적인 표현이다. CoP는 구성원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며 지식와 비전을 나누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는 가운데 참된 목적을 달성하는 모임이다. 하여 CoP를 설명하는 방점은 ‘지식’과 ‘실천’, 두 가지 단어에 모두 찍혀야 옳다. ‘앎’만 있어도 공허하고 ‘행함’만 있어도 무모하다. CoP는 앎의 깊이와 행함의 가치를 공히 추구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마당이다.

 

CoP의 구성원은 동일한 관심사와 일련의 공유된 문제의식, 그리고 공통의 주제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CoP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실천(실행)은 결코 개인에게 강제할 수 없는 행위이므로, 직접 체감하고 자발적으로 나설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흔히 CoP를 지식, 정보, 경험 등 지적 자본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발생한 지식 경영의 실천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CoP의 개념 정립은 최근에 이르러 그 모양을 갖추었지만 CoP와 비슷한 수행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대학이나 회사에 많이 있는 ‘스터디’ 모임 혹은 ‘워크숍’은 넓은 의미에서 CoP와 궤를 같이 한다. 구성원의 필요와 공통의 목표 의식에 따라 함께 모여 배우고 익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취미 동호회 활동도 CoP의 모양을 갖춘 경우가 많다.

그러나 CoP는 분명 스터디나 워크숍과 다른 측면을 갖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대표적인 차별점은 바로 학습과 실행의 결합에 있다. 스터디 혹은 워크숍은 학습(배움)에 거의 모든 의미를 부여한다. 배움을 통해 각자의 개별적 목표를 달성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배움에 따른 실천은 각자의 목표에 따라 다르게 구현된다. 그러나 CoP는 학습이 있으면 그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천이 반드시 수반된다. 그 실천은 개별적이기보다 집단적이다. 구성원은 더불어 배우고 실천하며 처음 CoP를 조직하게 된 이유인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참신한 대안

CoP에 있어 학습, 그리고 실천 외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도메인(domain)이다. 도메인은 CoP 조직이 역점을 두는 ‘공통 주제’를 일컫는다. 도메인은 구성원을 한 자리에 모아 하나의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고무하는 공유된 관심 분야이며, 커뮤니티의 정체성과 CoP의 성과가 미치는 가치를 정의한다. CoP 과정에 있어 도메인에 대한 끊임없는 주의 집중은 반드시 필요하다. 구성원이 일치된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는지, 그리고 CoP의 소산이 원하는 만큼 창출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기준은 오롯이 도메인에 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있어 CoP는 보다 심중한 의미를 가진다. 예술 분야는 ‘실천’을 그 속성으로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감상과 실천을 통해 예술을 향수할 수 있는 행복한 개인을 키워내는 과정이다. 문화예술교육 CoP는 구성원이 가르침과 배움, 실천을 공유하는 가운데 실행자와 감상자, 교육자와 학생 등 다양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의 중심에는 공통의 주제인 도메인이 자리잡고 있어, 본질적 목표에 대한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환기한다.

다른 분야 교육과 달리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기본 조건인 문화예술교육. CoP는 지속적인 창의성을 촉구하는 훌륭한 전략이기도 하다. 창의성은 서로 자극하고 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끊임없이 샘솟을 수 있다. CoP의 중요한 측면인 공동체 안에서의 소통과 교감은 문화예술교육자에게 창의성과 창조적 비전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실천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료로 공동체를 위해 기능한다. 주어진 방법을 따라 정해진 해답을 찾아가는 천편일률적인 자기학습을 벗어나, 공동체가 함께 배우고 실천하며 공통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CoP는 공동의 지식과 지혜를 보다 나은 형태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이 시대 문화예술교육 분야 학습의 참신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참고 자료: 예술경영지원센터 ‘2010 예술경영 CoP 결과보고서’
글_ 박세라